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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7000만의 젖줄 메콩강···그곳서도 미·중 신경전

미·중 경제 패권 뜨거운 전장 ④·끝
 
지난 2017년 여름 중국ㆍ인도ㆍ부탄 3국 접경지대인 히말라야 고원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에서 중국군과 인도군의 대치가 두 달가량 이어졌다. 중국군이 인도 국경 방향으로 도로를 내는 공사를 시작한 게 발단이었다. ‘전략적 위협’이라 여긴 인도는 무장한 군 병력을 동원해 진행을 막았다. 그러자 불똥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인도 북동부에서 발생한 홍수 관련 중국 책임론이 불거지면서다. 
 
범람한 브라마푸트라 강의 상류를 차지하는 중국이 국경 분쟁을 이유로 10년째 인도에 넘기던 수문 자료 제공을 돌연 중단했고, 인도 당국이 재해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 외교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지역 간 분쟁에서 물의 무기화 가능성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이 동남아 젖줄인 메콩강의 수자원을 무기로 주변 국가를 위협하고 때로는 투자 약속으로 달래며 노골적으로 영향력 확보에 나섰다. 중국에서 란창(瀾滄)강으로 불리는 메콩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물줄기다. 중국 윈난성(雲南省)을 거쳐 베트남ㆍ미얀마ㆍ라오스ㆍ태국ㆍ캄보디아 등 동남아 5개국을 흐른다. 총 길이 약 4900㎞로 세계 12위, 유수량으로는 세계 8위에 올라있다. 담수 어업량(230만t)은 세계 최대다. 약 7000만명이 이 강에 의지해 먹고 산다.  
 
 
1990년대 초까지도 메콩강은 거의 개발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강 상류의 중국이 댐과 운수로를 건설하는 등 수자원에 눈을 뜬 뒤 얘기는 달라졌다. 1995년 ‘만완’이라는 첫 댐을 시작으로 수력발전용 댐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이 유역을 둘러싼 분쟁이 시작된 것이다. 중국은 20여 개의 댐을 더 건설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데 이어 라오스 등의 댐 건설 프로젝트에도 발을 들였다. 중국이 물을 틀어쥐자 하류 국가들은 물 부족과 어획량 감소, 수질 악화, 토양 침식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맡게 됐다. 2016년 베트남에 100년래 최악의 가뭄이 닥쳐 180만명이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쌀 수확량이 3억t가량 줄었을 때 엘니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지만 중국의 무분별한 댐 건설이 상류의 증발률을 높인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베트남 정부가 항의하자 중국은 결국 상류 댐의 수문을 열어줬고 그제야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중국 란창강의 8번째 댐인 미아오웨이 댐이 건설되던 2012년의 모습. [AP=연합뉴스]

중국 란창강의 8번째 댐인 미아오웨이 댐이 건설되던 2012년의 모습. [AP=연합뉴스]

 
 
물이라는 공동자원을 두고 중국에 휘둘리는 모양새가 되자 주변국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졌다. 그러자 중국은 막대한 경제지원을 무기 삼아 입김을 확대하는 일종의 ‘당근과 채찍’ 전략을 취했다. 2015년 중국 주도로 만들어진 ‘란창-메콩강 협력회의(LMC)’가 대표적이다. 메콩강 유역 발전과 평화ㆍ안정ㆍ번영 도모를 앞세우며 강 유역 5개국의 수자원연구센터 건립, 농업부문 협력, 빈곤퇴치 노력을 위해 1조 넘는 돈을 대겠다고 나선 것이다.
 
동남아 전문가인 엘리엇 브레넌은 “중국은 전략적 요충지로 메콩강을 통제하는 걸 목표로 한다”며 “남중국해에 이은 ‘제2의 화약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남중국해와 인도양이 중국의 해군 야망을 실현하는 데 주 무대가 됐다면, 태평양과 메콩강이 그다음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덮쳤던 지난 2016년 베트남 남서부 메콩강 삼각주에 위치한 속짱성 지역의 모습. 물이 차 있어야 할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덮쳤던 지난 2016년 베트남 남서부 메콩강 삼각주에 위치한 속짱성 지역의 모습. 물이 차 있어야 할 논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도 세력을 넓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러 루트를 통해 우호적 관계의 베트남 등에 조용히 손을 내밀며 수자원 분쟁에 불안해하는 메콩 유역 국가들을 상대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중시 외교 정책을 펼쳤던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서는 아세안뿐 아니라 메콩 지역에 지원 등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메콩하류유역계획(LMI)’이 추진됐다. 2009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베트남 등 4개국과 처음 각료회의를 열고 환경, 보건, 교육, 인프라 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은행이 2017년 메콩 삼각주 기후변화 문제 대처하는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취지다.  
 
 
미ㆍ중이 동남아를 사이에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향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맞물려 메콩강은 언제든 양국의 충돌을 야기할 잠재적 뇌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미국 입장에선 메콩강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해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며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지정학적 갈등을 벌여 온 동남아 국가들도 강대국인 미국을 끌어들여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베트남이 손잡고 43년 만에 처음으로 미 핵 항공모함 칼빈슨함을 베트남 다낭항에 입항시킨 것도 이 같은 전략이라고 하 교수는 덧붙였다.  
지난해 3월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핵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다낭에 기항해 중국을 자극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핵 항공모함 칼빈슨함이 다낭에 기항해 중국을 자극했다. [연합뉴스]

 
 
향후 중국 자체의 물 부족과 수질오염이 심화하면서 미ㆍ중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 마르크 쇼메 프랑스가축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수자원이 풍부한 나라이지만 지리적으로 수자원 분포가 불균등하다”며 “경작 가능 토지의 3분의 2가 집중된 장강 이북 지역의 수자원은 전체의 20%에 불과한 데다 농업용수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이 이로 인한 생존 문제에 맞닥뜨릴 경우 지금의 유화적 모드를 버리고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우려다. 미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셰리 굿맨 선임 연구원은 “10년 후 중국의 물 부족이 심해지면 셈법은 덜 복잡해지고 (상황은) 더 불길해질 것”이라며 “현재 이웃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할 수도 있지만, 자국민의 갈증은 언제나 최우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경우 특히 콩 등 중국의 식량 생산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수입 수요가 증가하는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식량을 무기 삼아 관세를 만지작 대는 등 또 다른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공동기획 : 여시재·성균중국연구소·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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