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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짧은 인생, 시시하게 굴지 말라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이미 매듭지어진 동남권 신공항 이슈가 다시 불타오른 걸 보니 선거철이 분명하다. 노무현 정부 이래 단골 선거 메뉴이자 세세년년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다. 대통령이 북을 치자 정부와 여당은 괭과리를 들어 올렸다. 현지에선 기정사실화된 분위기고 대구 신공항, 새만금 공항으로 번져가는 중이다. 24조원 규모의 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이 나오고 여당은 PK서 5조 원 보따리를 풀었다.
 
모두들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한다. 수십조 원 예산도 문제지만 끝없는 뒤엎기로 갈등과 정쟁의 소용돌이를 부르는 판도라 상자다. 현 정부는 이걸 후벼 파 정권도 잡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예산 낭비하는 토건 국가, 삽질 정부라고 가장 강력하게 몰아세운 분이 야당 시절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그래 놓곤 원칙이고 약속이고 없다. 거의 전염병 취급하며 욕 만했지 결국 토건 정치에 삽질 선거다.
 
왜 그런 것인가. 정부를 당처럼 운영한 전임자와 발상이 같아서다. 정당은 지지자를 닮아도 되지만 정부는 아니다. 국민이 모델이다. 그런데도 41% 득표율로 41% 지지층에만 올인하는 게 우리 정치다. 그러다가 선거 땐 갑작스레 국민통합 공약에 지역 사업이다. 유권자 이념 분포가 보수·진보와 중도로 삼분돼 있어 양자대결 선거선 집토끼만으로 곤란하기 때문이다. 물론 집권만 하면 즉각 우리 편으로 돌아가는 고질병과 함께.
 
대통령과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런 근원적 적폐가 청산되지 않는 건 한국 정치의 커다란 모순이자 고민이다. 우리 정치는 그저 진영 논리가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대통령제와 양당제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여기서 이득을 보는 정치꾼들의 패권으로 유지 강화되는 게임이다. 그러니 선거 때와 집권 후엔 항상 말이 다르고 집권 세력은 언제나 진영 논리에 빠져 일방적으로 폭주한다. 정치는 불신을 넘어 분노의 대상이다.
 
정권이 바뀌고 ‘우린 다르다’는 대통령이 나와도 여전하다면 제도를 바꾸는 수 밖에 없다. 중도 유권자의 한 표가 진보, 보수 유권자의 한 표와 같은 가치를 갖도록 선거제에 변화를 주는 게 출발점이다. 정치도 잘 아는 사실이다. 유권자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대의 시스템으로 고치자고 다짐하고 합의했다. 하지만 빠르게 물 건너 가는 중이다. 고장 난 정치를 고쳐야 할 정치는 와병중이다.
 
그래도 정치 자체를 바꿔주는 방법은 아직 남아 있다. 아예 ‘다음 선거 신경 쓸 필요 없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선 ‘나는 다르다’는 억지나 ‘표 주면 공항 주겠다’는 거짓 대신 국회의원 3선 연임 금지를 놓고 다투면 결판이 난다. 그냥 웃어 넘길 일 만이 아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인 3선 제한을 내년 총선 승부수로 내걸고 나섰다. 국민 80% 가까이가 찬성이다.
 
우린 5년 단임 대통령제다. 자치단체장은 3선 제한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국회에 적용 못할 이유도 없다. 대통령 탄핵까지 만든 전지전능 국회다. 보검을 적폐 정치에도 들이대야 대통령을 탄핵한 이유가 마무리된다. 온 나라 적폐가 개혁의 수술대에 올랐지만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할 국회만은 무풍지대다. 모든 권력이 국민이 아닌 국회의원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답다는 건 선공후사의 실천이다. 정치 권력이 아름다운 것도 이 경우에만 가능하다. ‘저도 한 때는 미래였습니다’는 50세에 표표히 정계를 떠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은퇴사다. 그보다 136년 전 30년 만엔 정권을 되찾은 보수당 선배 총리 디즈레일리는 ‘짧은 인생, 시시하게 굴지 말라’고 후배들에게 용기를 줬다. 연연할 게 뭐 있나.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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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