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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권세인가, 정의인가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전교 1등 3000명을 모아놓고 등수를 매겨 ‘당신이 꼴찌다’ 하면 수긍할 사람이 있을까요. 판사를 평가하는 게 그만큼 어렵습니다. 왜 이런 얘길 하냐면요, ‘사법적폐 청산’을 주도하는 판사님들이 혹시나 과거에 근무평정을 잘못 받았거나, 좋은 자리에 못간 것에 대해 한풀이를 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러워서 그렇습니다.” (고위 법관 출신 A변호사)
 
“1987년 개헌 논의 때 대법원은 허울뿐이던 헌법위원회(헌법 관련 분쟁을 담당하던 기관)를 존속시키고 싶어했어요. 여야 8인 정치 협상 과정에서 논의가 급진전하면서 헌재가 탄생한 거죠. 이후 헌재 위상이 높아지면서 양승태 사법부는 ‘최고 법원’ 의 위상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고법원에 ‘올인’한 거고요.” (재야 출신 B변호사)
 
“사법부 변화는 점진적이어야 해요. 급격한 변화는 ‘불신의 싹’을 낳아요. 불신은 법에 의한 지배를 무력화시키지요. 사법부의 급격한 변화를 우려하는 건 사법 안정성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서입니다. 소탐대실하면 안 된다는 거죠. 사법부 권위가 무너지면 누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겠습니까.” (C 전 대법관)
 
“사법부 독립은 1987년 헌법 정신의 핵심입니다. 그때까지 사법부는 정권의 허수아비였잖아요. 그래서 대법원장에게 대법관·헌법재판관 임명 제청권과 법관인사 권한까지 모두 준 거죠. 그런데 어떻게 됐나요. 결국 조직의 안위만 좇는 ‘괴물’이 돼 버렸어요.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랬더니 스스로 권력이 됐어요.” (부장판사 출신 D변호사)
 
최근 한 달간 만나거나 통화한 전직 법관들의 말이다. 법조계에서 A와 C는 보수 성향으로, B와 D는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처음엔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를까 싶었다. 그런데 그들의 말을 곱씹다 보니 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법관에게 준 건 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가 돼 주길 바래서다. 조직의 안위만 살피고 사사로운 욕심에 휘둘려서도, 법관의 명예를 저버리고 원칙을 무너뜨려서도 안 된다. 잘못을 저지른 법관이나, 그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법관이나 다르지 않다.
 
법관의 사표(師表)로 평가받는 초대 대법원장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법관이 국민에게 의심받게 된다면 최대의 명예 손상이 될 것이다. 정의를 위해 굶어 죽는 게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명예롭다. 법관은 최후까지 오직 ‘정의의 변호사’가 돼야 한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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