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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올림픽은 끝났어도 음악은 계속된다

소치 겨울예술축제에서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김대진. [사진 알렉세이 몰차노프스키]

소치 겨울예술축제에서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김대진. [사진 알렉세이 몰차노프스키]

러시아의 휴양지이자 2014년 겨울올림픽 성화가 불타던 소치는 매년 2월 음악의 도시가 된다. 12년 전 2007년 순회공연을 온 유리 바슈메트와 모스크바 독주자에게 소치 시당국은 매년 공연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 공연으로 시작한 행사는 겨울예술축제로 커졌다. 세계 각지에서 청중이 몰려들자 중앙정부의 지원이 시작됐다. 페스티벌은 소치 겨울올림픽의 개·폐막식을 잊지 못할 문화 체험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지난 14일 개막한 올 축제는 24일까지 이어진다. 주 무대는 겨울극장(Zimniy Theatre). 16일 이 무대에서 유리 바슈메트가 지휘하는 모스크바 솔로이스츠가 베버 호른 협주곡과 발레리 보드로프의 ‘포스 힐라론’(Phos Hilaron·최초의 찬송가 중 하나) 등을 연주했다.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협연했다. 생경한 동시대 음악 뒤에 듣는 익숙한 모차르트의 명곡은 아름다움이 각별했다. 러시아 청중은 침묵하며 피아노 독주를 만끽했다. 연주가 끝난 뒤 박수는 길게 이어졌고 김대진은 커튼콜에 답하며 객석으로부터 꽃을 받았다.
 
축제 기간에는 각국의 연주자와 작곡가가 참여하는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왕성하게 열린다. 러시아 예술에 새로운 요소를 접목하려는 시도다. 기악 마스터 클래스, 청소년 작곡 콩쿠르를 겸한 마스터 클래스 외에 올해엔 러시아의 젊은 저널리스트 지망생 100명을 초청한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예술 전문 저널리스트들에게 이론과 실제를 경험할 기회를 준 것이다.
 
소치 음악 칼리지에선 김대진 교수의 마스터 클래스도 열렸다. 자국의 피아노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러시아지만 개방을 통해 뻗어 나가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17일엔 시각장애인이자 재즈 보컬의 명인 다이앤 슈어의 공연도 열렸다. 그가 비틀스의 ‘렛잇비(Let it be)’를 부를 때 한 청중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쳤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 소치에는 우리나라 재즈 보컬 나윤선이 선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각색한 음악극 ‘네 별을 떠나지 마’도 눈길을 끌었다. 1인극과 조화를 이룬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설산 모양을 스크린 삼아 비디오 아트로 물들인 무대가 장관이었다.
 
공연이 없는 낮에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선 리코르디를 디 출판사의 막시밀리안 폰 오 로크 등 유럽의 쟁쟁한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소치가 지역 축제를 넘어서 국제 네트워크를 키워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소치 겨울예술축제는 비슷한 시기에 열린 대관령 겨울음악제를 떠올리게 했다. 안내 책자만 비교해도 크게 다르다. 책자에 실린 비주얼 이미지는 대관령 쪽이 화려하지만, 내용을 보면 소치 쪽의 화력이 훨씬 강해 보인다. 푸틴 대통령과 바슈메트의 인사말이 맨 앞에 나오고 후원 기업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소치의 관계자들은 연주가뿐 아니라 젊은 작곡가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저널리스트 및 전문가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콘퍼런스 좌장 패트릭 드 클럭에게 “소치 겨울음악축제는 예산 걱정이 없어서 좋겠다”고 말했더니 그가 이렇게 답했다. “축제의 성공 여부가 단순히 예산이 풍족해서일까요? 천만에. 소치 겨울예술축제는 12년 전 바슈메트와 모스크바 솔로이스츠가 함께 한 단 세 차례 공연으로 시작됐습니다. 만에 하나 지원이 끊기더라도 바슈메트에겐 다시 시작할 힘이 있습니다. 결국 누가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2020년까지 예산이 확보된 대관령 겨울음악제는 그 이후에 어떻게 될까. 소치의 겨울예술축제가 던지는 질문이다.
 
소치=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kinsechs06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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