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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의장직’ 내려놓는 최태원의 지배구조 개편 큰 그림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태원 SK 회장(오른쪽)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다음 달 5일 SK(주)의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중앙일보 2월 21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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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행보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SK(주)의 입지를 고려할 때 파격적이다. SK(주)는 SK이노베이션(33.4%)·SK텔레콤(25.2%)·SK E&S(90%)·SK네트웍스(39.1%)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이들이 다시 유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다. 즉, SK(주) 지분만 충분히 보유하면 자산 200조원 규모의 107개 계열사를 직·간접적으로 거느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 계열사인 만큼, 그간 최태원 회장은 SK(주)의 대표이사 회장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했다. 대표이사 회장 자격으로 통상적인 경영을 수행하면서, 이사회 의장 자격으로 상법 393조가 규정한 경영상 중요한 안건까지 처리했다. 그만큼 최 회장 입장에서 SK(주)가 중요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면 사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사회)의 수장직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영진과 주주의 입장이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서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최태원 회장이 SK(주)의 지배력을 일부 스스로 내려놓는 건 이런 지배구조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다소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사외이사 중에서 의장을 선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를 갖추면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거나 주가를 부양하는 데 유리하다. 최 회장은 SK(주)는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이다. 통신·반도체 부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SK텔레콤이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는 방식이나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 등을 거론한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SK(주)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84.3%(20조8438억원)를 창출하는 그룹 최대 계열사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SK(주)의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는, SK(주)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지 않으면 양사 합병 때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 지주사가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배당을 늘려 주식 투자자를 확보하거나 신사업에 투자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동조하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2018년 대기업집단 자발적 소유지배구조 개편 사례’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삼성물산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사례를 ‘지배구조 개선 모범 사례’로 꼽았다.
 
또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행사 여부를 판단할 때 지배구조 분야에서 19개 항목을 평가하는데, 이중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여부를 평가대상 항목 중 하나로 선정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SK하이닉스의 지분 9.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SK하이닉스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적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히는 기업이다.
 
최태원 회장이 꾸준히 화두로 제시한 ‘사회적 가치 실현’과도 관련이 있다. 최 회장은 연초 SK그룹 신년회에서 “매출·영업이익을 높이는 것보다 구성원의 행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구성원’의 일부를 주주라고 본다면, 이번 기업 지배구조 변화는 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이사회 의장은 주주들의 권한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SK그룹이 개발 중인 ‘이사회 평가 모형’도 최 회장의 의장직 사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사회 활동의 평가 기준을 설립하고 있다. SK㈜는 지난 2016년 거버넌스위원회를 설립해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이사회가 사전 심의하는 제도를 설립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04년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그룹 경영권을 공격했을 때 “가장 선진적인 지배구조로 평가 받는 미국 GE보다도 더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이사회로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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