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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의 '재공모→낙하산 인사' 적폐, 文정부도 답습했다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도 과거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도 과거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중앙포토]

2008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장 임명 실태 분석' 결과는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의 요점들을 사실상 모두 담고 있다. 
 
경실련은 당시 ▶정부의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활동 무력화와 개입 ▶주무장관과 대통령의 불분명한 재공모 추진 요청 ▶구체적이지 못한 기관장 심사기준 등을 지적하며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의 수사가 경실련 보고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위 세가지 관행의 실제 위법성 여부를 살펴본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환경부의 산하기관인 환경공단의 이사장·상임감사의 수상한 공모 과정이다. 환경공단은 지난해 7월 불분명한 이유로 1차 임원 공모에 합격한 후보자들을 전원 탈락시킨 뒤 재공모를 통해 친여 성향과 캠프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하고 김 전 장관을 피의자로 전환한 뒤 출국을 금지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한 김 전 장관의 모습. [뉴시스]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가담한 정황을 포착하고 김 전 장관을 피의자로 전환한 뒤 출국을 금지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한 김 전 장관의 모습. [뉴시스]

환경공단 이사장은 노무현정부 비서관 출신의 장준영씨가, 상임감사는 문재인 캠프 환경특보 출신의 유성찬씨가 임명됐다. 두 직책의 연봉은 모두 1억원이 훌쩍 넘는다.  
 
검찰은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개입해 특정 인사에게 특혜를 준 정황과 시점을 살펴보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도 검토 중이다. 
 
공공기관 인사와 관련한 '재공모→낙하산 임명' 방식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입맞에 맞는 사람을 기관장에 앉히려 즐겨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 법무부의 표적감사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이헌 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은 "적폐 청산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는 과거와 다를 줄 알고 임기를 채울 줄 알았다"며 "하지만 과거 정부와 똑같이 표적 감사로 기관장들을 쫓아내는 걸 보며 정말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도 지난해 법무부의 특정감사를 받은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 전 이사장은 "황당한 이유로 감사가 이뤄졌고 사퇴를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뉴스1]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도 지난해 법무부의 특정감사를 받은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 전 이사장은 "황당한 이유로 감사가 이뤄졌고 사퇴를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뉴스1]

경실련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당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석유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기술보증기금은 임원추천위워회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모두 탈락한 뒤 재공모를 실시했다. 이후 석유공사와 주택금융공사 등에 전문성이 부족한 기관장이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2013년 한국도로공사 사장 1차 공모가 무산된 뒤 재공모에서 박근혜 캠프 유세단장을 맡았던 김학송 전 새누리당 의원이 사장 자리에 올랐다. 
 
경실련은 2008년 보고서에서 "절차와 과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임추위를 통해 올라온 후보를 장관과 대통령이 거부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재공모 후 낙하산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 역시도 청산돼야 할 적폐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지난 20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드루킹 특검의 수사 상황을 알아보도록 지시했다는 이유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제기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 지난 20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드루킹 특검의 수사 상황을 알아보도록 지시했다는 이유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에 한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경우도 재공모 뒤 낙하산 인사가 임명된 패턴을 그대로 따랐다. 
 
공항공사 임추위는 지난해 4월 5명의 후보를 추천해 기획재정부에 통보했지만 노조 반발 등이 겹쳐 재공모가 이뤄졌다. 이후 항공 교통 관련 경험이 전무한 손창완 전 경찰대학장이 임명됐다. 손 사장은 20대 총선에서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여권 인사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된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의 경우에도 최종 후보 3인에 오른 뒤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에서 탈락했지만 문체부의 재평가 요청 뒤 합격해 임명됐다. 
 
당시 최종 후보자 3명에 포함된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는 유일하게 역량평가에 합격했지만 탈락했다. 사실상 재공모 절차를 거친 것이다. 윤 관장은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EBS의 경우도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장 후보자 4명 중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실시했다. EBS노조는 비공개로 진행된 재공모 결정를 비판하며 "방통위의 이런 ‘깜깜이’ 결정은 필연적으로 함량미달의 낙하산 사장들을 양산해왔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행처럼 이어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위법성을 처음으로 판단하는 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위법성에 대한 사실상 첫번째 법리 판단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위법성에 대한 사실상 첫번째 법리 판단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검찰은 환경부가 전(前) 정부에서 임명된 김현민 전 상임감사를 표적 감사하고 사퇴를 강요한 점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이사장·상임감사 재공모 과정에서 청와대와 환경부가 특정 인사에게 특혜를 준 정황이 확인될 경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실제 임원 재공모 과정에 합격한 인사에게 누가 어떻게 얼마나 특혜를 줬는지가 위법성 여부를 가르는 핵심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청와대와 환경부가 산하기관 인사와 관련해 협의를 하는 것은 통상 절차"라면서도 "청와대의 개입이 임원 채용 과정 중 어떤 시점에 이뤄졌는지도 주요한 법리 판단의 요소가 될 것"이라 말했다. 
 
최종 합격자가 나온 뒤 검증 과정에 대해 청와대와 환경부의 협의였다면 통상 업무지만 면접 등 채용 절차 과정에서 특혜를 줬다면 위법성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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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