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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선의 문화탐색] 작은 집을 넓게 쓰는 두 가지 방법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특임교수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특임교수

적외선으로 사람 움직임을 보는 기술을 이용해 주택 공간 이용도를 조사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30평 정도에 사는 4인 가구 거주자 동선을 추적한 결과 고작 20%만 쓰고 있음을 알았다. 미국의 평균 주거 면적은 1950년대에 비해 3배로 늘었음에도 여전히 집이 좁다고 여긴다는 보고도 있다. 왜일까. 집을 물건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감당 못 할 만큼 사들이고 물건이 선심 쓴 공간에 주인인 사람이 맞추어 사는 민망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옷과 관련된 면적부터 살펴보자. 드레스 룸, 옷장, 서랍장, 행거, 트렁크, 세탁기, 빨래건조대. 반씩으로만 줄여도 집은 확 넓어질 것이다. 그러나 말이 쉽지 누가 옷을 포기하겠는가. 옷은 정체성이자 추억이며 종종 행복의 원천인 것을. 행복의 으뜸은 그중에도 새 옷. 이를 알고 최근 의류산업은 ‘고속유행(Fast Fashion)’의 전략을 취한다. 유명 브랜드들이 매주 재고를 (남이 못 입도록) 가위로 잘라 폐기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제 4개 계절 시즌은 연중 52시즌이 된다.
 
빠른 진부화가 절실하기는 가전기기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대우냉장고 이름은 ‘탱크’, 고장 없이 오래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요새 그런 이름 붙이면 바로 퇴출이다. S사 냉장고 새 시리즈명은 ‘셰프컬렉션’, 시의와 감성에 맞추어 늘 새 브랜딩을 해야 살아남는다. 가구 역시 생활필요 물품 취급을 하면 섭섭해 한다. 이케아 홈페이지의 머리글은 이렇다. “작은 변화가 큰 행복을 만듭니다.” 이 매장은 작은 변화를 자주 구매하여 행복해지려는 고객들로 늘 붐빈다.
 
왜 현대인들은 이토록 물건을 갈망하게 되었을까. “본디 보살핌을 원하는 인간 본성이 현대에 이르러 인간에서 물건으로 그 대상을 옮겼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 게일 스테케티는 설명한다. “무한한 유통을 사명으로 삼는 자본주의가 후기에 들어 새로운 식민지로 ‘소비자=노동자’를 찾은 것”이라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파악도 섬뜩하다. 원인이 무엇이든 소비를 통한 행복 추구는 지금 가진 것에 대한 불만족이 이유이므로 영원히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마치 탄탈로스의 목마름 같이.
 
서울 도봉산 인근의 은혜공동체 협동조합주택에는 4부족 14가구 47명이 산다. 거실 주방 등을 공유하며 새로운 주택문화를 실험한다. [사진 은혜공동체]

서울 도봉산 인근의 은혜공동체 협동조합주택에는 4부족 14가구 47명이 산다. 거실 주방 등을 공유하며 새로운 주택문화를 실험한다. [사진 은혜공동체]

‘물건 캐슬’에서 탈출하는 첫 번째 방법은 적은 소유를 실천하는 거다. 2010년경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미니멀리스트는 “자신에게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을 위해 물건을 줄여가는 사람”을 뜻한다(사사키 후미오). 이들은 물건을 버릴수록 집중력이 높아지며 자신의 욕망을 오히려 관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작은 집으로 옮기면 잡동사니, 걱정거리와 빚이 준다. 가사 도우미, 정원사 찾을 일은 물론 넓은 방이 허전해서 백화점을 헤맬 필요도 없어진다. 반면 의미와 시간, 관계는 늘어난다. 마실 나온 아낙들과 아이들이 복작대는 골목길을 아파트 단지의 썰렁한 외부공간과 비교해 보면 금방 안다.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라고 김수근은 갈파했다.
 
한 세기 전 모더니스트가 외쳤던 ‘Less is More’가 ‘덜 장식적이어야 더 아름답다’는 건축미학적 언설이었다면 이제 미니멀리스트에게는 덜 가져야 더 풍부한 삶을 얻는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이가 수도승처럼 살 수는 없을 터. 작은 집을 크게 쓰는 또 하나의 방법은 함께 쓰기다. 도봉산 안골에 있는 은혜공동체 협동조합주택에는 4부족 14가구 47명이 산다. ‘부족’은 이 공동체가 10년 전부터 실험해 온 사회적 대가족의 이름이다. 거의 2~4인 가족의 결합이지만 독신 여성들과 청소년으로 구성된 부족도 있다.
 
부족별로 공동 주방과 거실을 가진다. 살림 도구를 공유함으로 넓은 공간도 얻으면서 자기 부족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장소도 된다. 전체가 모여 공연이나 파티를 할 수 있는 널찍한 홀과 옥상정원도 이 집만이 누리는 호사이지만 침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열려있기에 300평 전체가 내 집이 된다. 애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군대 내무반같이 떼로 잘 수 있는 복도다.
 
두 방식 모두 인류학에서 보고된 바 있는 오래된 지혜다. 미니멀리스트는 ‘브리콜레르’의 후예다. 레비-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에서 개념화한, 만능의 손재주로 자원의 결핍을 이기는 부족의 해결사를 뜻한다. 거실, 응접실, 서재, 침실, 다실을 따로 갖춘 이보다 원룸에서 이 기능을 두루 해결하는 사람이 훨씬 창의적으로 살 가능성이 높다.
 
공유공간은 일종의 공간 ‘포트래치’라 볼 수 있다. 원래 ‘포트래치’는 존경 이외에는 어떤 대가도 원치 않는 호혜적 공여를 뜻하지만 축의금이 그렇듯 언젠가는 보답 받는 것이기도 하다. 달동네에서는 예컨대 손님이 오면 이웃집의 이불과 밥상을 빌려온다. 쓰는 물건의 반이 남의 집에 있으니 그만큼의 내 공간은 절약되는 셈이다.
 
건축가 렘 쿨하스의 말마따나 이 시대 “모든 건축은 쇼핑센터가 되었다.” 과거 공공공간이 제공하던 문화도 이제는 쇼핑몰 안으로 편입되어 물건중독에 ‘자발적’으로 빠져들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강남의 아파트는 효용가치에 더해 ‘위신자본’ 값이 붙어 동시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우리의 집 문제는 이미 정치, 경제 논리와 대책만으로는 풀리지 않을 문화적 사안이 되었다는 얘기다. 해결 또한 ‘대안문화’ 말고는 없다. 작은 집의 미학과 공유공간의 미덕을 다시금 소중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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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