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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의 미국에서 본 한국] 희망은 결코 역사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한미경제연구소장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한미경제연구소장

어느덧 2월 중순입니다. 미국은 지난해에서 새해로의 전환이 매우 더디고 불쾌했습니다. 연방 정부는 예산안을 뒤로 한 채 크리스마스 전 ‘셧다운’에 돌입해 35일 동안 재개하지 않는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북극 소용돌이로 인한 한파는 매서웠습니다. 여기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가 새해들어 어렵게 타결됐습니다.
 
다행히 음력 설은 우리에게 2019년을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날씨는 풀렸고 우리는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한자리에 앉아 떡국을 먹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으로 늦어진 국정연설에서 김정은과의 2차 정상 회담이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상황은 불안정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갖고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오랜 외교관 생활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입니다.
 
저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3년간 벨파스트에서 근무하면서 1990년대 대부분을 북아일랜드 평화구축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북아일랜드 내 분쟁사건을 정리하면 준군사조직들의 휴전 (1994), 이어진 협상들 (1995-1998) 그리고 성금요일협정(1998)이 있었습니다. 평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기에 때로는 후퇴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1993년 미국과 영국의 관계가 최악이었을 때 저는 국무부에서 미영 관계를 담당했습니다. 당시 미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 내각 전체와 영국 총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국과 미국 비자 법이 테러범으로 분류한 신페인(Sinn Fein)당의 지도자 제리 애덤스(Gerry Adams)의 미국 비자를 승인했습니다. 아일랜드공화국군(IRA·신페인의 군사조직)과 다른 불법 무장단체들이 휴전을 선언 한 후에도 영국 정부와 친영통합파는 휴전을 영구적으로 선언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불법 무장단체들, 특히 IRA의 무장 해제를 주장했습니다. 다른 쪽은 거절했고 평화 프로세스는 또 다시 정체되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휴전상태인 북아일랜드를 미국 대통령으로 처음 방문해 모두에게 “평화를 위해 위험을 감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북아일랜드를 다녀간지 10주가 채 안 지나 무장해제 요구에 분노한 IRA는 휴전을 깨고 런던에 폭탄 공격을 했습니다.
 
스티븐스칼럼

스티븐스칼럼

IRA의 무장해제를 정치적 협상 카드와 별도로 취급하자 비로소 협상이 진척되기 시작했습니다. 북아일랜드 정당, 영국, 아일랜드, 국제 패널 의장들, EU와 백악관의 잦은 개입으로 대화의 물꼬가 터졌습니다. 종파간 항쟁과 폭력 사태는 협상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때로는 대화를 중단시켰습니다.
 
1998년 성금요일에 마침내 합의가 발표되어 북아일랜드에서 투표에 붙여지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만에 IRA의 소수분리파는 오마(Omagh)라는 마을에 폭탄 테러를 저질렀습니다. 그래도 성금요일협정은 유효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이행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폭발물과 무기 비축물을 완전히 폐기하는 작업은 의무 검증 과정, 북아일랜드의 경찰 개혁 및 기타 신뢰 구축 조치로 인해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일련의 사건을 가까이서 살펴보면 북아일랜드의 평화와 화해에 대한 전망은 어둡고 과정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보면 달라집니다. 성금요일협정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오늘날까지도 최악의 상황으로 퇴보하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했으며, 평화적인 화해로 나갈 수 있는 틀을 확실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업무를 담당하는 내내 미국의 개입이 북아일랜드에 미칠 영향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적이 많았다고 고백합니다. 외교관으로서 저는 클린턴 대통령이 반대를 무릅쓰고 신페인당을 감싸는 것이 영국과의 특별한 관계에서 싹터 온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는 북아일랜드 출신 작가입니다. 그는 ‘적어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국민의 권리’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역사는 무덤가에서 희망을 찾지 말라고 말하지만 살다 보면 갈망하던 정의의 파도가 솟구치기도 하고, 그때 희망과 역사는 더불어 노래한다.” 그의 시 구절입니다. 제가 지칠 때마다 용기를 얻었던 삶의 태도였습니다. 올해 우리에게도 희망과 지속적인 대화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트럼프·김정은의 2차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한국인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한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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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