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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년들의 영혼 파괴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정부가 어제 발표한 1205개 공공기관 채용 비리 전수조사 결과는 충격과 분노를 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182건의 취업 비리가 새로 확인됐으며, 부당청탁·부당지시·친인척 특혜 등 비리 혐의가 짙은 36건을 수사 의뢰하고 채용 과정상 중대과실이나 착오가 있었던 146건은 징계·문책 요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해 가을 국회 국정감사 기간에 폭로된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을 계기로 관계부처가 3개월간 합동으로 진행했다. 2017년 10월의 정부 특별 점검 이후 실시한 신규 채용과 정규직 전환이 조사 대상이었다.
 
항간에 떠돌던 채용 비리 유형이 대부분 망라됐다. 공공기관 고위직의 자녀와 친인척은 신규 채용 시험조차 거치지도 않고 계약직으로 채용된 뒤 결국 정규직이 됐다. 임직원 자녀가 서류 심사와 필기시험에서 낮은 순위였는데도 면접 점수를 높게 줘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 이른바 ‘고용세습’이 자행됐다.  특히 만 29세 이하 청년층에는 10% 가산점을 줘야 하는 규정까지 어겨 합격자 순위를 바꿔치기했다. 취업대란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청년에게 극도의 상실감을 안긴 행태다. 드러난 채용 비리 행태를 보면 공정성이 생명인 채용관리 절차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공공기관의 공공성이 실종되고 말았다. 민간기업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언론 보도에는 분노의 댓글이 빗발친다. “기회 균등이란 헌법 정신을 짓밟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거나 “이것이 진정한 적폐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조사로) 꼬리 자르기를 하지 말라”거나 “비리 임직원의 사표를 받으라”는 촉구 댓글도 있다. 공정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채용 비리가 난무하는 데 대해 “말뿐인 공정 아닌가”라는 따끔한 질책도 있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정부가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
 
채용 비리를 발표하면서 첨부한 정부의 대책 역시 미지근했다.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를 매년 정례화하고, 임직원의 친인척 채용 인원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공직자에 의한 가족 채용 특혜 제공을 제한하도록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했다. 필요한 대책들이지만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 안그래도 현 정부의 채용 비리 근절 의지는 의심을 받아 왔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파문 이후 정부가 각종 사후 대책을 약속했지만, 지난해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이 또 터졌다.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 역시 여권의 특정 정치인을 봐주기 위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의 경우 국회가 이미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
 
채용 비리는 사회 진출을 위한 출발선에 선 청년들의 기회를 송두리째 박탈해 씻을 수 없는 영혼의 상처를 주는 중대 범죄다. 채용 비리를 저지르면 누구나 언젠가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뿌리내리도록 발본색원해야 한다. 이 비리는 무관용의 원칙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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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