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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 115년 역사, 지하에서 잠잔다

1990년대까지 매년 우승한 팀의 리본이 달려있는 프로야구 대형 우승 트로피와 각 팀 유니폼. [최정동 기자]

1990년대까지 매년 우승한 팀의 리본이 달려있는 프로야구 대형 우승 트로피와 각 팀 유니폼. [최정동 기자]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미리 보는 한국야구박물관’ 전시회를 찾았다. 열혈 야구팬들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갤러리를 방문해 프로야구·아마추어·국가대표 등과 관련된 기념품 총 192점을 찬찬히 둘러봤다. 이날 전시회를 찾은 야구팬 표재윤(27)씨는 “유치원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한국의 야구박물관 개관을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러다 이번에 전시회를 한다는 기사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왔다”면서 “미국이나 일본 야구박물관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이렇게라도 한국 야구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은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야구박물관 건립 좌초 위기
2011년부터 추진, 8년째 표류 중
기장에 지으려다 첫삽도 뜨지 못해
미국은 1939년, 일본은 59년 설립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유니폼. 금메달을 딴 선수 전원의 사인이 담겼다. [최정동 기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유니폼. 금메달을 딴 선수 전원의 사인이 담겼다. [최정동 기자]

지난 12일 시작된 이번 전시회는 24일까지만 열린다. 야구박물관 개관이 계속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중건(39) 학고재 부사장이 야구팬들을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요청해 12일간 관련 물품을 전시하기로 했다. 우중건 부사장은 “나도 야구공을 모으는 야구팬이다. 박물관 개관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계속 미뤄진다길래 일부 물품이라도 소개하고 싶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1993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뽑혔던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의 손바닥 동판. [최정동 기자]

1993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뽑혔던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의 손바닥 동판. [최정동 기자]

1904년 한국에 야구가 도입된 이후 115년 세월이 흘렀지만, 국내에 공식 야구박물관은 아직 없다. 1998년 이광환(71) 전 LG 트윈스 감독이 제주도에 문을 연 야구박물관은 이 감독의 개인 소장품 위주다. 한국 야구의 모든 것을 집대성하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2011년부터 야구 관련 자료와 물품을 본격적으로 수집했다. 이듬해부터 KBO가 가세해 10만 점 모으기를 목표로 야구박물관 자료수집위원회를 만들었다.
 
1963년 제5회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 트로피. [최정동 기자]

1963년 제5회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 트로피. [최정동 기자]

부산시 기장군과 2014년 야구박물관 건립 협약을 맺은 덕분에 이르면 2016년에 완공될 것으로 보였다. 기장군이 부지를 제공하고 부산시가 100억 원가량의 건설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첫 삽을 뜨지도 못한 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어느새 야구박물관 건립은 8년째 표류 중이다.
 
1954년 제1회 전국 도시대항초청야구대회 깃발. [최정동 기자]

1954년 제1회 전국 도시대항초청야구대회 깃발. [최정동 기자]

문제는 연간 2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다. 2015년 부산시가 운영비까지 감당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KBO가 운영비를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KBO는 지난해 신사업 팀을 만들어 박물관 규모 등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최근 조직 개편으로 신사업 팀은 사라지고, 야구박물관 업무는 클린베이스볼 팀으로 넘어갔다. 하지헌 KBO 홍보팀 과장은 “야구박물관 건립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면서 “그런데 언제 완공될지 미정이라서 일단 올해 안에 사이버 야구박물관을 먼저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1930~50년대 아마추어 야구 기념 메달. [최정동 기자]

1930~50년대 아마추어 야구 기념 메달. [최정동 기자]

현재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지하 1층에 있는 아카이브 센터에는 유니폼과 야구공 등 약 5만 점의 한국 야구 관련 물품이 쌓여있다. KBO리그 원년 구단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 MBC 청룡의 유니폼과 국보 투수 선동열, 철완 고(故) 최동원 등 전설적인 선수들의 유니폼 등이 지하에서 잠자고 있다. 2015년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개인 통산 400홈런을 기록할 당시 착용했던 유니폼과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야구장의 홈플레이트도 있다. 홍순일(80) 전 야구박물관 자료수집위원장은 “2016년 개관 예정이었던 야구박물관이 계속 미뤄지더니 2017년에는 수집위원회마저 해산됐다”면서 “선동열·이승엽 등 전설적인 선수들을 설득해 물품을 수집했다. 다들 아쉬워하면서도 야구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이 더욱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기꺼이 귀중한 물품을 내놨다. 그런데 아직도 박물관에서 야구 관련 물품을 보지 못하니 우스갯소리로 ‘사기당한 것 아니냐’고 한다”고 전했다.
 
1934년 고려야구단 경기 사용구 등. [최정동 기자]

1934년 고려야구단 경기 사용구 등. [최정동 기자]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과 박물관은 1939년에 건립됐다. 일본 야구 전당 박물관은 1959년에 생겼다. 메이저리그 소속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제외하곤 프로야구팀이 없는 캐나다도 1983년 야구 명예의 전당과 박물관을 개관했다. 그런데 국내에선 아직 박물관 건립을 여전히 검토만 하고 있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미국) 당시 사용했던 베이스. [최정동 기자]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미국) 당시 사용했던 베이스. [최정동 기자]

야구박물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부산시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수도권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홍순일 전 위원장은 “야구계 원로들 사이에선 ‘이러다가 박물관 건립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직접 부지를 찾으러 다니고 있다. 건설비를 지원해주겠다는 기업도 찾았다”면서 “박물관 옆에 야구장과 부대시설 등을 같이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면 무료 관람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렇다면 많은 야구팬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과 박물관
- 자선사업가 스티븐 칼튼 클락이 1939년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건립.
- 미국 야구 관련 사진 25만 장·물품 4만 점 등 전시.
- 매년 약 35만 명 방문. 지난해 방문객 1700만 명 돌파.
- 입장료 성인 25달러, 12세 이하 15달러.
일본 야구 전당 박물관
- 일본 아마추어·프로야구 협력으로 1959년 고라쿠엔구장에 건립. 1988년 도쿄돔으로 이전.
- 일본 야구 관련 물품 4만 점, 관련 도서 5만 점 소장.
- 매년 약 9만 명 방문. 2010년 방문객 500만 명 돌파.
- 입장료 성인 700엔, 고등·대학생 400엔, 초등·중학생 200엔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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