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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철환 칼럼] 국가 간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

2018. 10. 30. 우리 대법원은 일본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위 판결에 대하여 일본 정부는 격렬한 반발을 하고 있으며 현재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큰 걸림돌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일본의 아베신조 총리는 강제징용 배상 등의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 되었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위 판결은 국제법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했다. 또 일본의 고노다로 외무상은 한국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한·일 우호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뿌리부터 뒤엎은 것으로 국제법에 따라 질서가 이루어진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등 격렬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과연 위 주장들은 법적인 관점에서 볼 때 타당성이 있는가, 아니면 부당하다면 어떠한 반박논리가 있을까.



위 문제에 대하여 명쾌한 답변을 내 놓은 일본 변호사가 있다. 그는 일본 동경 제2 변호사회 소속 타카기 켄이치(高木健一,74)변호사이다. 필자는 지난 2019. 1. 30.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법조언론인클럽 신년회에서 그를 만났다. 사단법인 법조언론인클럽은 올해의 법조인상 수상자로‘일제 피해자 인권구제소송 한·일 변호사단’을 선정하였고, 수상을 위하여 일본 측 변호사로 타카기 켄이치 등 2명이 한국을 방문한 것이다. 위 일제 피해자 인권구제소송 한·일 변호사단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인권침해 행위로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을 당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 및 원폭피해자 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줌으로써 법조인의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몸소 실천하는 공로로 위 상을 받게 된 것이다.



위 타카기 변호사는 수상소감에서 일본 아베 총리나 고노 외무상은 모두 초보적인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일갈하였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말하는‘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란 두 국가의 청구권 및 개인에 관한‘외교보호권’관한 것이지 이른 바 개인의 의 청구권 그 자체를 국내법적 의미로 소멸시켰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의 말은 1991. 8. 27. 야나이 쥰지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 일본 국회에서 명백하게 답변하였으므로, 위 논거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고 했다.



결정적인 것은 일본 국회는 1965. 12. 17. 법률 제144호를 제정했다는 사실이다. 그 법은‘한국인의 일본국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한 재산·권리 및 이익에 해당하는 것은 1965. 6. 22.에 소멸된 것으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는데, 위 법률을 굳이 만들었던 까닭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본정부나 국회가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위 법률 제144호에 의하여 일본 내에서 개인의 권리를 소멸시켰던 것이다 라는 의미이다.



위 논리는 일본 사법부에서도 그대로 확인되었다.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전.군인·군속·군위안부 등)41명의 원고가 일본정부를 피고로 하여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타카기 변호사가 변호단장으로 활동)에서 도쿄 고등재판소는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는데, 그 근거는 위 법률 제144호에 의하여 원고들의 권리가 소멸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위 일본 법률 제144호가 미치지 않는 한국 법원에서는 개인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하여 한·일 양국 정부나 언론에서도 위 법률 제144호에 대하여 중시하지 않는 것 같다. 누구도 일본 아베총리나 고도외상의 발언에 대하여 위 법률을 근거한 반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일본기자가 위 판결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위 법률 제144호를 들어 반박논리를 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고 했다.



2009년 대한변호사협회는 일제 피해자 인권특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2010년에는 일본변호사연합회와 손잡고 공식적으로‘일제 피해자 인권구제’라는 의제를 가지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한·일 양국 정부에 강제동원 피해를 포함한 여러 과제에 대한법적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필자가 협회장으로 재직한 2013년에 광주고법에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승소판결이 선고 된 날 광주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환희의 기자회견을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여곡절 끝에 그로부터 약5년이 경과해서야 비로소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것이 완결된 작품이 아닌 현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하루속히 모든 피해자들의 아픔이 치유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중부일보(http://www.joongboo.com)>

※위 기사는 중부일보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부일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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