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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맞은 아버지 숨졌는데 가해자는 파티···용서 못한다"

‘승객과 실랑이하다 숨진 70대 택시기사’ 아들 인터뷰
지난해 12월 승객과 실랑이를 하다 심근경색으로 숨진 70대 택시 기사의 아들 이씨를 지난 19일 인천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두 손을 모으고 조심스럽게 심정을 말했다. 심석용 기자

지난해 12월 승객과 실랑이를 하다 심근경색으로 숨진 70대 택시 기사의 아들 이씨를 지난 19일 인천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두 손을 모으고 조심스럽게 심정을 말했다. 심석용 기자

“뭐가 그렇게 화가 나 그랬는지. 왜 나이 든 분을 추운 날 그렇게까지 몰아세웠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가해자를 보면 뭐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70대 택시기사의 아들 이모(36)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답했다. 
 
그의 아버지 이씨(70)는 지난해 12월 8일 오전 3시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술을 마신 승객 A씨(31)와 말다툼을 벌이다 쓰러졌다. A씨는 택시기사 이씨가 쓰러지기 전 그를 향해 동전을 집어 던졌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폭행죄로 임의동행해 조사하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씨가 숨지자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동전을 던진 행위 등과 사망 간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해 A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씨의 가족이라는 청원자가 “가해자 SNS에서 일상 사진, 면접 준비 모습 등을 보니 그동안의 기다림은 우리 가족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며 글을 올려 공분을 샀다. 유족의 강력한 처벌 촉구에 폭행죄와 폭행치사죄 적용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시 주안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아들 이씨는 지쳐 보였다. 모자를 눌러쓴 그는 인터뷰 내내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으고 낮은 목소리로 심정을 토로했다. 
사건을 언제 알았나. 
8일 오전 4시쯤 아버지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이 왔다. 경찰이 "시비가 있었는데 쓰러졌다"며 빨리 병원에 오라고 했다. 오전 4시 30분 병원에 도착해 경찰에게 상황 설명을 들었다. 의사가 병원 도착 전 심정지가 여러 번 왔다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더라. 오전 5시쯤 의사가 ‘오전 4시 32분 사망하셨다’고 말했다. 
 
사인이 뭐였나. 
경찰 조사가 끝난 뒤 경찰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관련 영상과 음성, 부검 결과서를 받았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부검 결과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될 요인 있다’는 내용을 봤다. 사건 당시 욕설과 폭언에 따른 화병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심장 관련 지병이 있었나. 
72세지만 건강하셨다. 매일 헬스장에서 운동하셨다. 지난해 9월 건강검진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사건 당시 상황을 확인했나. 
다른 주차 차량, 주차장 폐쇄회로(CC)TV, 택시 블랙박스를 봤다. 처음에 아버지가 남자 승객 두 명을 태웠다. 한 명을 가해자 집 근처에 내려주고 가해자에게 ‘어디로 갈까요’라고 물었는데 대답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가라고만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좀 툴툴거리셨다. 가해자가 그걸로 시비를 걸며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폭언이 10~15분 정도 이어졌다. 가해자 집 지하주차장에 들어가자 본인 차에서 지갑을 가지고 와 동전을 세더라. 동전을 세면서 아버지 보고 ‘앉아’ ‘앉으면 줄게’ ‘때려봐, 때려봐’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동전을 던졌나. 
아버지가 ‘돈 됐으니까 가라’고 했다. 가해자가 가는 듯하더니 조수석 문을 열고 동전을 던지고는 운전석 쪽으로 와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버지와 가해자가 각자 경찰에 신고했는데 아버지가 주저앉아 2분 정도 있다가 뒤로 꽈당 쓰러졌다. 가해자가 본인 차에서 목도리를 가져오는 등 계속 주변을 서성댔다. 그 뒤 가해자 어머니가 내려와 오전 3시 3분쯤 119에 신고했다. 쓰러지고 신고하기까지 5분 이상 걸렸다. 경찰이 도착하고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이송됐다. 
 
가해자는 왜 그랬다고 하나. 
술을 마셨다지만 충분한 인지 능력이 있었다고 본다. 비틀거리지 않았고 동전을 세 아버지를 향해 던졌다. 가해자를 만나면 노인이 쓰러졌는데 살펴볼 생각이 전혀 없었는지 묻고 싶다. 장례식장에 가해자 측 가족이 왔다. 경황이 없어 나중에 연락하겠다며 보내고 장례를 마친 뒤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사과는커녕 연락이 없다. 지금 사과한다 해도 진정성이 의심된다. 
 숨진 택시기사 이씨의 생전 모습. [사진 유족 제공]

숨진 택시기사 이씨의 생전 모습. [사진 유족 제공]

국민청원을 올린 이유는. 
경찰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다 우연히 가해자 SNS를 봤는데 경찰서에서 풀려난 뒤 면접 본 글, 게임 할 사람 찾는 글, 생일 파티 참석 인증샷 등을 올렸더라. 그걸 보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에 방안을 찾기 위해 청원을 올렸다. 
 
폭행 혐의 적용에 대한 의견은. 
아버지는 가해자의 모욕적 발언과 행동에 따른 스트레스로 심근경색이 와 돌아가셨다고 생각한다. 외적 상해만 보지 않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면 가해자가 단순 폭행죄로 입건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다. 인천지방검찰청에 공정한 수사와 가해자 엄중 처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다. 
 
택시기사를 오래 하셨나. 
농구 선수, 지도자로 활동하다 15년 전부터 택시를 몰았다. 주말·평일 관계없이 5일 일하고 하루 쉬는데 오후 4시부터 오전 4시까지 12시간씩 운전했다. 택시에서 생긴 일을 자주 얘기하진 않았지만 며느리에게 슬쩍 선물을 내미는 다정한 분이셨다. 
 
택시기사 안전에 관해 바라는 점이 있나. 
택시에 안전 격벽을 설치한다는데 이건 결국 사람의 문제다. 격벽이 있어도 승객이 욕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모두 힘든데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더불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가 이루어져 죄지은 만큼 처벌받기를 바란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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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