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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 합의 막전막후] 탄력근로 합의 짐싸던 때···"이건 해야돼" 김주영 반전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 식당.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기로 합의한 노사정 대표가 협상 과정에서의 앙금을 풀어내며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으로부터 합의 타결 보고를 받고 "고마운 일이다.모두 수고하셨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이룬 첫번째 사회적 합의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감격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대한 격려가 가감없이 묻어났다.
 
협상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협상 당사자조차 합의 실패로 짐을 싸려던 상황이 어떻게 갑자기 반전돼 합의문을 내게 된 것일까.
 
탄력근로제 확대 협상에 참여한 경영계와 정부측 관계자는 합의의 일등공신으로 주저없이 김 위원장을 꼽았다. 김경선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등장해 얽힌 실타래를 풀어냈다"고 말했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협상력이 없었다면 이루기 힘든 합의였다"며 "사회적 교섭사적 의의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김 위원장에게 우리가 말려든 느낌"이라며 웃었다.
 
교착 국면에서 등장한 김주영 위원장 
김 위원장이 협상 전면에 등장한 건 18일 오후 7시30분이었다. 경사노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S타워 1층 커피숍을 찾았다. 다른 약속 장소로 이동하다 협상 진척 과정을 살피기 위해 잠깐 들렀다. 문성현 위원장이 그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득달같이 내려갔다. 김 위원장은 문 위원장의 손에 이끌려 경사노위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 때부터였다. 김 위원장이 협상 서류를 훑었다. 그러더니 연필로 수정을 거듭했다. 수정한 내용을 들고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과 임서정 고용부 차관을 찾아갔다. 협상이 막히면 장고 끝에 수정본을 만들어 또 찾아갔다. 그러기를 수차례,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연합뉴스]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연합뉴스]

한국노총 관계자는 "그저 협상 분위기나 파악하고, 문 위원장과 환담을 나눈 뒤 돌아갈 줄 알았다. 직접 협상에 나설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에선 본부장급 인사 2명이 협상에 나선 상태였다. 이들은 비교적 강성으로 통한다. 그러다 보니 협상이 교착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이 과감하게 이들을 제쳐두고 단독으로 협상에 나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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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실패로 파장 분위기였던 경사노위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합의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판단했다. 논의 시한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김 부회장과 임 차관을 오가며 논의를 이어갔다. 19일 새벽 3시30분, 긴 협상을 뒤로 하고 집으로 가던 김 위원장은 차 안에서 "내가 안고 가련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교섭을 해 본 경험으론, 이건 해야 된다"고도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과 김 위원장 담판 
그는 손경식 경총 회장에게 연락했다. 김용근 부회장과는 진척이 어렵다고 봤다. 담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19일 오전 손 회장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노사 합의 대신 노사 협의로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수 있게 하자'는 경영계의 요구를 어떻게 풀어낼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선택은 현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손 회장을 만나러 가면서 차 안에서 산하 노조 간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탄력근로제 도입과 운영, 건강권 확보, 임금 보전 방안과 관련된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면 회사가 어려울까" "노조가 곤란해지나" "노동자는 힘들까" 등 현장 의견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답을 냈다. 이어 손 회장과 담판에 들어갔다. 손 회장은 오랜 기간 산업 현장과 노사 문제를 직접 경험한 노련함으로 김 위원장과 접점을 찾아갔다.
19일 오후 서울 경사노위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협상 대표와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뉴스1]

19일 오후 서울 경사노위 브리핑실에서 탄력근무 관련 합의문이 발표된 후 협상 대표와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뉴스1]

 
이후 일은 술술 풀렸다. 마지막 걸림돌이던 임금 보전 문제는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이 묘수를 냈다. '3개월 넘게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 임금 보전 대책을 고용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안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안이다. 수당과 할증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안도 냈다. 한국노총 관계자가 "과태료 대신 처벌을 하자"고 했지만 김 위원장은 김 정책관의 대안을 수용했다.
 
19일 오후 5시20분쯤 김 위원장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합의했어. 힘들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었다"라고 했다. 현 정부에서 첫 사회적 합의는 그렇게 이뤄졌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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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