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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많은 '깡통 주택'으로 사기 대출받은 일당 기소

세입자가 있는 집을 담보로 사기 대출을 받은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북부지검 건설ㆍ조세ㆍ재정범죄전담부(부장검사 김명수)는 20일 ‘깡통부동산’ 담보로 사기 대출받아 14명에게서 13억을 편취한 양모(56)‧정모(55)‧김모(42)씨를 공문서위조ㆍ위조공문서 행사ㆍ사기 혐의로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공문서인 ‘전입세대열람내역서’ 19건을 위조해 인천‧부천‧광명 등지의 부동산 20여건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혐의다. 이 중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14명, 피해 금액은 13억원에 달한다. 기소되지 않은 6건은 ‘대출을 하다 실패한 건’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피해금액 변제가 전혀 없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경찰에서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양씨의 사기 사건을 수사하다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은 “특이한 사안이고, 연관 범죄를 수사하고 있다”며 “일반인 피해자가 대부분이다. 누구나 당할 수 있겠다 싶은 범죄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수법을 통해 부동산‧대출 거래 시 주의점을 짚어봤다.
 
 
 
◇‘깡통부동산’, 자금 거의 안 들어 투자에 이용
‘깡통부동산’은 매매 대금이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과 거의 비슷해, 매매에 드는 돈이 거의 없는 부동산을 말한다. 주로 미분양 빌라 등 매매대금이 하락한 지역의 부동산들이 많다. 이번 사건의 대상이 된 부동산들도 미분양(매입자가 없는) 빌라로, 분양회사가 미분양 세대를 직접 세를 줘서 세입자만 있는 상태였다.
 
양씨 등은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이런 부동산을 수배해 사들인 다음, 이를 담보로 대출을 구했다. 검찰은 이들이 “돈이 없어서, 대출을 받으려다 범행을 시작했고, 등기 등에도 돈이 드니 그 돈을 마련하려 범행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은 총 14명, 피해금액은 13억원이다. 부동산을 담보로 2억5000만원을 빌려준 채권자도 있고, 5차례 돈을 빌려준 사람도 있었다. 이들 중 한 피해자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서야 '가짜 서류'를 알게 됐다고 한다.
 

◇‘전입세대열람내역서’, 공문서지만 위조에 취약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부분은 ‘세입자가 있는지’ 여부다. 집 주인이 만약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집을 담보로 한 자금을 받을 사람 중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담보 부동산에 근저당 설정을 해놓아도, 세입자가 우선권을 가진다.
 
‘선순위 세입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서류가 ‘전입세대열람내역서’다. 이 서류는 주민센터에서 자동발급기로 간단히 출력받을 수 있지만, 검찰은 “별도의 간인이나 주민센터 확인이 없는 서류라 위‧변조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양씨를 집주인으로, 김씨를 부동산중개업자로 내세워 범행을 주도한 정씨는 위조 서류를 내밀고 받은 대출액 중 약 20%를 양씨에게 줬다. 김씨에게는 전입세대열람내역서 위조를 맡기고 건당 10만원, 부동산 매물 소개 대가로 건당 50만~100만원을 지급했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와 정씨는 범행을 시인했지만, 김씨는 ‘일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전입세대 열람내역서’ 위조를 담당한 김모씨는 공인중개사가 아니면서 공인중개사인척 하면서 대출과정에서 부동산을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공인중개사가 아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법위반을 적용하기는 어렵고, 사기 혐의로 포함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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