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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가 알바로 일하고 싶다" 편의점주 공포의 주휴수당

서울시내 한 편의점, 직원이 진열대의 상품을 정리 중이다. 중앙포토

서울시내 한 편의점, 직원이 진열대의 상품을 정리 중이다. 중앙포토

1~2월은 편의점의 보릿고개다. 소비자의 발길이 뜸한 가운데, 연말·연초 지출이 많은 탓에 편의점 소비는 줄어든다. 올해 1월엔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다. 최근 2년 새 최저임금이 29%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 15시간 이상 근무자에 꼭 지급하는 주휴수당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편의점주는 시간제 근로자(알바)에게 지난 15일을 전후해 '시급 8350원'으로 인상한 1월 급여를 지급했다. 중앙일보는 이날을 전후해 서울 시내 편의점주 20명을 인터뷰했다.
 
가족끼리 운영하는 4곳을 뺀 16명의 점주 중 주휴수당 포함 시급을 지급한 곳은 절반이었다. 나머지 8곳 중 6명은 주 14시간 미만으로 고용하는 '알바 쪼개기'를 통해 주휴수당을 피해갔다. 알바 수는 늘었지만, 점주 근무 시간도 덩달아 올라갔다. 기존에 8시간씩 2명을 고용했다면 이를 3시간씩 4명으로 바꾸고 나머지 시간을 본인이나 가족이 때우는 식이다. 점주 평균 근무시간은 약 12시간(부부가 24시간 할 경우 12시간)으로 지난해 말 각 편의점가맹점협의회가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와 비슷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서울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성인제(53)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임대료 등 고정비와 가맹비·인건비가 서로 엇비슷했지만, 지금은 인건비 비중이 50%가 됐다"며 "최저시급 인상에 따라 주휴수당·4대 보험료도 같이 올라 점주들이 피부로 느끼는 인건비 부담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주 15시간 이상 알바를 고용하고도 주휴수당을 주지 않은 편의점은 2곳이었다. 점주·직원 간 '합의'에 따라 시급 8350원만 주고받았다. 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 피고용인은 사회적 약자에 속했다. 한 명은 60대 노인, 나머지는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또 주휴수당을 지급한 8명의 점주도 2~6명의 알바 중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알바는 1~2명으로 최소화했다. 결과적으로 90% 이상이 '알바 쪼개기'를 한 셈이다. 이제 편의점서 주 14시간 미만 고용은 대세가 됐다. 
 
◆ "요일마다 알바 쪼개기"
시청 근처에서 편의점을 하는 임모씨는 지난해 직원에게 "알바 시간을 줄여야겠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반응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임씨는 "요즘 알바도 오랫동안 일하는 걸 원치 않는다. 대학생의 경우 시급이 올라 하루만 일해도 용돈 벌이는 되기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얘기가 잘 됐다"고 말했다. 임씨는 총 7명이나 되는 알바를 요일마다 각각 1명씩 배치했다. 주중 월·수·금은 대학생, 화·목은 주부, 토·일 각 1명이다. 또 야간은 중국 유학생과 대학원생 2명이 맡는다.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인원은 2명뿐이다. 임씨도 하루 10~12시간 근무한다.  
 
늘어난 알바로 점주 부담은 더 커졌다. 짧게 일하고 빠지는 알바 교육도 그중 하나다. 화곡동에서 편의점을 하는 심모씨는 "알바가 6명인데, 관리가 힘들다. 한두명 고용할 때는 믿고 맡겼는데, 요즘은 일일이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알바도 고충이 있을 거다"며 "짧게 일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알바생도 알고 보니 낮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 우리 점포에 와서 일하더라. 투잡·쓰리잡이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 "노인, 중국 유학생 고용"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모씨(68)는 부부가 번갈아가며 하루 20시간을 책임진다. 나머지 4시간은 평소 알고 지낸 60대 노인이 맡는다. 주 20시간 이상 근무하는 60대 노인 알바에게 주휴수당 지급해야 하지만, 지난달 월급은 시급 8350원만 계산해 지급했다. 김씨는 "일하기 전 서로 협의했다"며 "법에 맞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수익이 박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점포만 정리되면 시급 8350원 받고 알바로 일하고 싶다. 아내도 똑같은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편의점엔 중국인 유학생 알바가 눈에 띈다. 특히 야간 알바 등 '기피 시간대'에 더 많아졌다. 최근 들어선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유학생을 고용하는 경우도 잦다. 유학생은 주 20시간 근무할 수 없는데, 이를 어기는 곳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점주·직원 모두 불법에 해당하지만, 그래서 서로 '암묵적 합의'를 하고 일하는 셈이다. 중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모씨는 "주휴수당 피하려 중국 유학생 쓴다. 물론 (노동청에) 신고하면 줘야 하는 건 같지만, 알바도 불리하니까 실제로 그런 일은 없다"며 "지금은 방학이라 중국으로 돌아가고 없는데, 개학하면 다들 중국 유학생 쓰려고 할 거다. 한국 학생들만 알바 뺏기게 생겼다"고 말했다. 
 
◆ "접고 싶어도 위약금 때문에"
"대목이라는 설 명절에 하루 매출이 130만~140만원이었다. 접고 싶어도 위약금 때문에 못 접는다. 5년 계약해 아직 3년 남았는데, 가게에 나가는 게 감옥에 가는 기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점주의 이렇게 말했다. 서울 도봉구의 임모 점주도 "수익이 얼마냐가 아니라 계약 기간까지 버틸 수 있느냐가 걱정"라며 "지금 그만두면 위약금을 5000만원이나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을 여러 개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도 힘든 건 마찬가지다. 경기가 좋을 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지만, 최근 비용 상승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7개 점포를 운영하는 유모씨는 "13년 전 권리금 3억에 들어간 점포를 최근 4000만원에 넘겼다. 그간에 벌어들인 수익이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13년 일해 딱 본전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접으려고 보니 퇴직금도 만만치 않다. 다점포 하는 사람 중엔 이것 때문에 더 힘들어한다"며 "앞으로 편의점에서 11개월 이상 일하는 직원은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제 편의점은 가족 경영"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김모씨는 최근 본사와 협의해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문을 닫는다. 하루 14시간 근무하니 가족 경영이 가능해졌다. 김씨는 오전 7시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이후 시간은 부인이 책임진다. 주말엔 아들과 딸이 부인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니까 김씨는 하루도 쉬지 못한 셈이다. 김씨는 "석 달 전까지 65세 이상 노인을 알바로 썼는데, 그마저도 정리했다"고 말했다.    
 
8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장모씨는 남편과 번갈아 12시간씩 맞교대한다. 장모씨는 "3년 전부터 알바를 쓰지 않는다. 병원 가기도 힘들다"고 했다. 이어 "알바 쓰고 싶어도 못 쓴다. 온종일 일해도 가져가는 돈은 200만원 남짓"이라고 말했다.  
 
김영주·신혜연·백희연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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