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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이냐 처우 개선이냐…‘극한직업’ 경찰 현실서 보려면

영화 ‘극한직업’ 속 경찰들은 뭔가 어설프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일당백’으로 변신합니다. 열악한 근무여건에서도 수십명의 마약 조직과 맨몸으로 혈투를 벌여 제압합니다. 결말은 팀원 전원 ‘특진’이라는 해피엔딩입니다. 영화 ‘베테랑’의 경찰도 마찬가집니다. 그들은 끈기 있게 달라붙어 재벌2세에게 수갑을 채웁니다.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대사는 지금도 회자됩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하지만 현실 속 경찰은 다릅니다. 주요 사건마다 ‘미온 대응’이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반대편에선 ‘과잉진압, 인권 논란’에 휘말려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지만 왜 우리 경찰은 ‘일당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올까요. 현장 경찰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아 2회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상> 영화에 나오는 '일당백’ 경찰, 현실엔 없는 이유 
<하> 승진이냐 처우 개선이냐 ‘현장 경찰’ 기피 해법은

영화 '극한직업' 속 경찰관들은 집에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오랜 잠복근무 끝에 마약밀매조직과 마주하고 그들을 소탕한다. [사진 '극한직업' 스틸컷]

영화 '극한직업' 속 경찰관들은 집에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오랜 잠복근무 끝에 마약밀매조직과 마주하고 그들을 소탕한다. [사진 '극한직업' 스틸컷]

 
미국 경찰 등 선진국의 경찰은 한국 경찰과 달리 내근보다는 외근직을, 단순 승진보단 형사 분야 등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승진에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현장 경찰이 우대 받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게 근본적인 차이로 꼽힌다. 지역 경찰, 주 경찰, 연방 경찰 등 체계가 복잡하긴 하지만 미국 경찰에도 승진제도가 있다. 계급이 올라가는 승진의 경우 필기ㆍ면접시험으로 선발하고 승급은 경찰의 자체선발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는 승진하는 경찰보다 현장에서 능력을 쌓은 베테랑들이 더 인정받는다”고 입을 모은다. 승진에 누락되는 것을 “물 먹는다”고 표현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경찰과 달리 미국 경찰들은 각종 보상이나 사회적 대우를 바탕으로 “나는 현장에서 뛰는 경찰”이라는 프라이드를 갖는다는 것이다. 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현장에서 범죄자를 검거하는 미국 경찰들은 내근직으로 승급하는 인사가 나더라도 ‘내가 현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냐’고 실망할 정도로 우리 경찰과는 문화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경찰 이미지. [연합뉴스]

미국 뉴욕 경찰 이미지. [연합뉴스]

이런 ‘프라이드’의 근원에는 경찰을 우대하는 봉급체계가 있다. 미국의 경찰 등급(gradeㆍ총 15등급) 중 현장에서 뛰는 경찰은 3~10등급으로 분류된다. 이중 하위 등급인 3등급의 평균연봉(2017년 기준)은 3만686달러(약 3455만원)로 같은 연차의 일반 공무원(2만6138달러. 약 2934만원)보다 17.4% 더 높다. 우리나라에서 순경(1호봉)의 봉급은 월 153만원으로 일반직 공무원(9급 1호봉, 144만8000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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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등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법정에서 증언을 하면 이른바 ‘증언 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순찰, 가정폭력 전문 경찰들이 이런 수당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강력계 등 분야에서 장기간 근속한 ‘베테랑’들이 경찰서장보다도 더 많은 봉급과 수당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경찰은 현장 인력을 위해 각종 수당도 지급한다. ‘수사관 상시출동가능수당’인데 반드시 출동하지 않더라도 출동 대기 상황에서 받는 스트레스나 긴장 상태 유지를 인정해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초과 근무수당과 별도로 봉급의 약 20%를 책정해 지급한다. 국내 경찰은 112 신고(오후10시~오전6시)를 받고 출동하면 건 당 3000원의 출동수당을 받는다. 이마저도 하루 3만원(10건)으로 제한돼 있다.
 
전문성을 갖춘 선진국의 경찰은 퇴직 이후에도 사회에서 더 우대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선 고위직 경찰보다 실제 현장경험으로 무장된 베테랑 형사들이 사설탐정 기관 등에 우선 채용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현장 경찰 승진 우대” vs “보수 현실화가 우선”
영화 '극한직업' 속 고반장(류승용)은 치킨집 사장이 된 후 경찰 월급으로는 엄두도 못 내던 명품 가방을 부인에게 선물한다. [사진 '극한직업' 스틸컷]

영화 '극한직업' 속 고반장(류승용)은 치킨집 사장이 된 후 경찰 월급으로는 엄두도 못 내던 명품 가방을 부인에게 선물한다. [사진 '극한직업' 스틸컷]

경찰 출신 교수와 국회의원 등 전문가들에게 ‘현장경찰 기피 현상’에 대해 묻자 의견이 엇갈렸다. “최일선에서 대민업무를 담당하는 경찰들을 승진에서 우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승진보다는 합당한 보상을 해주는 게 우선”는 의견도 있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현장에서 뛰는 사람보다 지휘권자의 지근거리에 있는 참모들이 승진하는 건 경찰뿐 아니라 모든 조직의 공통적 문제”라면서도 “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은 결국 국가의 치안과 직결되기 때문에 일선 경찰들이 대우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서울 서초‧수서‧송파서 수사과장과 관악서 여성청소년과장을 지냈다. 권 의원은 “강력 분야 등 현장에서의 성과를 더 인정해줘야 하고, 경찰의 능력과 성과는 결국 ‘범죄 척결과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로 판가름 나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 출신 이훈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본청 등 주요 기관의 기획 업무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런 기획 업무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시행되는 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인력도 승진 등에서 우대를 받아야 현장에 활력이 생기고 국민들도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청장을 지낸 한 국회의원은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찰을 우대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방식이 꼭 승진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찰은 일반 공무원보다 20% 정도 보수를 더 받는다”며 “박봉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찰들이 많은 만큼 단순 승진보다는 업무에 상응한 보상을 하고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등 각종 처우를 개선해주는 게 우선이다”고 밝혔다.  
 
박현호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실제로 본청이나 지방청 등에서 일하는 이른바 ‘엘리트 경찰’이라고 불리는 경찰들도 나름의 고충과 어려움을 겪으며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현장 경찰의 승진 비율을 늘릴 순 있지만 인위적으로 내근직과 외근직을 나눠 승진을 검토하는 건 또다른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본청에서 근무하든 현장에서 근무하든 제대로 열심히 일한 사람이 승진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경찰 내부에 갖춰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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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