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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천국’ 파리 10년 새 20만 명이 차를 버렸다

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 ⑦경유차 없애면 미세먼지 좋아진다? 
파리시처 앞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꽉 막힌 차량 행렬을 지나고 있다. 파리시는 친환경등급제 시행과 함께 도로를 줄이는 대신 자전거도로를 넓히는 등 대체 교통수단을 확대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파리시처 앞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꽉 막힌 차량 행렬을 지나고 있다. 파리시는 친환경등급제 시행과 함께 도로를 줄이는 대신 자전거도로를 넓히는 등 대체 교통수단을 확대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지난해 12월 3일 오전 9시 프랑스 파리시청 앞 도로. 
 
일방통행길을 따라 꽉 막힌 차들의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바로 옆에 나란히 놓인 자전거도로에는 자전거와 전동스쿠터를 탄 시민들이 빠른 속도로 차를 앞질러 갔다. 
 
콩코드 광장에서 바스티유 광장까지 파리 도심을 가로지르는 이 도로는 최근 차선을 줄이고 자전거도로를 넓히는 공사를 시작했다. 파리 시민들이 차량 대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파리시민들이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파리시민들이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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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곳곳에는 파리의 공유 자전거인 벨리브 정류장도 있었다. 연두색은 일반 자전거, 하늘색은 최근 도입된 전기자전거다. 
 
세바스티앙(32)은 “출퇴근할 때에는 자동차를 집에 두고 지하철을 타거나 벨리브를 이용한다”며 “차선이 줄거나 막히는 곳도 많아 차를 가져가면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노후 경유차, 파리시내 운행 금지 
파리시내에 주차된 차량 앞 유리에 친환경등급이 표시된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천권필 기자.

파리시내에 주차된 차량 앞 유리에 친환경등급이 표시된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천권필 기자.

시내에 주차된 차 앞 유리에는 숫자가 적힌 여러 색깔의 동그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오토바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6년부터 파리에서 시행 중인 ‘친환경 등급제(Crit‘Air)’ 때문이다. 
 
파리시의 모든 차량은 제조 시기와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0~5등급으로 나뉜다. 특히 2000년 이전에 등록된 경유차는 5등급으로 분류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내 운행이 금지된다. 
 
스티커를 붙이지 않거나 운행제한 대상 차를 타다가 적발되면 승용차는 68유로(약 8만7000원), 대형 화물차는 138유로(약 17만6000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미세먼지 줄이고자 경유차 규제
파리시민들이 차량 대신 공유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파리시민들이 차량 대신 공유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천권필 기자.

파리시가 이렇게 경유차와의 전쟁을 벌이는 가장 큰 이유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2017년 파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4㎍(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서울(25㎍/㎥)보다 낮지만 유럽 내에서는 동유럽 지역을 제외하면 높은 수준이다. 
 
파리의 대기오염 측정기관인 ‘에어파리프(Airparif)’에 따르면 파리 지역 인구의 85%가 프랑스 공기 질 기준을 초과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돼 있다. 
 
소피 모크타르 에어파리프 선임연구원은 “파리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은 경유차이고 그다음이 난방인데, 두 요인이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며 “파리시가 강력한 교통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도 차량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유럽 내에서도 경유차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2015년 기준으로 경유차 비중이 64.2%로 휘발유차(34.5%)의 두 배에 육박한다. 
 
2000년대 이후 스모그가 자주 발생하는 등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파리시는 강력한 교통 대책들을 잇따라 내놨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모두 여덟 차례 민간 차량 2부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차량 2부제 대신 친환경 등급제를 도입해 본격적인 경유차 퇴출에 나섰다. 당시 자동차연맹에서 파리시가 도심 진입을 막는다며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대기오염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을 가진 파리시의 손을 들어줬다.
 
“2024년까지 경유차 파리서 퇴출” 
파리지역의 초미세먼지 오염도 변화. 붉은색이 진할수록 농도가 높다는 뜻이다. 해가 갈수록 초미세먼지 농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Airpariff 제공]

파리지역의 초미세먼지 오염도 변화. 붉은색이 진할수록 농도가 높다는 뜻이다. 해가 갈수록 초미세먼지 농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Airpariff 제공]

파리시는 시내 교통량을 줄이기 위한 ‘도로 다이어트’도 병행했다. 도심 곳곳에 ‘시속 30㎞ 제한구역’과 보행자 도로를 만들었다. 
 
모크타르 선임연구원은 “차량의 속도를 시속 30㎞ 이하로 낮추면 브레이크를 밟는 횟수가 줄면서 도로 오염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운행 속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책 덕분에 파리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02~2017년 사이 파리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38%가량 줄었다. 특히, 친환경등급제를 시행한 첫 1년 동안 초미세먼지가 11%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헤르브르비페 파리시 교통담당관은 “10년 전만 해도 파리 시민(220만 명) 중에서 차를 가지고 있는 비율이 50%였지만, 최근 39%까지 줄었고 그나마 대부분 주말에만 이용한다”며 “도로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교통 체증도 해마다 3%씩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시는 올여름부터 4등급 차량도 상시로 운행을 제한할 예정이다. 파리의 첫 여성 시장인 안 이달고(Anne Hidalgo)는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시내에서 경유차를 완전히 몰아내겠다고 밝혔다. 르비페 담당관은 “2022년에 3단계, 2024년에 2단계로 운행 제한 대상을 확대해 경유차를 완전히 없애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브뤼셀, 미세먼지 최악일 땐 모든 차량 운행 금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유럽 내 다른 국가들에서도 대기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노후 경유차의 운행 제한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현재 영국 런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유럽 내 264개 도시에서 도심 자동차 운행 제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벨기에 브뤼셀시는 올해부터 유로 2(2000년 이전 등록) 경유차의 운행을 상시로 금지했다. 또 지난 9년간의 대기오염 수치를 토대로 미세먼지 농도를 4단계(0~3)로 구분해 단계에 따라 운행 제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세먼지(PM10) 농도가 200㎍/㎥을 넘는 3단계가 되면 예외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운행이 금지된다. 
 
마라 카벨리에 브뤼셀시 환경국 대기질 담당은 “8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운행 제한 제도를 시행했고, 노후차를 폐차하면 자동차나 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 목표는 노후차를 새로운 차로 바꾸는 게 아니고 시내에서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뤼셀시는 2030년까지 경유차를 시내에서 퇴출할 계획이다. 
 
김영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객원연구원(한국교통연구원 박사)은 “파리시는 10년 전부터 수없이 많은 도로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는 등 전기차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며 “도시에 오염물질을 내뿜는 차량이 못 들어오게 하려면 이에 따른 모빌리티(이동) 공백을 어떻게 매울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리·브뤼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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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진실 혹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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