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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좀 울어도 괜찮아요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작업했다. 피를 토하고 뼈를 깎으며 만들었다.” 20일 개봉한 영화 ‘사바하’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쏟은 장재현 감독의 변이다. 이후 그는 “그날 영화를 처음 본 배우들이 너무 좋아해서 마음이 녹아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지만 호사가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당장 “그렇게 울 거면 영화를 더 잘 만들었어야 했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본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감 부족’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링 위에 오르게 된 셈이다.
 
흥행 성패 여부를 떠나 안타까웠다. 어릴 적부터 “울면 지는 거야”란 말을 제일 싫어한 사람으로서 동지의식이 발현됐다고 해야 할까. 대체 왜 울면 지는 것이란 말인가. 울고도 이길 수 있고, 이기고도 울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만난 여배우 A와 B도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였다. 해방감과 부담감이 뒤섞인 눈물이었지만 기사에는 쓰지 말아 달라고 했다. 스스로 프로답지 못하다 여겼을 터다.
 
이처럼 우리는 유독 눈물에 박하다. 기쁘면 웃음이 나오고 졸리면 하품이 나오는 법이거늘 눈물에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상한 고정관념도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특히 그렇다. 매 라운드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살아남은 자는 눈물을 펑펑 쏟지만, 정작 떠나는 자는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삼킨다. 승자는 “미안하다”는 핑계로 마음껏 울 수 있지만, 패자에게는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진짜 감정에 충실하면 안 되는 걸까.
 
사실 우리는 속마음을 감추는 데 더 익숙하다. 비단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서 속마음은 들키면 안 되는 것, 혹은 드러내면 촌스러운 것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곧 속내를 내비친단 얘기다. 그러니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라고 ‘들장미 소녀 캔디’ 주제가를 곱씹으며 속마음을 억누른다. 외롭고 슬프면 막 울어야지 참긴 왜 참나. 마음속 독소가 쌓이면 병이 될 뿐인데.
 
최근 각기 다른 예능에 출연한 남성 연예인들이 일제히 “눈물이 많아졌다”고 고백하는 걸 보며 내심 반가웠다. 이들은 갱년기 증상이라 토로했지만, 그만큼은 솔직해져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느껴져서다. 울어도 되는 나이가 따로 있을까. 갱년기든 청춘이든 내세울 방패막 없이도 자유로이 울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그 눈물이 어디서 비롯됐든 간에 정서적 안정을 제공했다면 제 몫을 다한 셈이다. 몸과 맘 모두 건강한 삶을 원하는가. 남 눈치 보는 것보다 내 감정을 돌보는 게 그 답이다.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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