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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주목 받는 18세기 영국 궁정, 세 여성의 파워 게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굳이 주·조연을 안 나누고 주는 ‘앙상블 연기상’이 있다면, 이 영화의 몫일 것 같다. 21일 개봉하는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원제 The Favourite)는 세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이들이 표현하는 세 인물의 개성이 확실하게 빛나는 영화다.
 
배경은 1700년대 영국 궁정. 권력과 욕망, 질투와 배신이 교차하는 흥미진진한 전개는 중심인물 셋이 모두 여성이란 점에서 단연 새로운 맛을 더한다. 최고 권력자 앤 여왕, 그와 특별한 관계인 권력 실세 사라 제닝스, 그리고 밑바닥에서 출발해 사라의 경쟁자가 되는 에비게일 힐이 그들이다.
 
사라의 경쟁자가 되는 애비게일(엠마 스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사라의 경쟁자가 되는 애비게일(엠마 스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몰락한 귀족 에비게일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은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초반부터 눈을 붙잡는다. 친척 사라를 찾아와 하녀나 다름없는 일자리를 구한 에비게일은 신임을 얻어 여왕에게 다가가는 기회를 잡는다. 주위의 심술과 훼방에 쉽게 주눅 들지 않는 유쾌하고 당찬 기질은 18세기가 아니라 현대의 여성을 보는 것 같다.
 
권력 실세 사라(레이첼 와이즈).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권력 실세 사라(레이첼 와이즈).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그를 발탁한 사라야말로 매사 자신감 넘치는 강력한 인물. 국정을 쥐락펴락하는 힘은 남편 말버러 공작의 후광이 아니라 그 자신이 여왕의 절친이란 데서 나온다. 사라는 정치인으로서나 연인으로서나 밀당에 강한데, 이를 소화하는 레이첼 와이즈의 연기 역시 강력하고도 힘조절에 능숙하다. 사라가 에비게일에게 뒤통수를 맞은 뒤에도 여왕의 사랑을 향한 둘의 경쟁이 팽팽하게 이어지는 배경이다.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 [AP=연합뉴스]

앤 여왕(올리비아 콜맨). [AP=연합뉴스]

두 사람에 비하면 앤 여왕은 초반에는 존재감이 덜하다. 통풍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거나 사라에게 휘둘리는 게 전부인 듯 그려진다. 하지만 여왕이야말로 삼각 구도의 중심. 동성과 남몰래 맺어온 연인관계가 관객에 드러나는 것과 함께 허약한 듯 강력하고, 괴팍한 듯 단호한 면모가 서서히 부각된다. 광기 어린 연기로 왕 역할을 해낸 배우가 한둘 아니지만, 이런 여왕은 없었다. 이를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은 주로 TV에서 활약해온 영국 배우. 이 영화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올해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여성이 주도하는 이야기의 특징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하는 토리당 당수와 에비게일의 역학관계가 변하는 모습도, 에비게일이 신분상승을 위해 결혼을 이용하는 과정도 결국 상대 남성이 아니라 에비게일에게 힘이 실린다. 웬만해선 여성의 벗은 몸을 눈요기로 보여주지도 않는다. 본래 권력은 비정하고, 권력도 애정도 공유가 불가능한 것, 그래서 결말이 해피엔딩일 순 없지만, 셋 중 누구도 일방적으로 농락당하는 일 없이 긴장을 이어간다. 연출을 맡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희한한 이야기로 큰 호평을 받아왔다. 칸영화제에서는 연애 안 하는 사람은 동물이 되어야 하는 ‘더 랍스터’로 심사위원상을, 잘 나가는 의사가 끔찍한 저주를 겪는 ‘킬링 디어’로 각본상을 받았다.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그의 각본이 아니다. 영화 경력이 전혀 없는 작가 데보라 데이비스가 20년 전 처음 쓴 초고가 바탕이 됐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작품·감독·각본·촬영 등 8개 부문, 엠마 스톤과 레이첼 와이즈가 나란히 후보가 된 여우조연상까지 모두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올리비아 콜맨은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 ‘로마’의 얄리차 아파리시오,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 ‘캔 유 에버 포기브 미’의 멜리사 맥카시와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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