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부모마저 바깥 연락 끊고 완벽 고립…궁금증만 증폭

외부차단 병동에 48일째 입원중인 신재민 근황은
지난달 2일 서울 역삼동에서 자신의 폭로내용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떠나고 있는 신재민 전 사무관.

지난달 2일 서울 역삼동에서 자신의 폭로내용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떠나고 있는 신재민 전 사무관.

“지금은 면회시간이 아닌 데다 가족 이외는 면회가 절대 안 됩니다. 나가주십시오.” 17일 서울대 분당 병원. “청와대가 KT&G·서울신문 사장 인사에 개입하고 기획재정부에 국채 발행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입원 중인 곳이다. 폭로가 논란에 휩싸이자 그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한 끝에 지난달 3일 관악구 한 모텔에서 발견됐었다. 신 전 사무관은 발견 당시 생명에 이상은 없었지만, 심리적 안정을 위해 보라매병원을 거쳐 3일 오후 분당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
 
신 전 사무관이 장기입원 중인 분당서울대병원 81병동.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1인실 전용 병동이다. [중앙포토]

신 전 사무관이 장기입원 중인 분당서울대병원 81병동.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1인실 전용 병동이다. [중앙포토]

그가 입원한 ‘81병동’을 찾아간 필자에게 병동 관계자는 ‘출입 엄금’을 강조하며 문을 닫아걸었다. 신 전 사무관이 입원한 81병동은 외부 접촉이 엄격히 차단된 곳이다. 면회는 의사의 처방 아래 오직 직계 가족만 낮 12~2시 및 오후 5~8시대에 1시간 이내로 가능하다. 환자의 외부 출입도 엄격히 통제된다. 역시 의사의 처방 아래 면회 가능 시간대에 반드시 보호자와 동반해 1시간 안에 병원 내부를 산책할 수 있을 뿐이다. 직계 가족이 환자를 면회하는 경우 핸드폰을 보관함에 넣어두고, 병문안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신 전 사무관은 20일 현재 이 병동에 48일째 입원해있다. 병원 측은 신 전 비서관의 입원 사실만 확인해줬을 뿐 환자 정보 보안 의무를 이유로 장기 입원 이유에는 함구하고 있다. 역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한 끝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의혹을 폭로 중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서울 북부 지역에 거주 중인 신 전 사무관의 부모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을 발견했던 경찰 관계자와만 10여일간 접촉했지만 그 뒤론 그마저도 연락이 끊어졌다. 경찰 관계자에게 물었다.
 
발견 당시 신 전 사무관의 용태는.
“신체상으로 문제가 없었으나 정신적으로는 불안해했다. 부모와 편하게 대화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의사의 권유로 입원했던 건데 특별히 무슨 병명이 나올만한 (위급) 상황은 아닌 듯했다.”
 
의사가 며칠 정도 입원하라고 했나.
“‘일정 기간’이라고만 했다. 병원 측은 신 전 사무관이 불안 치유와 함께 언론의 조명이 집중된 시기를 폐쇄된 (병원) 공간에서 보내는 게  낫겠다고 본 듯하다.”
 
왜 외부와 차단된 병동에 입원케 했을까.
“사견인데 신 전 사무관이 병원을 나가면 (극단적 선택을) 다시 시도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판단해 1인실로만 구성된 병동에 입원시킨 듯하다.”
 
그래도 32세 젊은이가 50일 가까이 입원 중이라면 특이한 것 아닌가.
“내 경험에 따르면 동종(극단적 선택 시도) 전력이 있는 사람은 수개월까지도 입원하는 경우가 있다. 신 전 사무관은 동종 전력이 없어 조금 이례적으로 보인다. 단순히 불안 증세 때문에만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언론의 관심이 사그라들 때까지 피해있자는 의도로 보인다는 건가.
“신 전 사무관 부모가 그런 의중이 가장 강했다. 언론의 접근을 워낙 두려워해 아들은 물론 자신들의 신원이 드러나는 걸 극구 꺼렸다. 경찰관인 나조차 안 믿어 신분증과 핸드폰 메시지를 보여주고 나서야 안면을 텄을 정도였다.”
 
부모는 사건이 어떻게 종결되길 원하나.
“내게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더는 나오지 않으면 만족하겠다고 하더라. (둘 중 무엇을 더 걱정하던가?) 아무래도 검찰 수사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를 많이 묻더라. 기재부가 소속 직원이었던 아들을 고발한 데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 전 사무관 폭로 유튜브 영상 촬영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친구 장 모 씨는 “재민이가 입원한 뒤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어 근황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에게 물었다.
 
친구인데 왜 50일 가까이 접촉을 안 했나.
“(재민이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꼬치꼬치 연락하지 않고 재민이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친구가 장기 입원 중인데 걱정이 안 되나.
“솔직히 말해 무소식이 희소식인 친구다. (왜 그런가?) 그 친구 근황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뉴스가 뜰 것 아닌가.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오히려 별일이 없으니까 무소식 아니겠나”
 
국민이 안위를 걱정하는데 최소한 건강 상태만이라도 공개돼야 하지 않을까.
“본인이 노출하고 싶을 때 할 것 같다.”
 
신재민 씨가 그런 뜻을 비쳤나.
“내가 재민이로부터 들은 얘기는 아니고, 객관적으로 보면 재민이가 지금 언론 노출을 피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걸 돕는 차원에서 일부러 연락을 안 하고 있다. 내가 알게 되면 (근황이) 누출될까봐 아예 모르고 지내고 있는 거다.”
 
신 전 사무관의 장기 입원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고발한 사건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재부는 지난달 2일 신 전 사무관이 KT&G 관련 동향보고 문건을 유출하고 적자 국채 추가 발행 관련 논의 과정을 공개한 행위가 공무상 비밀누설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그 뒤 이 사건은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송됐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고발한 사건을 서부지검이 수사 중인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뒤 수사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법조 관계자들은 “신 전 사무관 소환 조사가 핵심인데 그가 장기 입원하고 있으니 수사는 정지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서부지검 측은 “신 전 사무관 사건을 수사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소환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기재부 주변에선 “기재부가 고민에 빠져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부하 직원이었던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고픈 뜻이 강하다고 한다. 지난달 9일 기자들에게 “(취하를) 깊이 고민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기밀 유출자’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또 다른 ‘신재민’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구나 신 전 사무관에 대한 동정 여론이 높은 데다 검찰 고발이 내부 고발자에 대한 ‘입막음용’ 꼼수란 비난도 강해 홍 부총리와 기재부는 곤혹스러운 상태라고 한다.
 
야권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신 전 사무관의 근황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3선·강서을)의 말이다. “청와대의 전횡을 폭로한 젊은이가 근황이 일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외부와 차단된 병동에 50일 가까이 입원 중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지 않느냐. 본인의 심적 안정과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도 존중해야지만 국민의 알 권리에 장막이 쳐지면 의혹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신 전 사무관이 그런 폭로를 하게 된 진솔한 입장을 국민이 확인하고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강찬호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