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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년의 이코노믹스] 잘살수록 소득불평등 낮아…분배하되 성장동력 키워야

한국의 소득불평등 순위
“어느덧 우리는 부(富)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우리 경제의 현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대목이다. 이를 둘러싸고 과연 이것이 사실이냐는 논란이 번졌다. 지니계수와 소득집중도를 통해 이 주장을 ‘팩트체크’해 보았다.
 
먼저 지니계수를 보자. 소득이나 부의 불평등 정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의 순위가 몇 번째인지를 정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어떤 소득을 비교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개인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 어떤 자료에 근거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득분배 지표를 산출하기 위한 일반적인 방법은 가계조사를 실시해 표본 가구들의 소득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청이 약 2만 가구의 표본을 선정하고 이들의 소득분포를 가지고 불평등 지표를 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관된 국제 비교가 가능하도록 조사할 소득의 범위라든지 산출할 소득분배 지표의 정의를 제시하고 회원국이 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소득불평등을 측정할 때 ‘시장소득’과 ‘가처분소득’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시장소득이란 개인이 번 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에다 사적으로 이전받은 소득을 더한 것이며 세금이나 연금·건강 보험료 등의 사회보장기여금을 공제하기 전의 소득을 말한다. 가처분소득이란 여기에서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을 공제하고 연금을 비롯한 공적 이전소득을 더한 것을 말한다. 가계는 이 가처분소득을 가지고 소비하거나 저축을 하게 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림 1>은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두 가지 소득 기준에 따라 측정한 지니계수를 보여준다. 지니계수는 모든 사람의 소득이 동일하다고 할 때를 0, 한 사람이 모두 차지하고 있는 경우를 1로 보고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그림에는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불평등이 높아지는 순서로 배열했는데, 한국의 지니계수는 0.355로서 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칠레·터키·미국 다음으로 5번째 불평등이 높은 나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장소득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0.402로 스위스를 제외하면 불평등도가 가장 낮은 나라가 된다. 두 기준의 지니계수의 차이(그림 1에서 막대 그래프와 동그라미 모양 그래프와의 차이)는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보여준다. 서구 국가들은 대부분 시장소득 불평등이 한국보다 높지만, 공제되는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이 크고 연금 등의 공적 이전의 비중이 높아 가처분소득 기준으로 보면 불평등도가 크게 낮아진다. 한국의 불평등이 서구에 비해 높은 것은 소득재분배가 상대적으로 미약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림 1>에는 한국의 데이터가 두 가지로 제시돼 있다. 왼쪽 데이터를 보면 한국의 불평등이 OECD 국가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통계청이 2015년까지 가계동향조사를 기준으로 작성했던 지니계수다. 이 조사가 고소득층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2017년부터는 이를 보완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근거한 자료로 변경됐다. 그 결과 2017년 기준으론 한국의 불평등 순위가 오른쪽 데이터처럼 높아지게 됐다.
 
가계조사로 최상층의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점은 다른 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소득세 자료에 의거해서 상위 1%나 10%가 전체 소득의 몇 %를 차지하는지를 측정하는 ‘소득집중도’다. 소득세 자료에서도 사업소득과 같이 자신의 소득을 신고하는 경우 과소 보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은 원천징수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소득이 파악된다.
 
<그림 2>는 세계불평등자료(World Inequality Database)에 따라 상위 1%의 소득집중도를 비교했다. OECD 회원국이 아닌 나라들도 다수 포함했다. 현재 40개국의 데이터를 얻을 수 있지만, 경제 규모가 큰 나라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최근 연도(주로 2016년)의 수치를 제시해 봤다.
 
소득집중도는 브라질이 28%로 가장 높았고 칠레·터키·이라크·인도·러시아·태국·미국으로 이어진다. 대체로 중동의 산유국이나 중남미·아프리카 국가들의 불평등이 심했다. 그에 비해 유럽의 국가들은 소득집중도가 대체로 10%를 밑돌고 있었고, 영국과 독일이 13~14%로 다소 높았다. 아시아 국가들은 인도처럼 높은 나라도 있지만, 일본·대만은 10%대로 낮았다. 중국이 14%였고, 한국은 12%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위 10% 소득집중도 역시 양상이 다르지 않다.
 
<그림 2>에는 각국의 성인 인구 1인당 소득도 함께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소득이 높은 나라가 불평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우디 같은 중동 산유국과 미국이 1인당 소득과 함께 불평등도 매우 높아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소득집중도가 추계되지 않은 나라들은 한국보다 소득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소득집중도가 한국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의 불평등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한국이 세계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극심한 나라라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 비교의 범위를 OECD 국가로 한정하면 한국은 비교적 불평등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한국이 서구에 비해 복지국가의 연륜이 짧아 소득재분배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로 넓혀 보면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의 불평등이 가장 낮았고,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대만 다음에 한국이 위치하고 있으며, 그 외의 다른 지역은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불평등이 높았다. 결국 재분배로 가처분소득을 높여주되 성장동력을 키워야 소득 불평등이 완화된다고 결론낼 수 있다.
 
소득분배 지표 어떻게 산출하나
먼저 지니(Gini) 계수가 어떻게 불평등을 측정하는지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전체 인구를 소득 순으로 정렬할 경우 하위 50%의 인구가 차지하는 소득의 비중이 가령 30%라고 해보자. 만약 모든 사람의 소득이 동일하다면 소득 하위 50%의 소득 비중은 인구 비중과 같은 50%가 된다. 반대로 한 사람이 소득을 독차지하면 하위 50%의 소득 비중은 0%가 된다. 그렇다면 첫 번째 가정(소득 하위 50%의 소득 비중이 30%)을 기준으로 보면, 불평등의 정도는 현재의 소득 비중(30%)이 완전 평등일 때(50%)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즉 20%)로 측정할 수 있고, 이 경우 0.4(=20%/50%)가 된다.  완전 평등과 완전 불평등일 때에 이 값은 각각 0과 1이 된다. 이것은 인구의 하위 50%인 경우를 예시한 것인데, 실제로 지니계수는 이를 하위 0%~100%의 모든 구간으로 확장해서 구한다.
 
소득분배 지표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소득 순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순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령 1000만원과 3000만원을 각각 버는 맞벌이 부부(A, B)가 미성년 자녀(C)와 은퇴한 노인(D)을 부양하는 4인 가구가 있고, 1000만원을 벌면서 1인 가구로 사는 사람(E)이 있다고 하자. 이 때 1000만원을 벌고 있는 A와 E 중 누구의 소득이 더 높은가.
 
OECD 방식에 따르면, 4인 가구의 소득 합계인 4000만원을 가구원수(=4)로 나누지 않고 그 제곱근(√4=2)으로 나누어 구한 2000만원을 가구 구성원의 1인당 소득으로 간주한다. 혼자 사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살면 소비를 절약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를 감안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되면 A~D의 소득은 각각 2000만원이 되고, 1인 가구인 E의 소득은 1000만원으로 변화가 없다. 이러한 방식으로 가구원 수의 차이를 조정해서 구한 각 개인의 소득을 ‘균등화 소득’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니계수를 비롯한 각종 소득분배 지표는 이 균등화 소득 분포를 이용해 산출된다.
 
이에 대해 상위 1%의 소득집중도를 구할 때에는 2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소득이 높은 순으로 1%에 속하는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몇 %를 차지하는지를 측정한다. 앞 사례로 보면 미성년자(C)를 제외한 사람들이 실제로 번 소득을 가지고 측정한다. 이 경우 은퇴한 노인(D)과 같이 소득이 없는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커지면 소득집중도가 높아지는 편향을 보이게 된다.
 
지니계수는 가구 단위로 소득이 공유되고 소비되는 측면을 잘 포착할 수있다. 다만 그로 인해 가구 규모가 변하면 지니계수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근래에 고령화와 비혼 등의 영향으로 1인 가구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것은 지니계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지니계수는 추계 절차가 복잡한 반면, 소득집중도는 개인을 대상으로 그들이 실제로 번 소득을 가지고 순위를 매긴다는 점에서 알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각 소득분배 지표는 이같이 서로 다른 장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이다. 경제사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국의 장기통계를 정비하고 소득 및 부의 분배를 연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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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