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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하게 말하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충고

기자
박혜은 사진 박혜은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42)
배우 기태영 씨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1+1=1’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뜻이겠거니 싶어 너무 뻔한 설명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듣고 보니 해석이 조금 다릅니다. 너와 내가 만나 둘이 아닌 하나가 되는 이유는 부부가 되기 이전의 내가 결혼하고 날마다 함께하는 상대를 만나면서 양보하거나 포기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내와 남편 서로가 부부가 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나에게서 덜어내야 하는 마이너스의 과정을 통해 1+1이 2가 아닌 1이 됨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계산으로만 본다면 결혼 후, 그 이전의 나의 삶에서 반은 포기하거나 양보할 일이 생긴다는 셈입니다.
 
결혼해서 살다보면 내 것을 포기하거나 양보하는 '마이너스'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진 pixabay]

결혼해서 살다보면 내 것을 포기하거나 양보하는 '마이너스'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진 pixabay]

 
연애 시절에는 한 집에 둘만 있어도 마냥 행복할 것 같았던 일이 현실에선 전혀 그렇지 않음을 많은 부부는 잘 알고 있죠. 지난주 설을 보내면서도 아슬아슬한 순간이 나를 찾아오지 않았던가요? 저 역시 잔소리만 안 하면 완벽하겠다는 남편과 잔소리를 안 하게 해주면 좋겠다는 나 사이의 신경전을 뒤로하며 부부, 그 어려운 관계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욱하고 감정이 올라왔던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보내고는 SNS에서 강연 프로그램을 접했습니다. 강연에서 만난 『자존감 수업』의 저자이기도 한 윤홍균 (정신신경의학과 전문의) 박사는 “어떤 사람과 사랑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방어기제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듯 사랑하게 되면 우리의 뇌에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죠. 도파민이라는 활성화 물질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평소보다 잠을 덜 자면서도 밤을 새워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 물질의 분비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평생 도파민이 분비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죠. 그래서 인체는 도파민이 발생한 후에는 이를 억제하는 억제성 물질, 즉 안정을 가져다주는 ‘가바’라는 물질을 분비한다고 합니다. 이 시기가 소위 말하는 권태기가 되는 셈이죠. 진화론적으로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이 과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노부부가 서로를 아끼는 사랑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콩깍지가 쓰이는 시기와 가바가 발생하는 권태기가 서로 오가는 시기에서 권태기를 보내고 도파민의 시기로 잘 넘어가는 것이 필요한데 이 시기를 큰 후유증 없이 티 내지 않고 다음 도파민 과정으로 넘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존감 수업』의 저자인 윤홍균 박사는 자신의 방어기제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라고 말한다. 권태기와 갈등 상황에서 방어기제가 발생하고,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갈등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부터 '아이 메시지(I-Message)'를 사용하면서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사진 pixabay]

『자존감 수업』의 저자인 윤홍균 박사는 자신의 방어기제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라고 말한다. 권태기와 갈등 상황에서 방어기제가 발생하고,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갈등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부터 '아이 메시지(I-Message)'를 사용하면서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사진 pixabay]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사람에게는 방어기제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방어기제라는 것은 스트레스가 있을 때 우리가 보이는 행동 패턴을 뜻하는데 부부 사이의 권태기뿐 아니라 갈등이 있을 때, 무기력에 빠질 때 등등의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 하는 것이 방어기제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갈등이 생기면 꼭 눈을 마주치면서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 갈등이 생기면 산을 가야 하는 사람과 만난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춘 사람을 만날까에 대해서는 내가 먼저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세련되게 표현해야겠다’입니다. 그리고 그 세련된 표현의 키워드는 6글자, 바로 ‘내가 원하는 건’입니다. 익숙하게 들어왔던 ‘아이 메시지(I-Message)’이죠.
 
스트레스가 올라오는 상황이기에 주어가 ‘너’가 되면 안 된다는 거죠. 이미 많이 들어 왔듯이 ‘너 왜 그래? 네가 그랬어야지?’ 같은 표현은 비난의 표현으로 결국 싸움으로밖에 이어지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겁니다.
 
사랑을 지속해서 하는 건 아주 힘든 일임과 동시에 반드시 노력이 필요한데, 권태기가 오더라도 성숙한 방어기제로 그 시기를 슬기롭게 보낼 수 있다면 누구나 바라는 서로에게 기댄 채 손잡고 길을 걷는 백발의 노부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상냥한 사람과 결혼하라고 말한다.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상냥한 사람과 결혼하라고 말한다.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의 결혼식에 베스트맨으로 부부 앞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결혼하는 사람에게 항상 한 가지만 충고해 준다고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결혼하면) 끝엔 우리 모두 다 비슷하다고, 모두 늙고 같은 얘기를 수십 번씩 반복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상냥한 사람과 결혼하라고 말합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상냥한 사람과 강연에서 전한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에서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1+1의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결혼 전의 나는 그대로 둔 채 1의 결과물을 위한 상대방만의 변화를 원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리고 나는 나의 방어기제가 무엇인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을까를 돌아봅니다.
 
물론 욱하고 감정이 올라오는 순간, 큰 호흡으로 화를 가라앉히고 “내가 원하는 건~” 이라고 말하기가 처음부터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먼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는 무엇이 필요한 사람인지 잘 생각해 보는 것, 그리고 상냥하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아내가 되려는 노력은 누구보다 나를 위해 필요해 보입니다.
 
박혜은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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