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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속 경찰, 현실에선···"몸쓰는 곰, 승진은 바늘구멍"

영화 ‘극한직업’ 속 경찰들은 뭔가 어설프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일당백’으로 변신합니다. 열악한 근무여건에서도 수십명의 마약 조직과 맨몸으로 혈투를 벌여 제압합니다. 결말은 팀원 전원 ‘특진’이라는 해피엔딩입니다. 영화 ‘베테랑’의 경찰도 마찬가집니다. 그들은 끈기 있게 달라붙어 재벌2세에게 수갑을 채웁니다.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대사는 지금도 회자됩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하지만 현실 속 경찰은 다릅니다. 주요 사건마다 ‘미온 대응’이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습니다. 반대편에선 ‘과잉진압, 인권 논란’에 휘말려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지만 왜 우리 경찰은 ‘일당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올까요. 현장 경찰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담아 2회 시리즈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상> 영화에 나오는 '일당백; 경찰, 현실엔 없는 이유
<하> 승진이냐 처우 개선이냐 ‘현장 경찰’ 기피 해법은
 
영화 ‘극한직업’ 속 경찰들은 뭔가 어설프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일당백’으로 변신한다. [사진 '극한직업' 스틸컷]

영화 ‘극한직업’ 속 경찰들은 뭔가 어설프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일당백’으로 변신한다. [사진 '극한직업' 스틸컷]

흥행몰이 중인 영화 ‘극한직업’ 속 경찰은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마약밀매조직을 제압한다. 그러나 현실 속 경찰은 범인 앞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을 종종 받는다. 지난달 13일 서울 암사역 칼부림 사건에서는 경찰이 쏜 테이저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칼을 든 10대가 시민들 쪽으로 도망가면서 경찰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4월 광주 집단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출동 경찰이 조직폭력배인 가해자들을 제압하지 못하고 물러서는 듯한 모습의 폐쇄회로(CC)TV가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일각에선 “경찰 공권력이 바닥을 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치안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 경찰이 왜 이런 비판에 휩싸인 것일까. 일선 형사들은 “현장을 뛰는 경찰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내근 경찰은 승승장구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 범인을 잡는 보직에 대한 급여, 승진 등 인센티브가 부족한 데다가, 업무는 고된 반면 ‘인권 논란’ 등 송사에 휩싸이기 쉽다 보니 강력‧형사‧지구대 같은 현장 부서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경찰대를 졸업한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파출소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열심히 일해도 티가 나지 않으니 누가 가고 싶어 하겠느냐”며 “현장은 일만 하고 승진 기회는 박탈당했다는 불만이 쌓이고, 내근 경찰이 승진하는 현상이 반복되니 조직이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했다.  
 
“밤낮없이 일해도 승진은 바늘구멍 뚫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익명으로 입을 연 경찰들은 “기획수사를 하는 경찰청이나 지방청은 이른바 승진코스”라며 “언제나 말로는 ‘현장 중심’이라지만 승진에서 밀리니 현장 인력은 괴리감을 느끼는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경찰 승진 방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직무수행 평가 점수로 결정하는 심사승진, 시험승진, 근속승진, 특별승진(특진)이다.  
 
영화 '극한직업' 속 경찰들은 특별승진(특진)하며 해피엔딩을 맞지만, 현장 경찰들은 "특진은 바늘구멍 뚫기"라고 말했다. [사진 '극한직업' 스틸컷]

영화 '극한직업' 속 경찰들은 특별승진(특진)하며 해피엔딩을 맞지만, 현장 경찰들은 "특진은 바늘구멍 뚫기"라고 말했다. [사진 '극한직업' 스틸컷]

서울 지역 형사과에서 근무하는 한 경감은 “밤낮없이 당직, 잠복근무를 하다 보면 승진 시험을 준비하는 건 사치”라며 “믿을 건 특진인데 이마저도 바늘구멍 뚫기라 아예 승진을 포기한다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에는 ‘경찰청장 또는 해양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수시로 특진을 실시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실제 특진은 전체 승진 가능 인원의 10% 선에서 이뤄진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20년 이상 근무한 강력계 형사는 “늘 술 취한 시민에게 가래침을 맞거나, 강력사건 등에 대응하느라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데 이런 건 점수화되지 않는다”며 “묵묵히 일하는 ‘곰’보단 머리 쓰는 ‘여우’가 돼야 승진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내근 업무를 주로 했던 한 경정도 “현장 경찰이 승진에서 우대받아야 한다는 건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구조가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찰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도 총경 승진 예정자 명단 82명 중 일선 경찰서 출신은 8명뿐이었다. 본청에서 17명, 나머지는 모두 지방청 재직자였다. 총경은 경무관 바로 밑 계급으로 경찰 고위직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으로 불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계급 체계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에펠탑 모양이다. 그렇다 보니 승진되는 자리가 따로 정해진 기형 구조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아리 모양의 계급 체계로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잠 못 자고 출동해도 수당 3000원”
음주단속 자료사진. [뉴스1]

음주단속 자료사진. [뉴스1]

경찰들은 피의자 인권 논란을 의식하다 보니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서울지역 교통과에서 근무하는 한 경위는 “범법행위 저지른 게 명백해도 과잉진압을 얘기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녹음과 영상 촬영이 워낙 보편화해 있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장 경찰들은 일하는 강도에 비해 만족할 수 없는 보수도 사기를 꺾는 이유로 꼽았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순경에 따르면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출동 수당은 건당 3000원에 불과하다. 이 순경은 “9급 행정직과 월급도 대동소이하다”며 “4일에 한 번씩 밤새우다 보니 건강이 염려된다. 나도 모르게 내근직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경찰의 현장 기피 현상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3개 경찰서 형사과장을 지낸 박동수 경일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국민과 가장 밀접하게 활동하는 현장 분야의 공을 인정해줘야 열심히 할 수 있는 의욕이 발현되지 않겠느냐”며 “지금처럼 고생만 하고 승진에 대한 희망 없는 승진제도 아래에서는 100%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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