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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보헤미안 지수’ 높은 상권이 핫플레이스 된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거리에 사람들이 넘쳐나면서 동네의 활기를 이끄는 핫플레이스들이 늘고 있다. 복고풍의 멋을 지닌 한옥촌, 오래된 골목, 혹은 이전한 폐공장 터마다 갤러리·부티크·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다. 서울 익선동·해방촌·성수동이 그 사례다. 한편 핫플레이스의 명성을 주도하고 이끌었던 삼청동과 경리단길은 상황이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관광객들이 잦아들면서 공실이 늘고 임차인을 찾는 광고가 부쩍 많이 눈에 띈다.
 

임차인 떠나자 임대인 공실 고민
조정과 규제는 근본해법 못 돼
인재·기술·포용의 도시 만들고
도시의 다양성과 창의성 살려야

뜨는 동네들은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특유의 문화를 만든 임차인들이 내몰림을 당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로 고민한다. 반면에 몇몇 동네는 과도한 임대료가 공실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와 상권의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영국의 사회학자인 루스 글래스가 중산계층 이상의 도심유입으로 하층계급이 내쫓김당하는 현상을 비판하면서 정의한 용어다. 공간의 변화로 나타나는 계층 갈등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해결 방안도 사회운동 차원에서 지역 시민사회의 역할에 비중을 두어 왔다.
 
우리도 억울하게 내몰리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상가건물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10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상승은 연 5%로 제한하는 등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만들어 임차인과 임대인의 상생을 강조한다. 행정 권한을 활용해 공간을 마련하고 애초부터 임대료 감당이 힘들었던 문화예술인이나 특화된 상가운영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한 지역으로 한정하면 임대료 인상을 자제시키고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문제를 미루는 것일 뿐 근본 대안은 아니다. 선언적이고 제한적 노력만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폐해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핫플레이스에서 임차인의 1차 목표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1~2년도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지원은 의미를 상실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에 골몰하는 사이 ‘삼청동 디스카운트’라는 말까지 나왔다. 세입자들이 떠나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최대 50%나 내려야 할 정도로 상권 전체가 흔들리는 곳이 여럿이다.
 
시론 2/19

시론 2/19

상업소비의 특징은 제로섬(zero-sum)이다. 한 곳에서의 소비증가는 다른 곳의 위축을 의미한다. 온라인구매와 해외 직구가 늘면서 잘 나가던 대형 몰과 마트는 물론이고 지역상권이 타격을 받고 있다. 도심에서조차 빈 점포들이 늘고 있다. 소상공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신규 창업률도 높지만 폐업률은 그 이상이다. 최저임금이나 공시지가의 급속한 인상과 같은 비용의 증가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공급은 늘어나는데 수요는 오히려 줄고 비용은 급증하는 지역상권의 구조적 문제에 핫플레이스도 예외가 아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보는 또 다른 시각은 도심재생이나 회복 또는 활성화라는 공간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탈이념적 관점이다. 젊고 창의적 특성을 지닌 밀레니얼 세대는 재미와 일, 그리고 주거 모두를 복합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도심 공간을 선호한다. 놀고먹고 즐기고 일하고 거주하는 즐거움을 담고 있는 장소에 인재와 아이디어가 모인다. 예술문화 및 창작종사자가 많은 도시일수록 인재와 산업이 집적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보헤미안 지수’(Bohemian Index)는 현대도시에서 핫플레이스의 역할을 잘 설명한다.
 
21세기 들어 서울이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하버드대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말대로 서울이 혁신의 집합소로서 글로벌 기업과 인재가 모여들고 도시관광객 순위에서 세계 10위권 안에 자리매김한 이유다. 인재·기술·포용은 현대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다.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플러스 섬(plus-sum) 차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보는 지평을 넓혀야 한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이 갈등하는 장소로 핫플레이스를 바라보면 한정된 파이를 놓고 싸우는, 그래서 사회적 조정과 규제가 가해져야 하는 공간이 된다. 그러나 고유한 멋과 재미로 혁신기술을 창출해내는 인재를 모으는 장소라고 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산업만큼이나 자율을 보장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이다. 문화예술 감각과 상업 기능이 어우러진 도시의 핫플레이스는 임차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인재를 포용하면서 첨단산업과의 성장 시너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키우고 늘려야 하는 곳이다.
 
“장소에 재미가 사라지면 부자도 결국은 떠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우려에 대해 도시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의 저자인 제인 제이콥스의 대답이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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