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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사고 막아라”…전봇대 위 ‘영리한 까치’와의 전쟁

충남 공주에서 엽사로 활동중인 김진화 씨가 전봇대에 있는 까치집을 가리키고 있다. 까치집은 정전사고 원인이 된다. 경력 15년의 베테랑 엽사인 김씨는 겨울철 까치잡이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 공주에서 엽사로 활동중인 김진화 씨가 전봇대에 있는 까치집을 가리키고 있다. 까치집은 정전사고 원인이 된다. 경력 15년의 베테랑 엽사인 김씨는 겨울철 까치잡이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3일 오전 8시 충남 공주시 정안면 대산리 들녘. 공주시 신관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진화(51)씨가 SUV차량을 몰고 나타났다. 김씨는 공기총을 꺼내 60m쯤 떨어진 전봇대를 향해 겨눴다. 전봇대에는 까치 3~4마리가 앉아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자 ‘탱’하는 소리와 동시에 까치 한 마리가 떨어졌다.
 

한전 “마리당 6000원” 까치 포상금
베테랑 엽사 두 달간 1400만원 벌어
전국에서 10년간 215만 마리 포획
공기총 위력 약해 전선 잘 안 끊겨

김씨는 이렇게 잡은 까치를 한전에 넘긴다. 한전에서는 포상금으로 마리당 6000원을 지급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약 2개월 동안 공기총으로 까치 2400여 마리를 사냥했다. 이로 인한 수입은 약 1400만원이다. 그는 “약 15년 전부터 해마다 겨울철에 까치잡이 부업으로 10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한전은 2000년부터 조류(鳥類) 포획 위탁사업(까치 포상금제)을 하고 있다. 까치를 잡아 오면 포상금을 주는 것이다. 절차는 한전이 수렵단체에 수렵인 추천을 요청하고, 자치단체에는 포획허가 신청을 한다. 한국수렵협회 등 단체는 전문 엽사를 추천한다. 엽사는 관할 파출소에 보관된 총기 사용을 허가받고 사냥에 나선다.
 
한전이 까치 포획사업에 나선 이유는 정전사고 때문이다. 까치가 전봇대 배전반 등에 집을 지으면 누전될 가능성이 있다. 까치집 재료인 나무나 철사 등이 전기를 전달하는 역할(도체)을 하기 때문이다.  한전관계자는 “누전되면 차단장치가 작동하고, 이로 인해 곧바로 정전된다”며 “정전 사고는 짧은 순간에도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한전과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정전사고를 일으키는 조류는 까치가 유일하다. 까치는 뱀 등 천적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높은 곳을 선호하는 습성이 있다. 과거에 높은 나무에 주로 둥지를 짓다가 개체 수가 늘면서 전봇대까지 진출했다. 전봇대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아 둥지를 오래 보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까치는 영리해 포획도 쉽지 않다고 한다. 공주대 조삼래(67) 명예교수는 “까치 지능은 4~5세 아이 정도 된다”며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사람을 기억했다가 발견하면 도망가기도 한다”고 했다.
 
개체 수는 증가하고 포획은 쉽지 않은 탓에 까치로 인한 정전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실이 최근 한전을 통해 받은 조류 포획 위탁사업 포상금 지급 내용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포획한 까치는 215만1000마리에 포상금은 87억9500만원에 달했다.
 
까치를 포획하는 엽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전에 따르면 2014년 338명에서 2017년 51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조류로 인한 정전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전 건수는 2013년 19건, 2014년 34건, 2015년 23건이다. 2017년에는 30건이 발생했다.
 
한전과 엽사들은 공기총 오발로 전깃줄이 끊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공기총은 실탄(직경 5mm) 재질이 납이어서 강도가 약한 편인 데다, 정교한 사격이 필요한 총기이기 때문이다. 김진화씨는 “공기총 위력은 엽총의 25분의 1 정도”라며 “공기총은 40m 이상 거리에서 발사하면 치명적인 피해는 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까치를 잡지 말고 둥지만 없애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전은 “번식력이 강한 데다 사실상 천적도 없어 까치집만 없애서는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까치 접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선 지중화도 할 수 있지만,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들어 어렵다고 한다. 한국전력공사 조성준 차장은 “까치를 1년만 안 잡아도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해 정전사고도 크게 늘 것”이라며 “사람이 총으로 잡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공주=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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