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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차는 뒤졌지만 전기차는 반드시 미국 이긴다”

[차이나 인사이트]
질주하는 중국 전기차 산업
중국의 전기 자동차 생태계가 탄탄해지고 있다. 배터리 가격은 내려가고, 충전소는 늘어난다. ‘보조금 없이도 경쟁력을 갖출 전기차 업체가 등장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가솔린차는 뒤졌지만, 전기차는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중국의 야욕이 엿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의 또 다른 현장이다. 중국은 과연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또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중국의 전기차 질주는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2014년만 하더라도 판매 대수가 10만대에도 못 미쳤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고, 충전소도 부족해 불편함이 컸다. 중국 전기차 역시 정부 보조금에 연명하는 ‘유아’와 같은 존재였다.
 
그랬던 중국 전기차가 이제 ‘청년기’를 지나고 있다. 2018년 무려 125만대 이상 팔았다. 올해 180만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세계 10위 자동차 시장인 한국의 연간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보다 많은 수준이다. 업계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즈음 500만대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쯤이면 독립해 살아갈 수 있는 ‘성년기’에 접어들게 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판매 대수 증가보다 더 놀라운 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보조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9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대당 약 50% 삭감할 방침이다. 전기차 대당 평균 보조금(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이 지난해 1100만 원대에서 올해 500만 원대로 뚝 떨어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2021년 이후 보조금을 아예 없앨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대략 1000만원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중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은 매우 공격적이다.
 
보조금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생산 원가를 빠른 속도로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UBS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생산비용은 지난 3년 동안 매년 20%가량씩 하락해 왔다.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급락한 덕분이다. 중국의 대표 배터리 업체인 CATL의 경우 kWh당 평균 공급가격을 2015년 2300위안에서 2018년 1100위안으로 50% 이상 줄였다.
 
판매량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모터, 컨트롤러 등 다른 부품에서도 연간 10% 이상 원가가 내려왔다고 분석한다. 중국 전기차는 100%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모델만을 포함한다. 다른 국가와는 달리 전기차 초보 형태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거의 없다. 온전한 전기차 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생태계는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충전 인프라의 급속한 확산이 주목된다. 작년 말 현재 중국 내 전기차 충전기는 70만개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보다 100배 많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500만개의 충전기를 세울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거의 전기차 1대당 충전기 하나꼴이다. 이쯤이면 ‘충전기 과잉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 같은 값이면 운행 비용이 적게 드는 전기차를 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특히 택시나 공유 차량과 같이 운행 거리가 많은 경우 전기차로 전환할 경제적 유인이 크다. 공유 차량업체인 디디다처가 자체 소유하는 전기차만 벌써 10만대가 넘는다.
 
중국 전기차 분야는 어느덧 산업정책 후기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전폭적인 지원(초기), 선별적 지원(중기) 단계를 넘어 이제는 보조금을 철폐하는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최근의 보조금 삭감 추이는 이를 보여주는 신호다. 이 시기에는 보조금 없이도 견딜 수 있는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게 된다. 소수의 선두 기업을 제외하고는 이익을 보장할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을 토종 기업들이 서서히 등장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올해 도입되는 전기차 크레딧 제도가 이를 말해준다. 신(新)에너지 차량 판매량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일정 비중(이를 ‘크레딧’으로 수치화 함)을 채워야 하는 게 이 제도의 골자다.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전기차 회사로부터 크레딧을 사야 한다.
 
생산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각 부문별로 주도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0년 전후로 폭스바겐(상하이자동차와 합작), 지리자동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생산 플랫폼을 가동할 계획이다. 기술개발을 위해 국내외 선진 업체들과 합종연횡 식 제휴를 늘려가고 있다. 심지어 하이브리드 모델에 만족하던 도요타도 조만간 중국에서 순수 배터리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그렇게 중국의 전기차 생태계는 더 탄탄해지고 있다.
 
궁극적 목표는 수출이다. 전기차 영역을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키우고 싶어한다.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이미 배터리 제조설비뿐만 아니라 산학연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어느 나라보다 전기차 제조 생태계 및 인력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및 주요 부품이 전 세계로 수출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한국 산업 관점에서는 중국의 전기차 제조 생태계에 합류할 것인지 독자적인 제조 생태계를 만들지 등 고민거리가 많아졌다.
 
안타깝게도 중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은 그동안 한국 기업과 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기업이 제조한 배터리를 채택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LG화학과 같이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는 기업조차도 지난 5년간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문에서 흑자를 거의 내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의 후발 배터리 회사들은 영업이익률 20%를 넘는 고마진을 즐겼다. 이 중 일부 회사들은 이윤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면서 어느새 기술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그동안 전기차의 미래에 대해선 국내외 회의론이 많았다. 글로벌 완성차 관점에서는 전기차 제조로 이윤을 남기기 어려워서 투자를 꺼리곤 했다. 하지만 싫든 좋든,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이 새로운 생태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에서 아시아 리서치본부장으로 재직 중.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산업 및 기업들의 경쟁력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아시아투자의 미래』, 『2019년 한국경제 대전망』 (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이필상 미래에셋자산운용(홍콩)·아시아 리서치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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