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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노린 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초강수’…북ㆍ미 회담에도 불똥 튀나

“정말로 원하는 건 최후의 도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것을 두고 미 외교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15일(현지시간) 이렇게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헌 논란의 국가비상사태를 끝내 강행한 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정치적 승부수란 것이다. 
 
민주당 등에선 즉각 이 조치가 헌법 위반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격에 나서겠다고 밝혀 미 정계에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역시 이같은 힘겨루기에 영향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빨리 건설 위해”…정치 승부수 띄웠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폭력조직, 인신매매 등은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이라며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경장벽 건설은 선거공약이라서가 아니라 마약과 범죄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며 “침략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장벽은 건설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국가비상사태 선포문에 서명하고 상ㆍ하원에 서한과 함께 발송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앞서 양당은 새 예산안을 합의하면서 국경장벽 건설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왔던 57억 달러(약 6조 4381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13억7500만 달러를 배정했다. 트럼프 입장에선 이를 또다시 거부할 경우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재연되는 데 따른 부담이 컸고, 일단 예산안에 서명하는 대신 곧바로 헌법상 대통령 고유권한을 발동해 예산 전용에 나선 것이다. 백악관은 향후 국방부와 재무부 예산 일부를 끌어 총 80억 달러를 마련, 벽을 쌓는 데 쓸 계획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자신도 이 조치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없었다”며 “그러나 나는 장벽 건설을 더 빨리하고 싶다”면서다. “슬프게도 우리는 소송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결국 우리가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대선 핵심공약인 국경장벽 문제를 포기할 경우 지지층이 이탈하며 재선 가도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정치적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기반인 미국의 중산층, 블루칼라들은 반이민 정서가 강하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2020년 (대선)의 성공은 메시지 전달에 달려 있다”며 “트럼프는 계속해서 이민자를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줄줄이 소송전 예고…북ㆍ미 회담에도 불똥?
 
벌써 적법성을 둘러싼 소송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은 컬럼비아 특별구(DC) 연방지방법원에 장벽 건설 지역의 토지를 소유한 3명을 대리해 소송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부가 다른 목적으로 배정된 자금을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데 사용하지 못 하게 해달라”면서다. 민주당 측에서도 비상사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하원 법사위원회는 비상사태 선포 결정의 근거를 알아보기 위해 청문회를 열 예정으로 22일까지 트럼프에 관련 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 [EPA=연합뉴스]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존 코닌 상원의원은 “권력 분립을 악용해 의회 관여 없이 특정 프로젝트에 돈을 쓰겠다는 건 중대한 헌법상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도 “우리 정부는 권력 분립을 규정한 헌법을 갖고 있다”며 “세입과 세출 권한은 의회에 주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정치적 압박도 병행할 계획이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효화하기 위한 상ㆍ하원 공동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상ㆍ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소용이 없다. 여소야대인 하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되면 상원이 18일 이내에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일부 공화당원들이 위험한 선례를 만드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 이탈표 확보가 가능하단 전망이 나온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미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1976년 의회가 전쟁 등이 닥쳤을 때 행정부가 위기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국가비상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을 만든 데 따른 것이다. 40여년간 역대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건 자연재해 상황을 제외하고도 58차례에 달한다. 
 
다만 이번에는 현 상황이 과연 비상사태인지를 두고 논란이다. 최근 20년간 불법 이민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등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자료에 따르면 국경을 넘으려는 시도는 40년 가까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마약 밀매업자들은 실제 국경이 아닌 항구를 통해 밀매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또다시 국내 골치 아픈 현안에 맞닥뜨리면서 10일가량 앞으로 다가온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정치적 내전을 겪는 트럼프가 국면전환을 위해 성과 도출용 제재 완화를 꺼내드는 등 북ㆍ미 회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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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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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