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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신공항 통나무 굴리기

하현옥 금융팀 차장

하현옥 금융팀 차장

1898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첫 번째 비공식 ‘로그 롤링(Log-rolling·통나무 굴리기) 대회’가 열렸다. 두 사람이 물에 떠 있는 통나무의 양쪽 끝에 올라가 발을 구르면서 상대방을 물에 빠뜨리면 이기는 게임이다. ‘미국 벌목꾼의 스포츠’로 불리는 로그 롤링은 벌목한 수많은 통나무를 강물에 띄워서 운반하다 생긴 정체 현상을 막으려 통나무 위에서 발을 구르면서 시작됐다.
 
‘공공선택이론’의 창시자 제임스 뷰캐넌이 투표와 관련해 제기한 로그 롤링은 다른 의미로 쓰인다. 정치인이 서로 지원하기 위해 투표 거래나 투표 밀약을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권이 걸린 법안이나 현안을 품앗이 식으로 밀어주는 것도 해당한다. 벌목한 통나무를 목적지까지 운반할 때 보조를 맞춰 발을 굴리지 않으면 제대로 옮길 수 없는 만큼 협력해야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신공항 건설을 놓고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지방자치단체장이 로그 롤링에 나선 분위기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14일 “대구 신공항(통합공항) 건설 사업을 적극 지원할 테니 동남권 공항 건설에 협력해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을 찾아 지역 숙원사업인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법정 구속 전 대구신공항을 도와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며 ‘신공항 빅딜설’까지 불거졌다.
 
표심을 잡으려는 정치인에게 공항 건설은 더없이 매력적이다. 일단 예산 규모가 크다. 건설 경기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창출되는 등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 세금으로 충당되는 비용은 다수에게 분산되고 혜택은 지역민 등 소수에 집중되는 전형적인 ‘고객 정치(Client Politics)’라 정치적 부담도 적다.
 
이미 공항은 차고 넘친다. 현재 전국에는 15개의 공항이 있다. 국제공항 8개와 국내공항 7개다. 흑자를 내는 곳은 4~5곳에 불과하다. 2023년 개항 목표로 개발 중인 서산국제공항과 건설을 추진하는 제주 제2공항,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받은 새만금국제공항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공항 풍년’이다.
 
2009년 5월 영국 BBC는 ‘한국의 버려진 공항’이란 제목으로 양양국제공항을 보도했다. 35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였지만 당시 하루 이용객이 30명이 안 된다며 “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연착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공항”이라고 비꼬았다. 정치인의 공항 사랑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조용한 공항의 나라’가 될 지경이다. 
 
하현옥 금융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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