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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기 쉬워졌다"···눌러앉은 외국인 35만

몰려드는 불법체류 보고서 <상>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6시 강원도 양구의 한 농촌마을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기 위해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있다. 주민이 1300명인 이 마을엔 400여 명의 불법 체류자가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박진호 기자]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6시 강원도 양구의 한 농촌마을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기 위해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있다. 주민이 1300명인 이 마을엔 400여 명의 불법 체류자가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박진호 기자]

베트남 호찌민에 살던 하잉(25·여·가명)은 지난해 12월 한국에 들어왔다. 5년 이내에 한 번 방문 때 30일간 국내에 머물 수 있는 복수비자를 발급받아서다. 그는 입국 때 방문 목적을 여행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입국 후 한국 여행을 한 적은 없다. 대신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의 유흥가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했다.
 
지난달 만난 하잉은 “베트남에서 회사에 다닐 땐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도 700만~1000만 동(35만~50만원) 정도 벌었는데 한국에선(노래방 등에서) 1~2일만 일해도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다”며 “한 달이 돼 체류 기간이 만료되면 베트남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방법으로 계속 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잉처럼 관광 등의 목적으로 한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노래방 같은 유흥업소나 마사지 업소에 불법 취업해 결국 불법 체류자가 되는 베트남 등 외국인이 늘고 있다.  
 
특히 하노이·호찌민·다낭에 사는 베트남인에게 지난해 12월부터 ‘박항서 열풍’에 따른 방한 수요 증가 등을 이유로 유효기간 5년의 단기방문 복수비자(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30일 이내 체류가 원칙)가 발급되면서 한국에 오기 쉬워졌다. 5년 단기방문 복수비자는 이전엔 교수·변호사 등 전문직에게 발급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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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2018년 1~11월까지 불법 취업 외국인 적발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에 적발된 불법 취업 외국인 2만1309명 중 30.4%(6479명)가 유흥업소나 마사지 업소 등에서 일하다 붙잡힌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5만5126명이다. 2017년 말 불법체류자가 25만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10만 명이나 늘었다. 이 중 9만 명이 넘는 불법체류자가 관광 등 단기방문 비자로 온 이들이다. 국적별로 보면 태국이 13만8591명(39%)으로 가장 많고, 중국 7만1070명(20%), 베트남 4만2056명(11.8%), 몽골 1만5919명(4.4%), 필리핀 1만3020명(3.6%), 카자흐스탄 1만1413명(3.2%), 러시아 1만906명(3%) 등의 순이다.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수년 사이 한류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되면서 베트남과 몽골 등 외국인 여성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직장인 한 달 급여가 30만~50만원인데 한국의 유흥업소 등에서 일할 경우 많게는 10배 이상 벌 수 있어 쉽게 유혹에 빠진다고 했다.
 
이들은 주로 관광이나 한국에 머물고 있는 가족(결혼이민자 등)의 초청 등 단기방문(C-3,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대 90일까지 체류 가능)으로 입국하거나 결혼과 취업 등 등록외국인으로 장기간 체류하다 노래방 등 유흥업소나 성매매 업소 등으로 흘러들어가 불법체류자가 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류열풍에 한국말도 유창해 일 가능” 불법취업 외국인 30% 유흥가서 적발
 
전국 유흥가에서 베트남 등 외국인 여성 도우미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달 18일 오후 8시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유흥가. 거리에 들어서자 ‘베트남 노래OO, 글로벌 노래OO, 다문화 노래OO’ 등 낯선 문구가 적힌 화려한 조명을 설치한 간판이 여러 개가 눈에 들어왔다. 30분쯤 지나자 외국인 여성 등을 태운 일명 ‘보도방’ 차량이 거리 곳곳에 나타났다. 차 안에는 롱패딩을 입은 외국인 여성들도 여러 명 보였다. 잠시 뒤 ‘베트남 노래OO’이라고 쓰인 간판이 걸린 한 건물 앞에 차량이 멈춰 서고 문이 열리자 20대로 보이는 동남아 여성 2~3명이 곧바로 건물 내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기자가 손님으로 가장해서 한 노래방에 들어가니 업소 주인은 “베트남·몽골·태국 등 원하는 아가씨들은 다 불러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업주는 “1시간에 도우미 한 명당 현금은 7만원, 카드는 8만원을 내야 하고 소주와 맥주는 무제한이다”며 “10시가 넘어가면 업소마다 손님이 많아 (도우미가 오기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10여분쯤 지나자 베트남 여성 도우미 2명이 들어왔다. 한국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했다. 한류열풍으로 베트남에서 기본적인 한국말을 배운데다 일부는 대학이나 유학원 등의 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워 한국말을 잘한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었다.
 
가족의 초청으로 들어온 지 2개월째라는 비엔(가명·여·25)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일주일에 2~3번 정도 가게에 아르바이트로 나오는데 그래도 200만원 이상 번다”며 “더 빨리 많은 돈을 벌기 원하는 일부 아가씨는 2차를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경남 김해시 내동의 한 빌라에서는 관광비자로 들어온 태국 여성 2명이 3개월여 동안 불법 성매매를 하다 적발됐다. 같은해 12월 경북 안동 한 마사지숍에서 취업비자로 입국한 러시아 여성이 손님들에게 유사성행위를 하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남의 한 외국인 여성 전용 노래방 업주는 “예전에는 필리핀 여성 노래방 도우미가 많았는데 현재는 베트남 여성이 도우미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박진호·최종권·김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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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