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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나르고 눈은 안보여도 음악이 있었기에…

서울 상수동의 펍에서 만난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의 백충원(왼쪽)과 김선훈. 지난해 첫 정규 앨범 ‘무동력’을 발표한 이들은 ’가진 게 쥐뿔도 없어서 맘놓고 실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상수동의 펍에서 만난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의 백충원(왼쪽)과 김선훈. 지난해 첫 정규 앨범 ‘무동력’을 발표한 이들은 ’가진 게 쥐뿔도 없어서 맘놓고 실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오늘 여기 어떻게 왔어요?”
 
서울에서 인디 듀오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우싸미)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물어볼 요량이었다. 부산에서 서울에 올 때면 무궁화호를 타고 5시간 30분 걸린다는 그들이 지난 연말 ‘2018 EBS 헬로루키 with KOCCA’에서 대상을 받고 “이제는 KTX를 타고 싶다”는 소망이 실현됐는지 궁금했기 때문. 그런데 약속장소 가까운 지하철역을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이들과 마주쳤다. 어깨엔 기타를 걸쳐 메고 손에는 여행 캐리어를 끈 두 남자가 “오른쪽이가?” “맞다. 계단 하나 있다. 평지는 아이고 오르막길이다”며 길을 찾고 있었다.
 
설 연휴 직후 공연을 위해 서울을 다녀간 보컬 백충원(33)과 기타 김선훈(29)은 “2~3주에 한 번은 서울에 오는데 아직은 올 때마다 신기하다”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들은 2014년 결성해 주로 부산대와 경성대 부근에서 공연해왔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팀이 헬로루키 대상 수상자가 된 건 10년 만에 처음. 헬로루키는 EBS ‘스페이스 공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진행하는 인디 뮤지션 발굴·경연 프로젝트로 국카스텐·장기하와 얼굴들·잠비나이 등을 배출했다. 김선훈은 “전혀 기대도 안했는데 우승해서 영광”이라며 “주변에서 이제 우주대스타 됐으니 훨훨 날아가라 해서 좀 민망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가장 큰 매력 역시 이런 솔직함에서 나온다. 2017년 발매한 미니앨범 ‘이 음악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에서 일찌감치 고한 것처럼 “야 솔직히 말해서 얼마나 고소한지 모르겠어”(‘고소한지모르겠어’) “귤이 영어로 오렌지래 말이 되냐”(‘귤은 영어로 오렌지이다’) 등 일상에서 튀어나온 노랫말이 대부분이다. 음악을 독학한 백충원은 “보통 문장이랑 멜로디를 한꺼번에 흥얼거리다 될 것 같은 게 나오면 기타를 잡고 앉은 자리에서 곡을 다 쓰는 편”이라며 “그래선지 하루 혹은 절기나 연간 단위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몸에 밴 부산말은 또 하나의 무기다. 최근 발표한 EP 수록곡 ‘동 동 동 동 동’처럼, 사투리를 직접 안 쓰더라도 독특한 박자감이 노래 곳곳에서 드러난다. “말할 때도 음의 높낮이가 있잖아요. 억양도 그렇고. 그래서 ‘누구야가 발을 동동동 굴렀제’라고 말을 하면 그 음의 근사치를 찾아서 써본 거예요. 딱히 의도한 건 아이고.”(백충원) 우리말이 가진 묘미를 잘 살리는 점에서는 장기하와 얼굴들을, 독특한 리듬에 얹은 솔직한 노랫말은 십센치를 연상케 한다는 말에 그는 “되게 좋아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안 되는 단어의 조합을 좋아해요. 팀 명도 그렇고. 띄어쓰기를 안 하는 게 시각적으로 예뻐 보여서 다 붙여봤는데 많이 틀리시더라고요. 사이드미러, 우왕싸 막 이라고.”(백충원) “저는 이름을 나중에 통보받았거든요. 포스터 만든다고 급하게 짓는 바람에. 근데 ‘밥도둑 다이어트’도 후보였다는 거예요. 그거보다는 이게 나은 거 같다, 다행이다 했죠.”(김선훈)
 
청춘의 고민을 담은 이들의 노래에는 “난 아마 회사에 뼈를 묻지 싶어/ 가난은 나를 잡고/ 난 결말을 빨리 보고 싶어”(‘설마는 사람 잡고 철마는 달리고 싶다’) 같은 가사도 눈에 띈다. “6년간 채소 배달을 했어요. 새벽에 일찍 출근하고 점심때면 퇴근하니까 남는 시간엔 음악 할 수 있겠지 하면서. 그런데 트럭 운전하고 식당 가서 20㎏, 40㎏짜리 상자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무릎 연골이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사무직을 잠깐 했는데 몸만 쓰던 놈이 머리는 더 못 쓰겠고 해서 그만뒀죠. 그땐 너무 막막했는데 안 그랬으면 ‘헬로루키’ 지원도 못 했을 거예요.”(백충원)
 
닥치는 대로 지원, 지난해 부산음악창작소의 뮤지션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도 큰 성과다. 민상용 프로듀서를 만나 첫 정규앨범 ‘무동력’을 만들면서 통기타에 가둬둔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다. 시각장애 1급으로 맹학교에서 처음 플루트를 배우며 음악을 시작한 김선훈은 “원래 예전 밴드에서 저는 베이스, 형(백충원)은 드럼을 쳤는데 버스킹을 많이 하다 보니 통기타를 잡게 된 것”이라며 “어쿠스틱을 유지하면서도 간만에 풀 밴드로 다양한 연주를 맘껏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하는 데 눈이 안 보여서 힘든 건 딱히 없었다”고 했다. “악보를 보며 연주할 수 없으니 듣고 외워서 해야 한다는 것 정도? 그런데 사실 처음부터 악보가 있었던 건 아니잖아요. 마음대로 연주하는 걸 정리해 놓은 거지. 형도 원초적으로 음악을 만들다 보니 편하게 할 수 있었죠. 요즘엔 곡을 쓸 때도 여백을 남겨주더라고요. 여기는 연주하라고. ‘헬로루키’ 할 때도 처음부터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와 음향도, 스태프도, 관객도 다 너무 좋은데 한 번만 더 이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예선 통과하고 본선으로 다시 오니 다음엔 조금만 더 길게 연주하고 싶다, 그러면 1등 해야 되는데, 했죠.”
 
이들의 올해 목표는 뭘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홀로 KTX를 타고 온 백충원은 “마음 놓고 KTX를 타는 것”을 일성으로 꼽았다. “돈 걱정 없이 음악 할 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나가보고 싶고, 틈틈이 만든 힙합 음악으로 으로 래퍼 ‘원백’(활동명) 솔로 앨범도 내고 싶은데 공연이 들어와도 교통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거든요.” 김선훈은 “서울과 부산 외에 다른 도시에서도 공연해보고 싶다”며 “다른 지역 밴드와 협업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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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