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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 캐릭터 하나 넣었을 뿐인데…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한정판으로 판매한 짱구는 못말려 가습기. [사진 롯데GSR]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한정판으로 판매한 짱구는 못말려 가습기. [사진 롯데GSR]

지난달 28일 전국의 크리스피 크림 도넛 매장마다 이례적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도넛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당시 한정판 ‘짱구 미니 가습기’를 팔았다. 대표 캐릭터인 짱구·짱아·흰둥이가 욕조에서 스파를 즐기는 귀여운 디자인이 핵심이었다. ‘한정 수량’을 붙인 덕에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도넛 6개 구매시 1만8000원, 가습기만 살 때 1만5000원이라는 싸지 않은 가격에도 불티나게 나갔다. 당일 준비된 수량 3만개가 모두 팔렸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흰둥이 무드 등’이 반응이 뜨거워 3일 만에 조기 완판되는 등 캐릭터 협업이 반응이 좋다”며 “이제 식음료 업계에서 시즌별 협업은 필수 마케팅이 됐다”고 말했다.
 
식음료 업계가 ‘귀여움’에 빠졌다. 먹을 것이 넘쳐 나고 신기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인만큼 맛 그 이상의 즐거움을 제공하기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업계는 귀여운 캐릭터, 신기한 제품,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될 만한 아이템을 제공하기 위해 혈안이다. 캐릭터 프로모션의 역사는 길지만, 과거엔 어린이 소비자가 주요 타깃이었다. 요즘엔 소비력을 갖춘 20대 이상의 ‘키덜트’, 화제가 되는 현상은 반드시 체험해 보는 덕후들이 주요 타깃이라는 차이가 크다
 
롯데리아는 지난달 ‘포켓몬 스노우볼 눈꽃 에디션’ 품절 대란을 겪었다. 햄버거를 사면 1만1000원, 단품은 2만원에 판매했는데 준비된 스노우볼 4종 9만개가 하루 만에 소진됐다. 지난해 봄 ‘포켓몬 벚꽃 스노우볼 에디션’ 3만개,  여름 ‘포켓몬 스노우볼 달빛 에디션’ 6만개가 모두 사흘 이내에 완판된 데 이어진 대히트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엔 “빗속에서도 줄을 서 4종을 모두 구매했다”, “덕후는 역시 세트”라며 에디션 전체를 샀다는 경험담이 이어졌다.
 
식음료 업계는 이런 움직임에 고무돼 있다. 롯데 GRS 정성훈 책임은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화제성이 강하고 충성도 있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시즌, 계절별로 한정판 아이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먹을 것이 넘쳐 나고 맛 그 이상의 즐거움을 찾는 세대의 특징이라고 진단한다. 맛에 앞서 예쁘고 귀여운 것,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것(Instagramable)에 집착하는 세태가 만들어낸 현상이기도 하다.
 
롯데제과는 아예 캐릭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14일 제과사로써는 처음으로 콘텐트 라이선스 전문 기업 히어로즈엔터테인먼트와 협약을 했다. 롯데 제과 과자로 익숙한 캐릭터를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을 선언했다. 히어로즈엔터테인먼트는 국내외 애니메이션과 게임 IP(Intellectual Property),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사업을 진행하는 대행사다.
 
우선 등판한 캐릭터는 빼빼로와 칸쵸, 말랑카우 등 3종이다. 롯데는 캐릭터로 판권 수익을 얻을 계획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들 캐릭터는 소비자에게 쉽게 노출되면서도 친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활용 범위가 넓을 것으로 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농심의 손나은과 너구리 캐릭터. [사진 농심]

농심의 손나은과 너구리 캐릭터. [사진 농심]

농심도 최근 라면 ‘너구리’ 캐릭터화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광고 모델인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인 손나은이 출연하는 너구리 CF의 또 다른 주인공은 3D로 제작된 너구리다. 둘이 대화를 이어가기까지 해 ‘공동 주연’인 셈이다. 라면 속에 든 어묵에 너구리 캐릭터를 찍어 넣거나, 각종 굿즈 이벤트 등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 이벤트를 수시로 한다.
 
커피 전문점도 깜찍한 먹거리, 보기 좋은 스낵 개발에 힘을 쏟는다. 지난해 한국 커피 수입량은 14만3000t으로 전년보다 2600여t이 감소하면서 2012년 이래 6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이디야 커피가 지난해 내놓은 아동용 제품 ‘이디야 키즈 뽀로로’는 발매 후 한 달간 하루 평균 2000세트가 팔렸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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