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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의족 바비 인형 나온다..환갑 맞은 바비의 이유있는 변신

마텔사가 2019년 새롭게 선보이는 바비 패셔니스타 라인. 휠체어에 탄 바비와 의족을 한 바비가 포함됐다. [사진 마텔사]

마텔사가 2019년 새롭게 선보이는 바비 패셔니스타 라인. 휠체어에 탄 바비와 의족을 한 바비가 포함됐다. [사진 마텔사]

‘바비(Barbie)인형 같다’는 말, 요즘도 비현실적인 미모를 뽐내는 누군가를 칭찬하는 말로 쓰이곤 하죠. 하지만 이런 칭찬도 곧 ‘시대착오적’이라 비판 받게 될 지 모릅니다.  
 
1959년 탄생한 인형 바비가 올해로 60세가 됐습니다. ‘소녀들의 오랜 친구’ 바비의 환갑을 맞아 마텔사는 12일(현지시간) 신제품을 선보였죠. 훨체어에 앉아있는 바비, 왼 다리에 의족을 한 바비 등입니다. 인형들의 표정은 밝고 당당합니다. CNN에 따르면 마텔사는 신제품 발표와 함께 내놓은 성명에서 “장애를 가진 바비를 인형 라인에 포함시킴으로써 아이들에게 아름다움과 패션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동안 바비에게 씌워진 원죄(原罪)는 ‘미의 기준을 획일화한다’는 것이었습니다.바비의 긴 팔다리와 잘록한 허리, 금발과 파란 눈이 아름다움의 표준으로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진다는 거죠.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PCㆍPolitical Correctness)의 시대, 바비는 성 평등과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쪽으로 꾸준히 진화해왔습니다. 오늘날의 바비는 11가지의 피부톤과 22종의 머리색, 24가지의 헤어스타일, 23종류의 눈 색깔을 갖고 있단 사실을 아시나요. 이런 바비의 이유 있는 변신을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알쓸신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36-18-33’ 불가능한 비율의 탄생
바비는 60년 전 3월 미국 뉴욕 장난감 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마텔사의 공동창업자인 루스 핸들러가 어린 딸을 위해 만든 인형이었죠. 키 11.5인치(약 29㎝)에, 인간으로 환산하면 가슴 36, 허리 18, 엉덩이 33인치라는 과한 굴곡의 몸매를 지녔습니다. 
2018년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장난감 페어에 다양한 바비가 늘어서 있다. [AP=연합뉴스]

2018년 2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장난감 페어에 다양한 바비가 늘어서 있다. [AP=연합뉴스]

바비는 출시와 동시에 엄청난 화제를 모아 첫 해에만 35만 개가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약 10억 개 이상 팔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요. 70년대에는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인정 받아 200년 후 열어볼 타임캡슐에 담기기도 했죠. 
 
64년 바비는 대학생이 됐고, 86년 사업을 시작했다가, 92년에는 대통령 후보로 선거에 출마합니다. 켄이라는 남자친구도 있었습니다.(둘은 2004년 공식적으로 이별했다지요). 바비는 당대 여자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를 사는 ‘롤모델’이 된 겁니다.    
 
“바비가 될테야” 성형중독·섭식장애도
하지만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실제 인간 여성이 바비와 같은 몸매를 가질 확률은 ‘10만 분의 1’이라고 하는데요. 바비를 너무 동경한 나머지, 이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러시아 모델 발레리아 루키아노바는 메이크업과 성형으로 바비와 흡사한 외모를 갖게 돼 ‘리빙 돌(Living Doll)’로 불렸죠. 
바비와 흡사한 외모로 화제가 된 러시아 모델 발레리아 루키아노바. [사진 루키아노바 블로그]

바비와 흡사한 외모로 화제가 된 러시아 모델 발레리아 루키아노바. [사진 루키아노바 블로그]

미국 배우 레이시 와일드는 바비 인형이 되기 위해 가슴 확대 수술을 12번이나 받았다고 하고요. 로드리고 알베스라는 남성은 바비의 남자친구 켄과 흡사한 모습을 가지려 전신 성형수술에 도전했습니다. 이렇게 외적 아름다움에 집착해 성형수술에 중독되거나 거식증 등을 앓는 증상을 일컫는 ‘바비 증후군(Barbie syndrome)’이란 용어도 생겨났죠.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바비 인형을 갖고 논 아이들은 스스로의 신체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됩니다. 2006년 영국 석세스 대 연구팀은 바비의 사진, 그리고 보다 인간적인 비율을 가진 인형 엠마의 사진을 아이들에게 보여준 후 인터뷰를 했는데요. 바비 이미지에 노출된 소녀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자신의 신체에 더 큰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연구진은 바비가 여자 아이들의 직업적 의욕을 저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바비를 가지고 놀수록 흔히 ‘남자의 직업’으로 규정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죠.
 
통통한 바비, 히잡 쓴 바비의 등장 
이런 논란 속에 바비는 더 분주해집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기 4년이나 전인 1965년, 바비는 이미 우주비행사가 되었죠. ‘직업인 바비’ 시리즈는 현재까지 200여 종이 넘게 출시됐는데요. 외과 의사, 기자, 공군 조종사, 래퍼, 건축가, 게임개발자에 이어 2018년엔 로봇 공학자 바비가 등장합니다.   
키가 크고 늘씬한 원래의 바비(왼쪽)과 통통한 체형을 한 바비. [사진 마텔사]

키가 크고 늘씬한 원래의 바비(왼쪽)과 통통한 체형을 한 바비. [사진 마텔사]

1968년 크리스티라는 이름의 첫 흑인 바비 인형이 나온 후, 아시안·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바비가 탄생합니다. 2016년에 마텔사는 창업 57년 만에 ‘키 크고 날씬한 바비’를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통통한 몸매의 ‘커비 바비(curvy Barbie)’, 키가 작은 ‘프티 바비(petite Barbie)’ 등 다양한 신체 비율을 가진 인형을 출시하기 시작한 겁니다.
 
2008년에는 문신을 한 바비가 등장했고, 지난 해에는 ‘히잡을 쓴 바비’가 만들어졌습니다.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히잡을 쓴 채 경기에 나가 동메달을 딴 펜싱 선수 이브티하즈 무함마드를 모델로 한 인형이었죠. 마텔사는 이슬람계 소녀들에게 희망을 주려 ‘히잡 바비’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지만, 히잡이 여성 억압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2017년 11월 히잡 쓴 펜싱선수 이브티하즈 무함마드가 자신을 모델로 한 바비 인형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17년 11월 히잡 쓴 펜싱선수 이브티하즈 무함마드가 자신을 모델로 한 바비 인형을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자친구 인형 켄의 경우도 비슷한 비판 속에서 변신을 계속했죠. 현재는 15가지가 넘는 스타일의 켄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인형은 롤모델이 될 수 없다?
마텔사의 이런 노력이 판매 부진을 만회해보려는 상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계속 나옵니다. 아이들의 관심이 인형에서 IT 기기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2000년대 들어 바비의 판매는 계속 하락세죠. 2017년 역시 2016년 대비 판매가 6%나 감소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바비 컬렉터는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마텔사의 다양한 신제품 출시는 결국 이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려는 행위일 뿐이란 의견이죠.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선보인 항공기조종사 아멜리아 에어하트, 화가 프리다 칼로, 수학자 캐서린 존슨(왼쪽부터) 바비 인형. [AP=연합뉴스]

지난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선보인 항공기조종사 아멜리아 에어하트, 화가 프리다 칼로, 수학자 캐서린 존슨(왼쪽부터) 바비 인형. [AP=연합뉴스]

한편으론 인형에까지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배우 커스티 앨리는 2016년 자신의 트위터에 “인형은 장난감일 뿐, 롤 모델이 아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요. 여러 사람들이 “바비에게서 비현실적인 면을 덜어낸다면, 그것은 더 이상 바비가 아니다”라며 이 의견에 동조했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에 걸친 여러 연구가 ‘인형은 아이들의 학습 도구 역할을 하며, 따라서 인형의 생김새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작된 휠체어 바비와 의족 바비 역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죠. 커트 데커 미국 내셔널장애권네트워크 집행 이사는 휠체어 바비의 등장을 이렇게 환영했습니다. 
 
“바비와 같은 아이콘을 통해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접한 아이들은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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