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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5·18 유공자 최경환 "한국당 망언, 극우 신호탄"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이 재킷 오른쪽 가슴팍에 넣고 다니는 지갑 속엔 노란 5ㆍ18 민주유공자증 카드가 항상 꽂혀 있다. 최 의원은 5ㆍ18 광주민주화항쟁 이듬해인 1981년 벌어진 ‘학림사건’의 피해자다. 최 의원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2010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 의원 유공자증엔 발급일이 2013년이라고 적혀 있다. 사건 32년만에  5ㆍ18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최 의원은 요새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잦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5ㆍ18을 “폭동”이라고,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해서다. 최 의원은 공청회를 주최한 한국당 김진태ㆍ이종명ㆍ김순례 의원 등을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14일 고소했다.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ㆍ18 광주항쟁의 진실과 역사적 의의’ 토론회 사회를 맡은 최 의원은 “국회의원 중 5ㆍ18 유공자가 네 명(최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ㆍ민병두ㆍ설훈 의원)인데 제가 그중 한 명"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당 5ㆍ18 폄훼 논란으로 동분서주하는 최 의원을 이날 밀착마크했다.
 
'5ㆍ18 광주항쟁의 진실과 역사적 의의' 토론회에서 최경환 의원(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등이 손피켓을 들고 한국당 일부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5ㆍ18 광주항쟁의 진실과 역사적 의의' 토론회에서 최경환 의원(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등이 손피켓을 들고 한국당 일부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왜 학림사건에 연루됐나.
전두환 체제를 물리치고 5ㆍ18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강력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1980년부터 시작됐다. 5ㆍ18 시민군 대변인이자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윤상원 씨도 그 논의에 참여했다. 그렇게 만든 조직이 전국민주화학생연맹이다. 성균관대 1년 선배로 같은 서클에서도 오래 활동한 민병두 의원도 참여했다. 전민학련은 1981년 3월 광주 학살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학생 시위를 했다. 그해 6월 조직이 전부 들통 나서 남영동 대공분실로 잡혀가 40여일 고문과 폭력에 시달렸다.
 
광주가 고향인데 5ㆍ18 당시 분위기를 기억하나.
5월 14일 서울역에 10만명 대학생이 모여 시위를 했다. 서울이 시끄럽다고 하니 광주에서 어머니가 위독하다고 전보를 보냈다. 15일 밤 기차로 광주를 갔는데 어머니가 괜찮으시더라. 걱정돼서 내려오라고 한 거다. 16일 아침밥을 먹고 전남대를 가니까 시위를 하고 있었다. 17일 서울로 돌아왔는데, 그 다음날 계엄령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광주) 집에선 대학생들 다 잡아간다고 절대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 그리곤 전화 통화도 끊겼다. 가을에 광주에 내려가니 동생들은 형이 왔는데 아무 말도 안 했다. 주변 친구가 무참한 피해를 보니까 넋이 나간 것이었다.
 
최 의원의 자서전 『배움의 시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거기(시위대)에는 전남대 영문과에 다니는 내 남동생도 있었다. 군인들이 학생들을 다 잡아 죽인다, 특히 전남대 학생들은 가만두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 어머니는 밖으로 나가려는 아들을 주방의 식칼을 들이대며 ‘엄마를 먼저 죽이고 가라’며 막아섰다.”
 
최경환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 기자

최경환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수경 기자

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5ㆍ18 유공자를 “이상한 괴물집단”이라고 했다.
대단히 모욕적이다. 5ㆍ18 겪었던 사람으로서 가족을 잃은 분들에게는 (고통이) 형언할 수 없다. 제가 받는 예우라곤 고작 고궁에 들어갈 때 입장권을 안 받는 정도다. 의료비 감액해주고, 죽으면 5ㆍ18 묘지에 안장해주는 게 전부다. 대부분 유공자의 생활이 비참하다. 자식, 형제 잃은 사람에게 세금 축내고 있다고 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5ㆍ18을 비하하는 발언이 왜 나올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 사회에 급진화된 우경 세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민주화 운동 세력, 특히 5ㆍ18을 북한 사주로 일어난 사건이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고 본다. 이런 극우 세력이 정치권 인사와 결합해 발생한 것이 2ㆍ8 공청회 사건이다. 한국 사회 극우 집단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두 번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렵게 이룩한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자칫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여야 4당이 세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봐라.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나. 자기들이 뽑은 대통령도 탄핵했다. 나는 이 사건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본다. (제명 의결할) 본회의장에 안 들어오면 낙인이 될 텐데 한국당 의원들이 그렇게 할 수 있겠나.
 
최경환 의원의 5ㆍ18민주유공자증. 윤성민 기자

최경환 의원의 5ㆍ18민주유공자증. 윤성민 기자

지난해 3월 제정된 5ㆍ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이 중 한 명이 최 의원이다. 하지만 지만원 씨의 진상조사위원 추천 여부를 두고 한국당이 머뭇거리면서 진상조사위 출범도 늦어졌다. 한국당은 지난달 결국 3명을 추천했지만, 청와대는 그중 2명을 사실상 거부했다.
 
청와대의 임명 거부로 진상조사위 출범만 더 늦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나도 진상조사위가 빨리 출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출범한 뒤 진상조사위 내에서 싸우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2ㆍ8 공청회 사건 이후 진상조사위를 훼방 놓으려는 한국당 의도가 확실해졌다. 그래서 지금은 (빠른 출범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ㆍ18민주화운동 기념 사진전. 윤성민 기자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ㆍ18민주화운동 기념 사진전. 윤성민 기자

평화당은 창당 이래 가장 분주한 최근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으로서 '5ㆍ18 폄훼'에 대해 앞장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평화당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낮은 지지율(2월 1주차 2.9%, 리얼미터)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어게인(again) 국민의당’을 만들자는 당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인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당 구도에선 국회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3지대 정당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면 국회가 생산적일 수 있지 않겠나. 정치인만 모이면 공감을 얻지 못하니, 시민사회와 학계가 결합하는 제3지대가 다음 총선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하길 바란다. 
 
최근 일부 바른미래당·평화당 의원이 만나 합당 등을 논의했다.
아직은 불확실하다. 올 하반기는 돼야 정계 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한국당이 촉발할 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후보는 극우적이고 냉전 보수주의 색깔이 강하다. 황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친박당, 태극기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분화가 있을 것이다. 민주당도 지금처럼 순혈주의·선민주의 정치를 하면 내부 분화가 있을 것이다. 
 
최경환 의원실에 걸려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예 작품. 김 전 대통령은 서거하던 해인 2009년 '실사구시'라고 써서 최 의원에게 선물했다. 윤성민 기자

최경환 의원실에 걸려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예 작품. 김 전 대통령은 서거하던 해인 2009년 '실사구시'라고 써서 최 의원에게 선물했다. 윤성민 기자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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