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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억짜리 추사 작품 가짜" 셀프수사 요청한 함평군청

전남 함평군립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추사 김정희 관련 작품. 함평군은 35억원을 주고 80점(30점 매입, 50점 기증)을 넘겨받았으나 32점이 위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함평군이 9억7500만원에 매입했으나 위작으로 의심받는 '두심언 대포 외'라는 명칭의 작품 일부다. 추사가 쓴 서체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함평군립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추사 김정희 관련 작품. 함평군은 35억원을 주고 80점(30점 매입, 50점 기증)을 넘겨받았으나 32점이 위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함평군이 9억7500만원에 매입했으나 위작으로 의심받는 '두심언 대포 외'라는 명칭의 작품 일부다. 추사가 쓴 서체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는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함평에서 일어난 35억원대 추사 김정희 위작 논란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17일 함평군의 수사 의뢰를 토대로 35억원대 추사 관련 작품 매매·기증 과정에 범죄 혐의가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 의뢰는 함평군이 매입하거나 기증받은 총 80점의 작품 가운데 일부인 32점이 위작이라는 판단이 나온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함평군은 위작 논란이 일자 지난해 11월 한국고미술협회에 추사 관련 작품 80점의 감정을 의뢰했다. '추사 김정희 박물관' 유치를 목표로 함평군이 2016년 3월 지역 출신 소장자로부터 35억원에 매입(30점)하거나 기증(50점)받은 작품이다.
 
한국고미술협회 감정 결과 32점이 위작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이 가운데 13점은 매입한 것이고, 나머지 19점은 기증받은 것이다. 매입 작품 중 위작이라고 지목된 13점의 매매대금은 15억8900만원에 달한다.
전남 함평군립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추사 김정희 관련 작품들. 함평군이 35억원을 주고 80점(30점 매입, 50점 기증)을 넘겨받았으나 32점이 위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함평군립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추사 김정희 관련 작품들. 함평군이 35억원을 주고 80점(30점 매입, 50점 기증)을 넘겨받았으나 32점이 위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 감정 결과에 따라 함평군은 자체 조사를 하고, 이번 작품 매매·과정에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를 의뢰했다. 단순 실수가 아닌 사기가 의심된다는 의미다.
 
함평군은 사기와 업무상 배임, 허위 감정 등 구체적인 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대상으로는 원소장자, 함평군에서 문제의 작품 매매·기증 업무를 담당했으나 현재는 퇴직한 당시 계장·과장 등 공무원 2명, 감정을 맡았던 외부 자문위원 6명 등 9명을 지목했다.
 
2015년 9월 이뤄진 감정에서는 외부 자문위원 6명 전원이 당시 감정 대상이 된 69점 모두 진품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이 작품의 합계 가격이 약 204억원이라고 결론 내렸다. 함평군은 이를 토대로 35억원을 주고 69점에 추가로 11점을 더해 80점을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 사기 목적으로 허위 감정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게 함평군의 판단이다. 자문위원 6명은 함평군과 박물관 부지 제공을 협의하던 전라남도교육청, 원소장자 등이 각각 2명씩 추천했다.
전남 함평군립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추사 김정희 관련 작품. 함평군이 35억원을 주고 80점(30점 매입, 50점 기증)을 넘겨받았으나 32점이 위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도화도원도' 라는 명칭의 작품. 함평군이 9700만원에 매입했지만 위작 논란이 일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함평군립미술관 수장고에 보관 중인 추사 김정희 관련 작품. 함평군이 35억원을 주고 80점(30점 매입, 50점 기증)을 넘겨받았으나 32점이 위작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도화도원도' 라는 명칭의 작품. 함평군이 9700만원에 매입했지만 위작 논란이 일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프리랜서 장정필

 
함평군은 전임 안병호 군수 시절 행정 절차도 수상하다고 봤다. 작품 원소장자에게 35억원을 주기 위해 무리하게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관련 조례상 기증 사례비는 작품가의 10%까지만 줄 수 있다. 작품 가격이 204억원이면 20억4000만원까지만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함평군은 군의회 반대에 부딪혀 '작품가의 20%'로 수정하는 조례 개정이 어려워지자 '기증'이 아닌 '매매+기증' 형식으로 전환 후 35억원을 지불했다.
 
현 이윤행 군수의 '진상 규명' 방침에 따라 이뤄진 행정 절차도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아직 위작 논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의뢰라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실제 함평군의 요청으로 감정을 맡은 한국고미술협회는 전체 80점의 작품 중 32점을 위작으로 판단하고도 "재감정이 필요하다"며 최종 판단을 보류했다. 원소장자가 감정위원들의 전문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내부 논의 결과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함평군이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면서도 원소장자에게 환불 요구도 하지 않은 채 곧장 수사 의뢰를 한 점도 매끄럽지 않다. 함평군과 원소장자가 주고받은 매매계약서에는 '언제든지 진위를 검수할 수 있으며 위작으로 판명될 경우 구매가격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원소장자 측은 "추사 작품들은 함평군도 추천한 전문가들이 포함된 자문위원단 판단을 거친 진품들"이라며 "함평군이 (현 군수와 사이가 좋지 않은) 전임 군수 때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도 환불 요구는 하지도 않고 있다.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함평군 관계자는 "진위 논란을 끝내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함평=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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