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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 일주일 2시간씩 가르치는 고교

일본강점기에 펼쳐진 독립운동사를 정규 교과목에 편성한 학교가 있다.
충북 진천군 덕산면의 서전고는 올해 2학년 교육과정에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사상’ 과목을 개설했다고 16일 밝혔다. 교재는 450쪽 달하는『한국 독립운동사 강의』를 활용한다. 2학년 학생들은 1학기 동안 일주일에 2시간씩 국내외 독립운동사와 주요 인물 활동상을 배운다. 특히 충북 진천 출신인 보재 이상설(1870~1917) 선생의 생애와 활동은 외부 강사를 초청해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서전고 학생들이 정문 앞에 있는 이상설 선생 동상 앞에서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서전고 학생들이 정문 앞에 있는 이상설 선생 동상 앞에서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서전고는 2017년 3월 충북 혁신도시에 개교한 학교다. 교명은 이상설(1870~1917) 선생이 1906년 만주에 세운 서전서숙(瑞甸書塾)에서 따왔다. 서전서숙은 일제의 식민교육 정책에 대항해 설립한 최초의 신학문 민족교육기관이다. 역사·지리·수학·법률 등 근대교육을 했고, 교장이었던 이상설 선생은 ‘산술신서’를 저술해 직접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이준, 이위종과 함께 을사늑약을 국제사회에 폭로하기 위해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로 파견되기도 했다.
 
이 학교 한상훈 교장은 “독립운동사를 배우는 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110여년 전 만주 벌판에 서전서숙을 세운 이상설 선생의 시대정신과 고민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과목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의 출세와 명예, 부를 희생했던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삶 속에서 청소년기 학생들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전고에는 헤이그 특사에게 전달한 고종황제의 칙서를 외부 벽면에 디자인한 체육관이 있다. 최종권 기자

서전고에는 헤이그 특사에게 전달한 고종황제의 칙서를 외부 벽면에 디자인한 체육관이 있다. 최종권 기자

 
독립운동사 수업에는 지역 향토사학자나 대학교수, 독립운동 연구가들도 초청할 예정이다. 곽성태 서전고 역사 교사는 “전문가와 함께 코 티칭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방대한 분량의 독립운동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강사를 섭외하고 동영상 자료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설 선생의 생애와 교육운동 단원에는 정창훈 전 대학교수가 강사로 나선다. 서전고 정문 앞에 서 있는 이상설 선생의 동상도 그의 작품이다. 정 교수는 “근현대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독립운동사를 공부하면 선조들의 치열했던 나라 사랑 정신을 느낄 수 있다”며 “이상설 선생이 99칸 집을 팔아 만주로 떠나던 과정을 비롯해 비밀리에 민족교육을 하던 진천 만뢰학원 등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독립운동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전고 1층에는 이상설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각종 자료가 전시된 ‘이상설 존’이 있다. 최종권 기자

서전고 1층에는 이상설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각종 자료가 전시된 ‘이상설 존’이 있다. 최종권 기자

 
서전고는 그동안 이상설 선생 추모제, 독립운동 해외 역사 유적지 탐방, 위안부 할머니 배지 공모전 등 다양한 민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상설 선생의 인류애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2017년과 지난해 성금을 모금해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네팔의 바드리칼리 초등학교돕기 활동도 펼쳤다. 다음 달 1일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참가하는 이상설 선생 추모제와 3·1운동 100주년 기념식 및 만세 행진 등을 벌이기로 했다. 서전고 2학년 이건섭(17)군은 “독립운동사를 배우면서 독도 문제와 주목받지 않은 독립운동가의 활동을 깊이 있게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진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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