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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부부, 면접교섭권 따지지 말자…자녀 마음이 먼저다

기자
장연진 사진 장연진
[더,오래] 장연진의 싱글맘 인생 레시피(13)
 
둘째가 6살 때 유치원 재롱잔치에서의 일이었다. 5세 아이들 공연이 끝난 뒤 마침내 둘째와 반 아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나는 얼른 어깨높이로 손을 흔들어 아이와 눈을 맞춰 주었다. 그런데 둘째가 안도의 미소를 짓기 바쁘게 내 옆자리로 눈을 주더니 비어 있자 공연이 시작됐는데도 연방 눈길을 출입문 쪽으로 돌리는 게 아닌가! 몇 달 전 이혼하고 혼자 떨어져 사는 제 아빠가 언제 오나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드디어 아빠가 얼굴을 내밀자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율동에 집중했다.
 
딸아이는 재롱잔치에서 율동을 하면서도 아빠가 언제 오나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다른 양육 부모처럼 여타의 문제로 감정이 앞서다가도, 마음을 비우게 된다. [사진 pixabay]

딸아이는 재롱잔치에서 율동을 하면서도 아빠가 언제 오나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다른 양육 부모처럼 여타의 문제로 감정이 앞서다가도, 마음을 비우게 된다. [사진 pixabay]

 
이혼한 부부가 양육비 못지않게 갈등을 겪는 부분이 있다. 이혼으로 자녀와 떨어져 사는 부모가 정기적으로 자녀와 만날 수 있는 법적 권리. 바로 면접교섭권을 두고서다. 하지만 면접교섭권은 이 사전적 정의처럼 자녀와 떨어져 사는 비양육 부모에게만 있지 않다. ‘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는 상호 면접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2007년 바뀐 민법에는 이렇게 면접교섭권이 비양육 부모와 자녀의 ‘상호’ 권리라고 나와 있다. 미성년 자녀가 면접교섭권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아이들의 이 권리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전남편(부인)이 아이를 만나기만 하면 저와 제 가족에 대해 험담하고, 엄마(아빠)가 먼저 이혼하자고 했다며 이혼 원인을 제게 돌려요. 또 갑자기 집으로 쳐들어와 아이들을 시가로 데려가겠다고 협박하고, 몇 달째 양육비도 보내지 않는데 면접교섭권을 제한할 수 없나요?” 이혼한 부부가 면접교섭권을 두고 갈등을 빚는 가장 흔한 사례인데, 비양육 부모뿐만 아니라 양육 부모도 자녀가 면접교섭권의 주체라는 사실을 은연중 간과하고 있다.
 
먼저 비양육 부모가 자녀를 만나 양육 부모와 그 가족을 헐뜯는 등 함께 사는 부모와 자식 사이를 이간질하는 것을 보면, 자녀를 면접교섭권의 주체로 인식하기보다는 자기감정의 볼모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사는 자녀를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누는 게 아니라, 되레 어린 자식에게 이혼 과정에서의 앙금과 자신의 소외감과 피해의식을 풀고 있지 않은가.
 
이혼 원인을 누가 제공했든 혼자만 가족과 떨어져 사는 외로움이 크겠지만, 문제는 이렇게 비양육 부모가 일방적으로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양육 부모와의 갈등을 떠나 자녀가 스스로 만남을 거부하게 된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헤어져 사는 부모를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즐겁게 지내려는 아이의 기대를 저버리고 비양육 부모가 만날 때마다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면 누가 계속 만나고 싶겠는가.
 
아이는 면접교섭권의 주체이며, 비양육 부모를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눌 기회를 가져야 한다. [사진 pixabay]

아이는 면접교섭권의 주체이며, 비양육 부모를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눌 기회를 가져야 한다. [사진 pixabay]

 
안 그래도 이혼한 부모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데 말이다. 비록 같이 살지는 못하더라도 자녀와 정기적으로 만나 돈독한 정을 쌓고 싶다면, 비양육 부모는 자녀가 면접교섭권의 엄연한 주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면 양육 부모는 면접교섭권을 자녀 대신 행사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자녀의 권리를 침범할 여지가 있다. 비양육 부모가 양육 부모 자신과 아이를 이간질하거나 으름장을 놓고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다고 면접교섭권을 임의로 제한하려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혼자 자녀를 키우기도 힘든데 비양육 부모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위협하고 괴롭히니까 두려움과 배신감에 쉽게 감정에 치우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면접교섭권은 천륜에 바탕을 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두 주체의 고유 권리여서, 대화로 하든 법으로 하든 여타의 문제는 따로 분리해 풀 수밖에 없다. 알코올 중독과 같은 방탕한 생활로 자식의 안전이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이 비양육 부모의 면접교섭권을 보장하고 있어서다.
 
개인적으로 다른 양육 부모처럼 여타의 문제로 감정이 앞설 때면, 유치원 재롱잔치 때 이제나저제나 제 아빠가 오길 기다리던 둘째의 눈빛을 떠올리며 마음을 비우곤 했다. 그 눈빛은 내게 천륜 앞에선 무조건 한 걸음 물러서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닫게 해주었다. 아이들이 교우관계에서 스스럼없이 아빠 얘기를 꺼내고 위축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면접교섭의 시기와 횟수를 따지지 않고 만나게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이웃으로부터 전해 들은, 어느 조부모의 깊은 연륜 앞에선 마냥 부끄러울 뿐이다.
 
워킹맘 딸이 이혼해 외손주들을 대신 돌보게 된 한 할머니가 전 사위에게 어떤 원망도 조건도 달지 않고 당부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아이들을 만나 부모로서 사랑을 베풀고, 행복한 추억도 만들어주라고. 어린 손주 앞에서 양육 부모를 험담해 외려 갈등을 부채질하는 조부모도 많은데, 솔로몬의 지혜가 따로 없다. 면접교섭권이란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미성년 자녀의 원만한 성장을 위해 우리 이혼 부부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따끔하게 일깨우지 않는가.
 
장연진 프리랜서 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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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