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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반복을 혐오한다…트럼프의 별칭은 ‘백악관 그 남자’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우리말이건 영어건 정확한 단어를 써야 말이 힘차다. happy(행복한)라고 할 때와 exultant(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라고 할 때가 있다. ‘훌륭하다’와 ‘빼어나다’는 비슷하지만, 어감이 다르다.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
 
또 말의 반복을 피하고 바꿔야 좋다. 영어는 반복을 거의 ‘혐오하는’ 언어다. 우리말로는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에서… 문 대통령은 행사 후 다음 일정을 위해… 같은 식으로 ‘문 대통령’을 계속 써도 괜찮다. 지겹지 않다. 영어에선 지겹다.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대통령, 미국 지도자, 백악관의 그 남자(the US President, the American leader, the man in the White House)’ 등으로 변화를 줘야 한다.
 
로제이의 초상화. [사진 토머스 페티그루]

로제이의 초상화. [사진 토머스 페티그루]

시소러스(Thesaurus)는 말의 정확성과 반복 회피를 위한 대표적인 참고도서다. 어원은 보물·보고(寶庫)를 뜻하는 그리스어다. 원조는 피터 마크 로제이(1779~1869)가 쓴 『영어 단어·구(句) 시소러스(Thesaurus of English Words and Phrases)』(1852, 이하 『로제이』)이다.
 
세 번째 쓸모가 있다. ‘말이 혀끝에서 뱅뱅 돌며 생각이 안 나는(on the tip of one’s tongue)’ 경우다. 예컨대 영어로 ‘첫인상’이 우리말과 비슷하다는 것은 아는데 ‘first’만 기억난다. first에서 찾으면 ‘first impression’이 나온다.
 
1만5000단어 분량인 초판은 1000부를 찍었다. 현재까지 4000만 부 넘게 팔렸다. 『로제이』의 직계 후손인 『로제이 국제 시소러스(Roget’s International Thesaurus)』(2010년, 7판)는 46만4000단어·구에, 분량은 1312페이지다. 20세기 초반, 십자말풀이가 크게 유행해 판매가 급신장했다.
 
『로제이』는 단어를 6개의 유형(class), 즉 ‘추상적인 관계, 공간, 물질, 지성, 의지, 애정’으로 나눴다. 유형을 다시 나눈 주제(heading)는 총 1000개였다. 『로제이 국제 시소러스』는 15개의 유형(신체와 감각, 감정, 장소와 장소의 변화, 도량과 형태, 생명체, 자연현상, 행동과 의지, 언어, 인간 사회와 제도, 가치와 이상, 예술, 직업과 공예, 스포츠와 오락, 마음과 생각, 과학과 기술)과 1075개 주제로 돼 있다.
 
원하는 단어를 찾는 방법은 두 가지다. 책 앞의 유형 목록에서 찾아 나가는 방법과 책 끝의 알파벳 순서 인덱스에서 찾는 방법이 있다.
 
시소러스에는 단어 뜻이 없다. 예컨대 pride(자부심)의 연관 단어로 self-esteem(자부심), majesty(위풍당당함), arrogance(오만), conceit(자만심), vanity(자만심)을 찾은 다음에는 일일이 사전에서 뜻을 알아봐야 한다.
 
목사 아들인 로제이는 19세에 의사가 됐다. 수학자·자연신학자·발명가이기도 한 팔방미인이었다. 1815년엔 ‘로그-로그 계산자(log-log slide rule)를 발명했다. 26세였던 1805년 『로제이』의 초고를 썼다. 완성본은 1852년 73세일 때 나왔다.  
 
시소러스를 만든 이유는? 그의 활발한 강연·기고에 필요한 시소러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했다. 직접 만들었다. 어릴 적부터 단어 놀이가 취미였다. 강박장애(OCD)와 우울증으로 고생한 그에게 단어 공부는 힐링 수단이었다. 시소러스를 만들 때 그의 포부는 모든 지식을 분류하는 것이었다. 생전에 28판까지 작업했다.  
 
변호사인 아들 존 로제이(1828~1908)와 엔지니어인 손자 새뮤얼 로제이(1875~?)도 『로제이』 개정이라는 가업을 이었다. 로제이의 생일인 1월 18일은 미국에서 ‘내셔널 시소러스의 날’이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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