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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은 ‘에로이카’ 교향곡 제목을 왜 바꿨나

베토벤 심포니

베토벤 심포니

베토벤 심포니
루이스 록우드 지음
장호연 옮김
바다출판사
 
베토벤 3번 교향곡 ‘에로이카’가 나폴레옹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제자 페르디난트 리스가 남긴 기록 덕분이다. 1804년 리스는 스승을 찾아갔다. 탁자 위에는 교향곡 악보가 놓여 있었는데 표지 위에 ‘보나파르트’, 아래엔 ‘루이지 판 베토벤’이라 적혀 있었다. 리스는 보나파르트가 황제를 칭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베토벤은 소리쳤다. “그 역시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단 말인가! 이제 그도 인간의 권리를 짓밟고 자신의 야망만 채우겠군!” 베토벤은 탁자로 가 교향곡 표지를 찢어 바닥에 던졌다. 이 장면은 베토벤을 고매한 공화주의자로 그리고 ‘에로이카’ 교향곡에 나폴레옹의 가면을 씌웠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책은 깊숙이 들어간다. 나폴레옹이 황제에 오른 뒤인 1804년 6월에도 베토벤은 출판업자에게 교향곡의 제목은 ‘보나파르트’라고 알렸다. 찢어버린 표지 아래 다시 연필로 ‘보나파르트에 대하여 씀’이라고 적기도 했다. 나폴레옹이 황제가 됐건 말건 야심 차게 작곡한 교향곡에 그의 이름을 남기는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한 증거 아닌가. ‘공화주의자’ 베토벤의 이미지가 흔들린다.
 
2년 뒤 ‘에로이카’가 출판된다. 베토벤은 새 속표지에 ‘한 위인의 추억을 기리며’라고 적었다. 저자는 베토벤이 이탈리아어로 쓴 이 헌사를 분석해 에로이카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영웅의 이상에 바치는 교향곡이라고 해석한다. 비로소 ‘에로이카’가 나폴레옹의 가면을 벗어 던지는 느낌이다. 베토벤은 이런저런 인간적 고심을 했으나 에로이카의 위대함과는 애초에 상관없는 일이었다.
 
저자 루이스 록우드는 베토벤의 아홉 개 교향곡을 이런 방식으로 낱낱이 분석했다. 그가 연구한 자료는 베토벤이 남긴 방대한 분량의 스케치북, 악보, 수첩들이다.
 
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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