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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토록 비판하던 ‘토건 정치’의 부활인가

‘판도라의 상자’ 뚜껑이 열리는가. 지난 13일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재논의 의사를 밝히자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발언에 이어 행정안전부가 영남 지역 신공항 여론 동향을 파악한 문건을 작성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청와대의 입장은 모호하다. “김해 신공항 확장이라는 기존 결정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문 대통령 언급대로 총리실을 통한 검증은 추진한다는 것이다.
 
벌써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간의 지역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대통령이 큰 선물을 줬다”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처럼 반겼다. 하지만 대구시장과 경북지사는 “재론할 사안이 아니다”며 의미 확대에 선을 그었다. 대구·경북의 지역 여론이 들끓자 오 부산시장이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심각하게 표출됐던 영남 지역 내 갈등 양상이 상대 지자체장의 설득으로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관통하면서 국론 분열 양상까지 초래했던 사안이다. 소모적 갈등 끝에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입지 경쟁을 벌이던 밀양과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였다. 이후 부산·울산·경남 단체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바뀐 것 외에는 특별한 사정 변경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다시 꺼낸 배경에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적 속셈이 깔렸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정치 논리에 좌우되는 폐단은 이제 끊어야 한다. 진영의 좌우를 떠난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24조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면제가 강행된 것이 불과 보름여 전이다. 현 집권 세력이 ‘삽질’이라며 그토록 비판했던 4대강 사업보다 심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그런 지적의 반향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신공항 문제를 꺼낸 것은 ‘토건 정치’의 본능이 아니면 무엇인가. 이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한들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 전국의 공항 상당수가 토건 정치가 낳은 ‘하얀 코끼리’(수익성 없는 과잉 투자)가 됐다. 선거 때가 되거나 정권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면 어김없이 건설 공약이 등장했다. 건설 과정에서 반짝 경기부양 효과가 나긴 했지만, 지어놓고 나면 ‘유령 공항’이 되기 일쑤였다. 국내 15곳 공항 가운데 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 등 5곳을 제외하면 모두 만성 적자인 상태다. 그런데도 지난달 예타 면제 사업에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이 추가됐다.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무안공항이 수용 능력의 10%만 활용되고 있는 사실은 무시됐다.
 
경제가 나빠질수록 대형 토건 사업에 대한 유혹은 커진다. 일자리 문제와 경기 침체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을 만회하는 회심의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성과 사업성 없는 지역 민원성 사업에 세금을 퍼붓는 일이 반복되면 우리 경제는 치유 불능의 내상(內傷)을 입게 된다. 국민의 땀이 젖은 세금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쓰는 일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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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