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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로 떠오른 ‘아싸’…소통 여왕 AOC, 트럼프 쏘다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개원식에 참석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이 동료 의원과 대화하며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개원식에 참석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이 동료 의원과 대화하며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29세 전직 웨이트리스가 정치 스타덤에 올랐다.”(폴리티코)
 
“트럼프 이후 가장 흥미로운 정치인이다.”(더위크)
 
미국 역대 최연소 하원의원인 29살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10선의 조 크롤리를 15%포인트 차이로 따돌린 후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선됐다. ‘푸에르토리코계 이민자 2세’ ‘20대 여성’이란 조건만 보면 미국 정계의 아웃사이더다. 선거 유세 영상에서 “나 같은 여성은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는 거로 돼 있다”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이니셜이자 애칭인 ‘AOC’로 불리며 워싱턴의 ‘인싸’(인사이더)가 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집계한 ‘트위터 파워 지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 달간 그가 받은 리트윗과 좋아요는 무려 1180만 건이다.
 
바텐더로 일할 당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 모습.

바텐더로 일할 당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 모습.

지난 7일 넷플릭스는 오카시오 코르테즈를 주인공으로 여성 국회의원에 대한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녹 다운 더 하우스(Knock down the house)’를 1000만 달러(약 112억5000만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수 성향 폭스뉴스 패널들이 오카시오 코르테즈의 정책에 관해 토론하기 바쁘다”며 “그들이 사회주의 사상을 비난할수록 오히려 그 사상이 대중화되면서 폭스는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등장부터 기성 정치인들과 달랐다.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내세운 그는 예비선거 때부터 “기업 후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경쟁자였던 크롤리 의원이 기업 후원 등을 통해 330만 달러(약 37억원)의 선거자금을 마련한 데 비해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개인 후원으로 모은 돈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0만 달러(약 3억3000만원)였다.
 
직전까지 웨이트리스와 바텐더로 일했던 그는 남자친구와 동거하던 집을 선거 캠프로 사용했다. 게다가 정치 경력이라곤 2016년 대선 당시 버니 샌더스 캠프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미국 내 최대 사회주의 단체인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회원으로 활동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선거 캠페인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 확대, 대학 무상 등록금, 부유세 공약 등의 파격 공약을 내세웠고 결국 당선됐다.
 
당선 이후에도 파격 행보는 이어졌다.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선 “월세를 내기 위해 첫 의원 월급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격한 공감을 샀다. 지난달 3일 열린 하원의원 취임식에선 홀로 흰옷을 입고 참석했다. 흰옷은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했던 ‘서프러제트(Suffragette)’를 상징한다. 한 달쯤 뒤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때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오카시오 코르테즈와 함께 흰옷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CBS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적 목소리를 내고 차별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등의 발언으로 ‘트럼프 저격수’로 떠올랐다.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부유세 공약’과 ‘그린 뉴딜 정책’ 때문이다. 연 소득이 1000만 달러(약 112억원) 이상일 경우 부유세를 최대 70%까지 내도록 하고 이 돈으로 10년 내 전력 수요의 100%를 자연 에너지로 충당하는 ‘그린 뉴딜 정책’을 주장했다.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선거 공약인 ‘그린 뉴딜’ 정책 입법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선거 공약인 ‘그린 뉴딜’ 정책 입법 추진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격 행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빛을 발하고 있다. 더 내셔널은 오카시오 코르테즈를 두고 “SNS의 비공식적인 여왕”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그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약 310만 명으로 지난해 6월과 비교했을 때 여섯 배나 늘었다.
 
그는 SNS를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평소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던 이면도 보여주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의사당 내부 사진을 올리며 “호그와트(‘해리 포터’의 마법학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달고 의회 도서관에 있는 오래된 서적을 소개하기도 했다. 퇴근 후엔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저녁 식사를 만들며 정치 관련 질문을 실시간으로 받아 답하는 ‘쿡방’을 선보여 젊은층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신을 폄훼하는 이들에게 SNS를 통해 맞대응하기도 했다. 의원에 당선되고 얼마 후 익명의 트위터 계정 ‘어나니머스Q’는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대학생 시절 촬영한 댄스 영상과 함께 “똑똑한 척하지만 멍청하게 행동하는 사회주의자가 여기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집무실 앞에서 춤추는 영상과 함께 “공화당은 여자가 춤추는 걸 스캔들이라고 한다. 춤추는 국회의원이 있다는 걸 찾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재치있는 트윗을 올려 오히려 ‘댄싱퀸’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런 오카시오 코르테즈를 두고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세대)에 어울리는 정치인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밀레니얼 세대는 좌·우 상관없이 자신들의 관심사를 대변해 줄 인물을 찾았는데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이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AOC식 접근에 대해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의식적이든 아니든 콘텐트 제작자들은 트럼프를 소비했던 것처럼 오카시오 코르테즈 얘기를 시청률이나 웹 트래픽을 올리는 데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인디와이어는 “인스타그램은 포퓰리즘의 도구”라며 “개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최근엔 설익은 급진적 진보주의가 오히려 공화당의 먹잇감이 되면서 ‘중도층 포용’이란 민주당 집권 전략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보수 진영은 그동안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공격해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민주당 초선 3인방(오카시오 코르테즈, 일한 오마르 미네소타 하원의원, 라시다 틀라입 미시간 하원의원)은 때릴 데가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라고 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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