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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경제성 없는데 밀어붙이기…‘수소사화’가 걱정된다

우석훈의 경제 레이더
정부가 규제혁신의 하나로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를 가능하게 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인 지난해 10월 파리 도심 알마광장의 수소충전소에서 택시기사가 연료전지차 투싼(현대자동차)에 수소를 충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정부가 규제혁신의 하나로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를 가능하게 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인 지난해 10월 파리 도심 알마광장의 수소충전소에서 택시기사가 연료전지차 투싼(현대자동차)에 수소를 충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중종반정 이후 조광조의 개혁 정치는 공신세력들의 목을 겨누었다. 그렇지만 개혁은 거기까지, 반격이 시작되었고 조광조를 비롯한 70여 명이 사약을 받고 죽게 된다. 이걸 기묘사화라고 부른다. 조선조의 사화는 별 이유 같지도 않은 예법이나 상소 같은 사소한 꼬투리로 시작된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화를 입고, 죽게 되었다. 명분이야 뭐가 되었든, 상대편을 죽여야 할 이유가 생기면 사화가 발생한다.
 
최근에 공무원이나 연구원들이 수소차 문제로 고민을 한다. 조선조로 치면 왕이 나섰고, 왕을 둘러싼 공신 세력들이 나섰다. 지금 엔지니어나 공무원이 수소차에 대해서 반대하면, 새로운 연구과제에서 배제되는 건 물론이고, 하던 연구 과제나 사업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청와대에서 뭘 시켜서 그런 게 아니다. 감히 왕이 하는 일을! 그렇다고 지금 열심히 하면? 정권의 힘이 빠지거나 정권이 바뀌면 지금 내려지는 수소차와 관련된 많은 결정들은 결국 국정감사로 간다. 실무자들은 위에서 시키면 하는 시늉만 내거나, 크게 공을 세워서 국감장에 증인으로 끌려가는 길 중에서 고뇌한다. 아마 몇 년 후, 우리는 ‘수소사화’라고 불리는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왕이 하던 개혁을 진짜로 앞장 서서 열심히 하던 조광조의 비극과 같다. 산업부 장관 등 에너지·산업 관련 기관장들, 조광조의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낙관적으로 봐도 2050년 승용차 5%
 
수소차가 사화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들 부시, 그가 어느 날 뜬금없이 수소 경제를 들고 나왔다. 기후변화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하고 원자력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산하에서 수소경제라는 게 나왔다. 미국이 가니까, 이렇게 가는구나, 전 세계가 연구개발을 시작하면서 미국 주도의 세계 패러다임에 적응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오바마가 등장했다. “미쳤어, 수소로 가게, 우리는 플러그인이야!” ‘미국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 계획’의 결론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결합한 플러그인이었다. 장거리에서만 휘발유를 쓰고, 일상적 출근거리 정도는 전기로 움직이는 플러그인이 각광받았다. 부시 시절에 수소를 밀던 프로그램은 미국발 사화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트럼프가 되었다. 부시고, 오바마고, 다 싫어! 환경이고 나발이고 나는 돈만 볼 거야. 다시 사화가 왔다. 자, 그럼 우린 어디로 가야 해? 각자 도생, 알아서, 트럼프 눈치 본다고 답 나오는 것도 아니고. 부시와 오바마를 거쳐, 미국이 전 세계에서 불러모은 환경,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제 불법체류자가 되기 전에 알아서 집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2016 에너지 기술 전망’이라는 작업을 했다. 2050년까지 6도 전망, 4도 전망, 2도 전망이라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지구의 온도가 평균 6도 변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하던 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얘기다. 이래서는 우리가 살 수가 없으니까, 좀 많은 노력을 하는 게 4도만 온도가 오르게 하는 ‘4도 전망’이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별 필요 없는 것까지 다 해서 최대한 억제하는 게 ‘2도 전망’이다. 6도 전망과 4도 전망에서 수소차는 변수로 등장하지 않고, 2도 전망에서만 총 에너지의 1.5 %를 차지하는 변수로 등장한다.
 
지금 한국 정부가 하는 노력은? 냉정하게는 6도 시나리오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는 척만 하지, 실제 하는 건 없다. 죽어라고 해야 달성하는 4도 시나리오, 우리의 노력은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2도 시나리오에 맞춰서 움직인다고 해야 승용차 에너지의 5%로 전망된다. 세계에너지기구는 시민단체가 아니라서 원자력과 수소차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기구다. 거기서 봐도 수소 연료전지의 활용은 2050년까지는 제한적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타당성, 경제적 타당성 그리고 사회적 타당성, 세 가지를 따진다. 수소차의 경우는 기술적 타당성이 매우 약하다. 수소가 워낙 안정적인 원소라서 천연가스 같은 연료에서 뽑는다. 물에서 뽑을 수도 있는데, 여기에 드는 절대적 에너지량이 워낙 높다. 그럴 전기가 있으면, 그 전기를 그냥 쓰는 게 낫다. 배터리 저장 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그리고 대규모가 될수록 수소 저장장치의 규모가 커지고 위험성도 같이 증가한다. IEA가 트럭 등 상용차에서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는 게, 규모가 커져도 비용이 내려가는 기술이 아니라서 그렇다.
 
경제적 타당성은? 수소차의 경우는 거의 없다. 전기차의 기술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아예 경쟁이 안 된다. 2050년이 되면 수소차가 지금의 많은 기술적 장벽을 경제적으로 극복하지 않을까? 그 전에 전기차와의 경쟁은 이미 끝난다. 베타맥스와 VHS 비디오 테이프나 필름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경쟁 등, 기술적으로는 괜찮지만 경제적으로 패배한 경영 전쟁의 사례는 많다. 트럼프가 어느 날 갑자기 수소차 아니면 미국에 수입할 때 엄청난 보복관세 물리겠다는 정도의 변화가 없다면 경제적 타당성은 없다. 부산시에서 수소차에 3500만원을 준다고 한다. 그 돈을 차라리 신생아에게 주시라.
 
 
베타맥스나 필름카메라처럼 사라질 것
 
사회적 타당성은? 오세훈의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 사태가 말해준다. 오세훈은 시장 시절, CNG 충전소를 평창동에 두려고 했다. 결국 평창동 최초로 주민 데모가 벌어졌다. 2016년 총선, 종로에 출마한 오세훈은 텃밭인 평창동에서 표가 제대로 안 나왔다. 결국 그의 정치적 복귀는 불발이 되었다. 시내에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도 없는 게 한국이다. 지금 수소차에 찬성하는 정치인들도 주민 민원이 들어오면 결국 다 반대하게 된다. 제2의 오세훈이 되고 싶은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다. LPG나 CNG도 안 받는 주민들이 대규모 수소 충전소를?
 
수소차,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실무자들이 결국 사화를 맞게 될 거라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힘으로 그냥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전기차와 플러그인에서 밀리면, 자동차의 미래는 없다. 여기서 싸워야 한다. 핵심인 배터리 기술은 아직 우리가 최고다. 사막에다 태양광 패널을 대량으로 설치해 생산한 전기를 배로 들여오면 된다는 황우석 같은 얘기는 그만 하시라. 한화증권에서 그것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계산했다. 수소경제, 수소사회가 우리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수소사화’가 기다린다.
 
우석훈 박사·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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