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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철주금 자산 매각 착수"…한·일, 루비콘 강 건너나

"태평양 전쟁 종전이후 최악"이라는 한·일관계에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 터질 것인가. 
징용 판결 원고측 대리인들이 14일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서 "신일철주금 등 일본 기업들이 계속 배상 문제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달중이라도 압류된 자산에 대한 매각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15일 일본 도쿄를 찾은 대리인들은 이날도 신일철주금측이 협의에 응하지 않자 '자산 매각 절차 착수'의사를 회사측에 통보했다.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지난해 11월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지난 1월초 한국 법원은 대법원 징용판결에서 배상 명령을 받은 신일철주금에 대해 원고측이 제출한 자산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신일철주금이 포스코와 제휴해 설립한 회사 주식 8만1075주(약 2억원)가 대상이다. 하지만 통상 자산압류와 동시에 진행하는 자산 매각·현금화 신청을 당시 원고측은 하지 않았다. 신일철주금이 배상 협의에 응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신일철주금을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계속 배상 관련 협의를 거부하자 원고측이 ‘매각 절차 개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15일자 일본 언론에 비중있게 보도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도 전날 회견에서 "한국측이 1965년 청구권 협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측의 압류 관련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건 극히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의 대응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일본 기업이 당장 원고측과의 배상 협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15일에도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등은 원고측 대리인들을 만나주지 않는 등 의도적인 무시 전략을 폈다.   
 
징용 판결 원고측 대리인들이 지난해 12월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해 "배상을 위한 협의에 응하라"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윤설영 특파원

징용 판결 원고측 대리인들이 지난해 12월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해 "배상을 위한 협의에 응하라"는 요청서를 전달했다. 윤설영 특파원

 
그렇다고 그동안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한국 정부가 당장 대책을 발표하거나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 
 
물론 압류된 자산이 최종적으로 매각·현금화 될 때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지만 일단 현실화한다면 양국간 갈등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누차 "일본 기업에 실제 손해가 발생한다면 대항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자산 매각 등으로 일본 기업에 실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 1965년 청구권 협정에 규정된 중재절차나 국제사법재판소(ICJ)제소 등의 법적 조치외에 한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 '대항조치'의 내용과 관련해 자민당내에선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불산 플루오르화수소)’ 등 핵심 소재와 부품의 한국 수출 금지^한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상^한국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등의 강경책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만난 한미일 외교장관,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연합뉴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만난 한미일 외교장관,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연합뉴스]

 특히 불화수소와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순도가 높은 불화수소는 일본 기업이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가 전략물자인 불화수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 한국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대항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에서도 반격 조치가 나올 수 밖에 없고, 보복과 보복이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회복 불능한 수준까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양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압류 자산에 대한 매각은 양국 관계가 루비콘 강을 건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한편 한·일관계에 있어서 일본 정부내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스가 관방장관 조차도 최근 납치문제 관련 언급에서 '한국과의 협력'이라는 표현을 제외하기 시작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연합뉴스]

 
납치문제 담당상을 겸하고 있는 스가 장관은 그동안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나타낼 때 마다 '미ㆍ일간,한ㆍ미ㆍ일간 연대'란 표현을 써왔지만, 14일 관련 행사에선 “미국과 긴밀히 연대하겠다”고만 말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한국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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