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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 부과 초읽기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앞세워 지난해 철강에 이어 수입 자동차마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대상에 집어넣을 조짐이다. 이에 따른 고율 관세 부과 여부에 국내 자동차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상무부의 수입차 보고서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울산 수출전용부두를 가득채우고 있는 현대차. [중앙포토]

미 상무부의 수입차 보고서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울산 수출전용부두를 가득채우고 있는 현대차. [중앙포토]

 
1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결론지은 보고서를 17일 백악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고서를 검토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90일 이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수입 물품에 고율 관세를 매긴 사례가 있다. 지난해 상무부는 철강 수입을 2017년 대비 37% 줄이면 미국 철강산업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세 가지 수입규제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이를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품목별로 관세율을 차등해 부과했다.
 
지난해 미국이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232조의 가공할 위력을 과시했다. 사진은 경북 포항의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쌓여있는 열연코일.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이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232조의 가공할 위력을 과시했다. 사진은 경북 포항의 한 철강회사 제품창고에 쌓여있는 열연코일. [연합뉴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를 조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고, 상무부는 지난해 5월부터 이 사안을 조사해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1962년 냉전 시대 제정됐다가 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발족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입품에 대해서는 미 의회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결정할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했지만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쓸모가 없어졌다.
 
이 조항이 다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철강제품 수입규제부터이다. WTO 체제를 무시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부르짖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파워를 안겨주는 조항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수입 자동차나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유럽연합(EU)ㆍ일본ㆍ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타깃이 된다. 관세가 어떤 범위의 제품에 대해 얼마의 세율로 부과될지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EU 내 자동차 최대 수출국인 독일이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하다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지난해 7월 정상회담에서 무역협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타결을 보기 전까지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었다.
 
장뤼크 드마르트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장은 미국이 자동차에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경우 EU 집행위가 200억 유로(약 25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맞불을 놓을 관세 목록을 작성해뒀다고 지난달 유럽의회에서 증언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와 양자 무역협정을 맺으려는 일본 또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국과 지난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을 협상하면서 미국이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로 압박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일본에 비관세장벽 철폐, 미국 내 자동차 생산과 일자리 증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232조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무역협상을 벌일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되는 셈이다.
 
한국은 한·미 FTA 개정을 통해 미국의 자동차 분야 우려를 대부분 해소했으며,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라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연합뉴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방미 결과를 설명하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정부와 의회 인사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면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모두 한·미 FTA 개정협정 등 양국 교역 관계 발전을 위한 한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한국은 자동차 관세의 주요 표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주요 자동차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EUㆍ일본과 함께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단하기 힘든 성향을 가졌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안을 두고 미국 내부에서도 반기는 분위기와 거리가 있다. 미국의 자동차 연구소인 오토모티브리서치센터는 수입차 전체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차 딜러들의 매출액이 66억5000만 달러(약 7조5000억원) 줄고, 11만75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도 미ㆍ중 무역전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EUㆍ일본ㆍ한국 등 동맹국의 힘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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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