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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영양공급, 왜 연명치료에 해당하지 않는 걸까?

기자
백만기 사진 백만기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27)
국립의료원에서 한 부부가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연명 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11만 명이라고 한다. 김경록 기자

국립의료원에서 한 부부가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연명 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11만 명이라고 한다. 김경록 기자

 
연명 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었다. 그동안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11만 명이라고 한다. 연명 의료결정법이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정착된 것으로 보이나 65세 이상 노인 등록자만 따지면 국내 노인 인구의 1.2% 수준이다. 노인의 91.8%가 연명 의료에 반대한다는 2017년 보건복지부의 실태 조사를 고려하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다음 달에는 몇 가지 보완책이 나온다.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중단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할 가족의 범위가 축소되며 연명 의료 대상 분야도 늘어난다. 그런데도 추가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시행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조항이다. 바로 인위적인 영양공급이다.
 
환자들 인위적 영양공급 원치 않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음식을 누군가 먹이고자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거부할 것이다. 환자 및 보호자를 상대로 조사한 설문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2011 보고서. 전체 조사 대상자 564명 중 96%가 인위적인 영양공급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자료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제작 유솔]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2011 보고서. 전체 조사 대상자 564명 중 96%가 인위적인 영양공급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자료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 제작 유솔]

 
2011년 국가 생명윤리정책연구원에서 연명 의료 및 사전의료의향서를 조사했는데 전체 대상자 564명 중 96%인 545명이 인위적인 영양공급을 원치 않는다고 답했다. 남자는 204명 중 198명이, 여자는 360명 중 347명이 인공 영양공급을 원치 않았다.
 
인위적인 영양공급이란 환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강제로 영양과 수분을 관을 통해 코나 목 등으로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영양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질식 등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연명 의료 중단 분야에 인위적인 영양공급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 제정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논의되었으나 입법과정에서 제외됐다.
 
인위적인 영양공급이 제외된 것은 어떤 연유에서인가.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여러 계층의 인사가 모여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 김 할머니 사건은 자식들이 의식 없는 어머니 대신 “고통만 더하는 연명 의료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가 병원에 거절당한 사건을 말한다. 법원은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천주교에서는 연명 의료 과정에서 인위적인 영양공급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자기결정권보다 생명존중과 돌봄이 우선이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심폐소생술과 같은 특수의료이지 기본적인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는 일반의료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어렵게 마련한 합의안이 지체될까 봐 인위적인 영양공급은 제외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가톨릭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서도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법안이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2017년 이탈리아 상원은 인위적인 영양 주입 등을 거부할 수 있는 사망선택(Living Will) 법안을 찬성 180표, 반대 71표로 승인했다. 사망선택 유언이란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에 처했을 때 존엄사할 수 있는 의견을 밝힌 문서로 영국 등 유럽 다수 국가가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 여석가지 약물이 투약되고 있는 모습. 인위적인 영양공급으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부작용도 있지만 경제적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중앙포토]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에게 여석가지 약물이 투약되고 있는 모습. 인위적인 영양공급으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부작용도 있지만 경제적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중앙포토]

 
인위적인 영양공급으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부작용도 있지만 경제적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일반 서민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다. 자칫하면 한 가정의 살림이 무너질 수 있다.
 
인위적인 영양공급을 주장하는 의견은 환자를 굶어 죽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은 건강한 사람을 염두에 둔 것이고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품위 있는 죽음을 원하는 환자의 의사에 반할 수도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된 인공 영양공급 문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현황. 임종 환자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인공 영양공급은 일률적으로 시행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자료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현황. 임종 환자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인공 영양공급은 일률적으로 시행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자료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임종 환자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2016년 서울대 윤영호 교수팀이 환자 및 의료진, 일반인 등 4176명에게 좋은 죽음의 조건에 관해 물은 적이 있다. 남은 가족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런 것을 고려하면 인위적인 영양공급은 대다수 환자가 바라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물론 인위적인 영양공급을 원하는 환자도 있다. 그러므로 인공 영양공급은 일률적으로 시행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연명 의료 중단에 인위적인 영양공급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동의하면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와 흡사하다. 입법하는 의원은 표를 의식하고 정책당국은 종교계의 반발을 우려한다. 의료진은 법이 정한대로 하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다. 이러는 사이에 현장에서는 무의미한 연명 의료가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여론이나 시민이 나서야 할 때다.
 
백만기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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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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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