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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건이 조언 구하는 퓰너 "금강산 가능, 개성 어렵다"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너 회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퓰너 회장은 최종현 학술원 창립 기념 세미나 기조연설자로 방한했다. 임현동 기자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너 회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퓰너 회장은 최종현 학술원 창립 기념 세미나 기조연설자로 방한했다. 임현동 기자

 
에드윈 퓰너는 미국 외교안보 파워엘리트 집단의 대부 같은 존재다.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설립자인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 인수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맡고 있는 스티븐 비건과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건 대표를 포함한 미국 당국자들이 조언을 구하는 대표적 외교안보 브레인이다. 현재 헤리티지재단 산하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1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비건 대표가 내게 ‘북한에겐 당근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쓸 수 있는 채찍(sticks)도 준비해뒀다’고 말했다”며 “어떤 채찍인지에 대해선 아직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벽하고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중국을 움직여 대북 압박을 고려하는 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27~28일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직후 중국과 3월 중 무역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퓰너 회장은 굵직한 ‘당근’도 거론했다. 그는 “북한이 의미있고 충분한 비핵화 조치를 할 경우 금강산 관광 재개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행정부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단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별개임을 분명히 했다.  
 
퓰너 회장은 14~15일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진행한 최종현 학술원 출범 기념 한ㆍ미ㆍ중 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방한했다. 최종현 학술원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 설립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면이다. 약 2주후 이들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난다. [중앙포토]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면이다. 약 2주후 이들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시 만난다. [중앙포토]

 
2차 북ㆍ미 회담까지 2주도 남지 않았다. 하노이 합의에서 반드시 담겨야 할 요소는.  
 
“비핵화의 세부 스펙(specifics) 면에서 측정가능한 조치들(measurable steps)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대표의 평양 ‘셔틀외교’가 이뤄지고 있는 현 단계에서 이미 이런 측정가능한 조치들을 위한 성과를 거두기 위한 궤도에 진입했다고 본다. 하노이 회담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cautiously optimistic)하는 이유다. 싱가포르 1차 북ㆍ미 정상회담과 하노이는 달라야 한다. 싱가포르가 상견례였다면 하노이는 판이 본격 시작된다는 의미가 있다. 하노이는 앞으로 계속될 북ㆍ미간 정상급, 장관급, 실무급 협의 패턴의 시작이 돼야 한다.”  
 
한국에서 나오는 ‘스몰 딜(small deal)’에 대한 우려를 들어보셨는지.  
 
“그 용어는 한 번도 못 들어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거하는 낮은 수준에서 합의를 해버릴지 모른다는 우려다.  
 
“그런 우려가 있다는 내용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자, 이점을 상기하기를 바란다. 미국은 완전한(full) 비핵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물론 이는 단계적(step by step) 과정이다. 첫번째 단계는 과정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나는 그(스몰 딜)에 대한 우려는 안 한다.”  
 
국내 정치에서 수세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돌파구로 삼을 가능성은.  
 
“아니,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타협을 할 필요가 없다. 미국 경제가 지금 굉장히 호조이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문제는 심각하지 않은(minor) 수준이다. 난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잘 알지만,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는 장면은 상상이 어렵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할 줄 안다. 그가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밝혔듯 ‘디스럽터(disruptor, 판을 흔들며 주도권을 쥐는 사람)’다. 동북아 이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미ㆍ중 무역협상과 북ㆍ미 정상회담을 엮어서 갈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뉴욕 파크애비뉴 빌딩을 사고 5번가의 건물을 팔 때, 따로따로 협상을 할 사람이다.”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너 회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퓰너 회장은 최종현 학술원 창립 기념 세미나 기조연설자로 방한했다. 임현동 기자

헤리티지재단의 에드윈 퓰너 회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퓰너 회장은 최종현 학술원 창립 기념 세미나 기조연설자로 방한했다. 임현동 기자

 
하노이 합의에서 북한이 영변 그 이상의 핵 시설 신고까지 명기할 수 있을까.  
 
“하노이에서 두 정상이 그저 웃고 사진만 찍는데 그치면 안 된다. 진정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 성과가 모두 공개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 북한은 영변뿐 아니라 전역에 핵시설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미국이 실제로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및 미사일 폐기 조치를 하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하노이 합의가 구체적으로 미사일 몇 기를 폐기하고 핵탄두 몇 개를 없앤다는 식으로는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과 핵폐기 여부를 알 수 있고, 북한도 이 점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비건 대표는 6~8일 평양 방문 결과를 어떻게 설명했나.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바란다. 비건이 하원 보좌관으로 일하던 25년 전부터 그를 안다. 비건은 사려깊고, 원칙을 지키며 헌신적인 협상가다. 일부에서 그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제대로 구하고 있지 않다고 하는데, 난 동의하지 않는다. 비건은 내게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북한에 대해 채찍도 준비해뒀다’고 했다.”
 
어떤 채찍인가.  
 
“공개적으로 상세하게 말할 순 없다. 단, 중국이 완벽하고 엄격하게 (대북) 제재를 이행해오지 않았다는 게 팩트라는 점을 밝혀둔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2박3일 동안 평양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과 실무협상을 하고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2.9/뉴스1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2박3일 동안 평양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과 실무협상을 하고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9.2.9/뉴스1

 
미국이 제시할 유력 상응조치는.  
 
“에스크로 계좌(escrow account, 국제사회가 미국과 협의해 현금을 제3국 계좌에 예치해두고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이행할 때마다 보상으로 지급) 방안이 상응조치 패키지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꽤 진지하게 논의가 된 여러 조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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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재개는.  
 
“가능성 있다(Could be). 금강산은 비교적 유입 자금 규모도 적고 인적 교류의 문제이고 (이산가족 상봉 장소인 만큼) 인도주의적 측면도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글쎄 그건 좀 먼 문제다. 개성공단은 북한 노동자들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창구이고, 이 외화는 북한 당국으로 바로 들어간다. 두드러진 (비핵화) 합의가 없는 한 어렵다(tricky).”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내 전화 2~3통으로 5억 달러를 올렸다.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글쎄(이 시점에서 퓰너 회장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침묵을 하겠다는 의미로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한ㆍ미 방위비 협상은 잘 된 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한 레벨의 당국자들에게 내가 하는 얘기가 있다. ‘2만8000명의 주한미군을 예를 들어 켄터키로 옮긴다고 상상해보게나. 거기에도 비용이 들 것이고, 만약 한반도 유사시엔 재배치하는 비용도 든다네’라는 거다. 독일처럼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는 국가들과 한국은 다르다. 한ㆍ미는 함께 가야 한다. 북ㆍ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한국의 역할 역시 없어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 철수는 없다고 봐도 되나.  
 
“그렇다고 본다.”  
 
전수진 ㆍ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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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