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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OUT]애플보다 3년 앞섰던 국산 ‘심전도 시계’ 규제 풀렸다

우리 몸의 심장은 확장하거나 수축할 때 전류를 발생시킨다. 이 전류의 흐름을 보면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는지, 박동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지지는 않는지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병원에 가면 이 정보를 얻기 위해 손목이나 발목에 집게 모양의 심전도 측정기를 부착한다. 생체신호 측정 기술을 연구하던 부산대 컴퓨터 공학과 길영준 박사는 심전도 측정 기능을 손목시계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2014년 창업에 뛰어들었다. (주)휴이노를 설립한 뒤 이듬해인 2015년 웨어러블 심전도 모니터링 기기를 만들었다. 지난해 애플이 같은 기능이 들어있는 ‘애플워치 4’를 내놨으니, 휴이노의 기술은 애플보다 3년이나 앞섰던 셈이다. 그러나 휴이노의 기술은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했다. 국내 의료법은 환자와 의료인 간 의료정보 전송이 금지돼 있다.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심전도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의료인에게 보내면 불법이니 신기술은 무용지물이었다.
 
휴이노가 개발한 심전도 검사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기기. [사진 과기정통부]

휴이노가 개발한 심전도 검사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기기. [사진 과기정통부]

사장될 뻔한 웨어러블 심전도 기술이 마침내 시장에 나올 수 있게 됐다. 과학기술정통부는 14일 휴이노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함께 신청한 심장 관리 서비스 등 3개 신기술을 ICT(정보통신기술) 규제샌드박스 사업으로 지정했다. 이번 허가로 휴이노와 고려대 안암병원은 향후 2년간 2000명 이내의 환자를 대상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고, 결과를 병원으로 전송할 수 있게 된다. 병원 측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금 병원으로 급히 오셔라’ 또는 ‘병원에 오실 필요 없다’ 같은 안내를 할 수 있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이 기술의 유용성을 알리기 위해 3년 가까이 공무원들을 만나려 다녔으나 ‘그렇게 좋은 기술이면 삼성이나 애플이 왜 개발 안했겠느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며 “지난해 애플이 애플워치4를 내놨을 때 속상한 게 아니라, 내 기술의 가치를 인정받은 거 같아 오히려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혁신을 가장 갈망하는 분야가 의료기기”라며 “주어진 기간 동안 신기술의 유용성과 편리함을 최대한 입증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심전도 상태가 개인의 스마트 폰에 그래프로 나타나는 모습. [사진 과기정통부]

심전도 상태가 개인의 스마트 폰에 그래프로 나타나는 모습. [사진 과기정통부]

카카오페이와 KT가 각각 신청한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도 이번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됐다.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우편으로 발송하던 각종 고지서나 통지서를 모바일 알림톡이나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중국의 경우 모바일메신저 ‘위챗’ 등을 통해 이미 수도·전기요금 납부 고지, 출생·혼인신고 등 공공서비스를 처리한다. 그간 이 기술이 국내서 활용될 수 없었던 건 정보통신망법상 본인확인기관이 주민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연계정보(CI)로 바꾸려면 개개인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편 고지를 모바일로 바꾸면 2년간 약 9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또 올리브헬스케어가 신청한 ‘임상시험 참가자 온라인 중개 서비스’도 허용됐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임상시험에 참여할 사람과 임상시험 실시 기관을 연결해주는 사업이 가능해졌다. 현행 약사법은 임상시험에 참여할 대상을 모집하려면 각 임상시험실시기관별로 있는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사전 검토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가 임상시험 참여를 위한 온라인 사이트 모집광고는 적절치 않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식약처는 이번 올리브헬스케어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계기로 모든 임상시험실시기관에 ‘임상시험 참여자의 온라인 중개가 가능하다’는 문서를 보냈다. 과기정통부와 식약처는 이번 규제 개선으로 향후 임상시험 적합자 매칭률이 15%에서 40%대로 높아지고 임상시험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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