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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12년 새 34만건→5만건…의료계 “실제는 정부 발표 3배”

낙태 리포트 
'지난 14일 세종시 세종국책연구단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이소영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세종시 세종국책연구단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이소영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2018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7년 만에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약 5만 건의 낙태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2005년 조사 결과의 7분의 1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보건복지부 의뢰로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보사연은 지난해 9~10월 만 15~44세 여성 1만 명에게 온라인 조사를 벌였다. 낙태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은 전체의 7.6%(756명)였다.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3792명의 19.9%였다. 낙태할 당시의 혼인상태는 미혼 비율이 46.9%로 가장 높았지만, 법률혼(37.9%)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다음은 사실혼·동거(13.0%), 별거·이혼·사별(2.2%) 순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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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고려하게 된 주된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선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46.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자녀계획’(44%), ‘학업·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42%) 순이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의 전체 낙태 건수는 1084건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된 2017년 만 15~44세 여성의 낙태율은 인구 1000명당 4.8건이었다. 보사연은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전체 낙태 건수가 4만9746건이라고 추정했다. 같은 해 15∼44세 여성 모집단 수(1027만9045명)에 대입해 추정한 숫자다.
 
이는 정부의 과거 낙태실태 조사 결과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2005년과 2010년에 실시한 정부의 연간 낙태 추정 건수는 각각 34만2000여 건과 16만8000여 건이다. 이번 낙태 추정 건수는 2010년에 비해 약 3분의 1, 2005년의 7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보사연은 낙태 감소의 원인으로 ▶피임 실천율의 증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을 꼽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소영 보사연 연구위원은 “피임 실천율 증가와 가임여성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성관계 시 피임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2011년 19.7%에서 7.3%로 줄었고, 15~44세 이하 여성의 수가 2010년 1123만 명에서 1027만 명으로 8.5% 감소했다”고 말했다. 성경험 여성의 콘돔 사용률은 37.5%에서 74.2%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경구피임약 복용률은 7.4%에서 18.9%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연간 5만 건이라는 낙태 추정 건수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피임 인식이 개선되고 결혼이 준 데다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어 낙태 시술은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낙태가 불법인데 여성들이 솔직히 말했겠느냐. 조사에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05년 낙태 건수가 정부 발표보다 3배 많은 100만 건이 넘는다고 추정했다.
 
현행 형법 269조와 270조는 낙태한 여성과 시술한 의료 관계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에서 ▶유전적 장애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혈족·인척 간 임신 ▶산모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낙태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5.4%가 형법 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모자보건법에 대해서도 48.9%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조사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다. 김동석 회장은 “낙태 건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정부가 발표한 건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소영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는 임신중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히 하는 자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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