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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억척어멈 엄지원 “좀비영화가 이토록 엉뚱할 수가…”

‘기묘한 가족’에서 엄지원(가운데)이 좀비를 피해 도망치는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기묘한 가족’에서 엄지원(가운데)이 좀비를 피해 도망치는 모습.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처음 재미를 붙인 좀비물이 ‘워킹데드’(미국 드라마)였어요. 사람이 그런 기괴한 동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죠. 앉은 자리에서 시즌 1을 다 볼 만큼 빠졌죠.”
 
13일 개봉한 좀비 코미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에서 시골 임산부 역할을 맡은 배우 엄지원(42) 얘기다. ‘월드워Z’ ‘웜바디스’ ‘부산행’ 등 재밌게 본 좀비 영화 제목을 줄줄댄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좀비의 전형성을 벗어난 귀엽고 엉뚱한 정서가 좋았다”고 했다.
 
‘기묘한 가족’은 충청도 시골에 난데없이 좀비 청년(정가람)이 나타나 일가족이 대소동에 휘말리는 이야기. 좀비에 물린 시아버지(박인환)가 좀비가 되는 대신 회춘하는가 하면, 덕분에 가족에게 쏠쏠한 돈벌이가 생기기도 한다. 엄지원이 연기한 남주는 억센 맏며느리. 좀비에 맞서야 할 때도 거침이 없다. 도회적이고 새침한 기존 이미지와 딴판이다. “엄지원 같지 않은 다른 얼굴”을 위해 오랜 시행착오를 겪었단다.
 
엄지원

엄지원

“감독님은 제 영화 ‘소원’(2013) 같은 시골여자 느낌을 생각하셨는데 그건 이미 해봤잖아요. 동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 모습은 뭘까, 하며 피부 톤을 그을리고 기미 분장을 했죠. 뽀글 머리는 유명하다는 가발 집을 찾아가서 온갖 피팅을 해보고 겨우 찾아냈어요. 내추럴한데 내추럴하지 않은(웃음) 이상한 자연스러움을 바랐거든요. 충북 보은에서 한 달간 촬영했는데 동네 시장에서 조끼도 사 입었죠. 말투를 익히려고 배우들과 평소에도 사투리로 대화했고요. 망가진단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상상했던 인물에 근접하게 만들어가는 작업이 즐거웠어요.”
 
그는 “사실 남주 같은 면이 작게나마 제 안에도 있다”고 했다. “영화 전체에서 남주 대사가 다 합쳐도 A4 용지로 한장이에요. 말하기가 귀찮아서 안 한단 설정인데 저도 말수가 적거든요. 남주처럼 평소 신경 안 쓰면 팔자로 걷는 편이고요.” 시나리오에 남주의 모성애가 “뻔한 공식처럼” 그려졌던 장면들은 감독과 상의해 수정하기도 했다. “시크하다고 엄마가 아닌 건 아니잖아요. 모성애도 남주답게 담백하게 표현하려 했죠.”
 
가장 좋았던 장면으론 후반부 좀비 떼가 춤을 추는 아수라장 속에 폭죽이 터질 때를 들었다. “생존이 달린 순간인데 빛을 바라보는 남편 준걸(정재영), 시동생 민걸(김남길), 제 얼굴이 다 너무 순수한 표정인 거예요. 동화 같고 축제 같은 모멘트였죠.”
 
사실 그에게 이런 독특한 작품이 처음은 아니다. 성인들의 코믹한 섹스 판타지 ‘페스티발’(2010), 조선의 국모라 주장하는 푼수데기 무당 역을 맡은 ‘박수건달’(2012)이 있었다. 공포물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2015)에선 기이한 비밀을 감춘 기숙학교 교장 역으로 인상을 남겼다. 그에게 연기의 매력은 “매 작품 새로운 인물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이번 영화를 택한 이유다.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2016) 이후 비슷한 작품이 연달아 들어왔어요. ‘기묘한 가족’은 결이 확연히 달랐어요. 감정 소모가 많았던 전작들과 달리 웃음이 많아 더 좋았죠. 박인환 선생님, 재영 오빠처럼 좋은 선배님들과 가족으로 나온단 것도 끌렸고요.”
 
그는 “나이 들수록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져 배우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올까” 두려울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택받기 기다리는 대신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획 중인 작품이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부터 준비하고 있으니까 내년쯤은 알게 되실 거예요. 저 자신의 한계치를 깨부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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