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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75% "낙태죄 바꿔야"···헌재 합헌 입장 바뀌나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사진)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조건부 낙태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한 유 소장의 모습.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사진)은 지난해 청문회에서 '조건부 낙태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한 유 소장의 모습. [뉴스1]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4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 결과는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을 앞둔 헌법재판소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4월 18일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만큼 3월 마지막주 심판선고에서 낙태죄 위헌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헌재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주요 쟁점의 경우 재판관들이 임기를 마치기 전 결정을 내려왔던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 4명 중 3명(75.4%)은 현재 헌법소원이 제기된 낙태죄(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953년 제정된 두 법률은 낙태를 한 여성(1년 이하, 벌금 200만원)과 이를 도운 의사(2년 이하)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7년 2월, 69회의 낙태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정모씨는 두 법률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표본오차 ±1.0%, 95% 신뢰수준)를 진행하며 2011년 조사에 비해 신뢰성을 높였다. 국가승인 통계는 아니지만 낙태의 당사자인 국내 여성의 여론을 비교적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법무법인 우면)는 "사회적 쟁점에 대한 위헌 여부 심리에선 여론도 배제할 수 없는 요소"라고 했다. 
 
노 변호사는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때도 헌법재판관 중 절반(4명)이 위헌 입장이었다"며 "올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낙태를 허용한 현행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낙태죄의 핵심 쟁점은 ▶태아를 생명으로 볼 수 있는지 ▶태아의 생명권을 여성의 임신 기한에 따라 구별할 수 있는지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중 무엇에 우선순위로 봐야 하는지 등이다.  
 
종교계는 "임신 초기 단계의 태아도 생명으로 볼 수 있다"며 낙태를 반대하고 있고 여성계와 시민 단체는 "임신 초·중기까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29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념 '269명이 만드는 형법 제269조 폐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29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념 '269명이 만드는 형법 제269조 폐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익 형량의 관점에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비교하기 보다 비자발적 임신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낙태죄를 재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헌재는 2012년 낙태죄에 대한 첫번째 위헌결정에서 합헌과 위헌 의견이 4:4로 갈려 합헌이라 판단했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6명이 위헌 의사를 밝혀야 특정 법률의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 당시 1명의 재판관은 공석인 상태였다. 
 
이강국 당시 헌재소장과 이동흡·목영준·송두환 헌법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4명의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당시 헌재는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염수정 천주교 추기경이 지난해 6월 16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앞에서 열린 '제7회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8'에서 낙태법 유지를 위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염 추기경은 "남자와 여자의 몸이 단순히 생물학적 기능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격적 존재인 것처럼, 배아와 태아의 몸도 한낱 세포덩어리가 아닌 인격적 존재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1]

염수정 천주교 추기경이 지난해 6월 16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앞에서 열린 '제7회 생명대행진 코리아 2018'에서 낙태법 유지를 위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염 추기경은 "남자와 여자의 몸이 단순히 생물학적 기능으로 환원될 수 없는 인격적 존재인 것처럼, 배아와 태아의 몸도 한낱 세포덩어리가 아닌 인격적 존재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1]

그때와 지금의 헌법재판관 구성이 모두 달라진 것도 낙태죄 위헌 여부 결정에 주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시 헌법재판관은 모두 퇴임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해만 6명의 헌법재판관이 새 임기를 시작했다. 
 
이 6명의 재판관 중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위헌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석태 재판관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은 청문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남은 3명의 재판관인 서기석·조용호·이선애 재판관의 입장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시대를 앞서가기보다 오히려 후발주자적이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며 "낙태 허용에 대해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다시 합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낙태죄 위헌 의견을 밝혔던 이강국 전 헌재소장은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 생각한다"며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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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