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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힘입은 수제맥주, 500억 시장 열었지만

기자
황지혜 사진 황지혜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10)
맥주 양조장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의 모습. 국내에 문베어브루잉, 브루독 등 맥주 양조장 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맥주 양조장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의 모습. 국내에 문베어브루잉, 브루독 등 맥주 양조장 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최근 국내 맥주 양조장 수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맥주 양조 면허는 지난 2015년 이후 4년 동안 70여개가 늘어 지난해 말 기준 총 130여개에 달한다. 맥주 양조장의 급증세는 수제 맥주 외부 유통 등의 관련 규제가 하나씩 풀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작은 것에 만족을 추구하는 ‘소확행’, 다양성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시장 수요가 팽창했다.
 
국산 수제 맥주 연 44%씩 성장, 그러나 딜레마도
정부는 그동안 소규모 수제 맥주 업체에서 생산한 맥주를 외부에 유통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규제를 풀어줬다. 이어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 대한 주세를 경감해주는 한편 마트, 편의점 등 소매점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해만 맥주 제조 신규 면허가 20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맥주제조 면허 수 추이. 그동안 정부는 소규모 수제 맥주 업체에서 생산한 맥주를 외부에 유통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규제를 풀어줬다. [출처 국세청, 업계 추정]

국내 맥주제조 면허 수 추이. 그동안 정부는 소규모 수제 맥주 업체에서 생산한 맥주를 외부에 유통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규제를 풀어줬다. [출처 국세청, 업계 추정]

 
지난해 LF가 강원 고성에 문베어브루잉이란 수제 맥주 양조장을 설립하는가 하면 영국 대표 수제 맥주 브랜드 브루독도 서울 이태원에 양조장을 열었다. 또 세븐브로이, 카브루, 바이젠하우스 등 기존 수제 맥주 업체들이 잇달아 제2, 제3 양조장 증설을 진행했다.
 
양조장 수 증가와 함께 전체 시장 규모 역시 지난 2013년 이후 5년 동안 연평균 44%씩 커져 2017년 기준 국산 수제 맥주 매출은 약 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2018년 국산 수제 맥주 매출을 570억 원 규모로 보고 있다.
 
국내 대표 수제 맥주 양조장 중 하나인 핸드앤몰트가 세계 최대 맥주 그룹 AB인베브에 매각됐다. [사진 핸드앤몰트 홈페이지]

국내 대표 수제 맥주 양조장 중 하나인 핸드앤몰트가 세계 최대 맥주 그룹 AB인베브에 매각됐다. [사진 핸드앤몰트 홈페이지]

 
지난해 국내 대표 수제 맥주 양조장 중 하나인 핸드앤몰트가 세계 최대 맥주 그룹 AB인베브에 매각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수제 맥주 생산업체가 기업이나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사례는 많았지만 이처럼 글로벌 기업에 인수된 것은 처음이다. 맛과 품질에 집중하는 수제 맥주의 철학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었지만 수제 맥주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M&A 된 첫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맥주 업계에서 국산 수제 맥주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또 하나는 영역은 수입 맥주다. 4조2000억 원에 이르는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입 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2013년 4.9%에서 2017년 16.7%로 많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2017년 국산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전체 맥주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수입 맥주는 국산 수제 맥주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성장세가 폭발적인 것이다.
 
회식 문화가 줄어들고 소확행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수입 맥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 [사진 롯데마트]

회식 문화가 줄어들고 소확행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수입 맥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 [사진 롯데마트]

 
수입 맥주 역시 국산 수제 맥주의 성장과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최근 회식 문화가 줄어들고 소확행·스몰 럭셔리 트렌드로 다양하고 품질 좋은 수입 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다양하고 품질 높은 맥주에 대한 니즈를 가진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이 시장을 국산 수제 맥주가 아니라 수입 맥주가 가져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주 무역수지 적자 폭은 2012년 570만 달러에서 2017년 1억5064만 달러로 5년 사이 약 26배 폭증했다. 국산 수제 맥주가 경쟁력을 갖는다면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설비투자 및 고용 확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OECD 주요 국가별 주세 비교. 주세 구조상 수입 맥주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워 소비자의 손길이 수입 맥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출처 한국수제맥주협회]

OECD 주요 국가별 주세 비교. 주세 구조상 수입 맥주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워 소비자의 손길이 수입 맥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출처 한국수제맥주협회]

 
하지만 지금까지는 소비자의 손길이 수입 맥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주세 구조상 수입 맥주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 수입 맥주는  4캔 기준 5000~1만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일부 미국·호주의 수제 맥주 경우 3캔당 1만원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주세, 부가세, 교육세 등 출고가의 100%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국산 수제 맥주는 이런 경쟁에 뛰어들 수 없다.
 
지난해 국산 소규모 수제 맥주를 마트나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렸지만 수입 수제 맥주와의 경쟁은 역부족이다. 한 국내 맥주 양조장 관계자는 “소매점 유통이 허용됐지만 수입 맥주 가격에 맞춰 판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현재 구조에서 소매점 판매는 마케팅 목적으로 생각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산 수제 맥주가 지속해서 성장해 수입 맥주와 경쟁하기 위한 첫걸음은 주세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제 맥주에 붙는 종가세, 종량세로 바꿔야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인 설비·인력·재료 등 모든 비용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 체계에서 벗어나 생산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체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이 100원 상승할 때 세금이 93.6원 올라갑니다. 좋은 맥주를 만들면 세금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할 유인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한국·칠레 등 4개국만 종가세 체계를 적용하고 있을 만큼 종량세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측은 “종량세로 바뀐다면 수제 맥주 산업이 국내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제 맥주 업체는 대기업보다 고용 효과가 크고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 수출 증대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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